[안철경의 오아시스] 고령자는 디지털이 불편하다

2023. 8. 2.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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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음식점에 갔다가 테이블에 설치된 소형 키오스크로 주문하느라 애를 먹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 접근하기 어렵거나 접근할 수 있더라도 비대면 금융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가 활동하는 공간은 줄어들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정보 활용 수준이 일반 소비자의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령층은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가장 큰 소비자군에 속한다.

그러나 디지털이 일상다반사가 된 환경에서 개인에게 모든 적응의 책임을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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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음식점에 갔다가 테이블에 설치된 소형 키오스크로 주문하느라 애를 먹었던 적이 있다.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하던 작업이 기계로 대체될 때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어색함이 넘을 수 없는 큰 벽처럼 다가왔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코로나 이후 사람과 기계가 마주하는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다반사가 됐다. 보험 등 금융서비스 분야에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고,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 점포 수는 줄어들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지리적 거리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에 접근하기 어렵거나 접근할 수 있더라도 비대면 금융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가 활동하는 공간은 줄어들고 있다. 특히 디지털 정보 활용 수준이 일반 소비자의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령층은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가장 큰 소비자군에 속한다. 금융 당국이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대면 서비스 감소는 거스르기 어려운 현실이 되고 있다. 따라서 고령층 소비자들이 디지털 비대면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보다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고령층의 금융 역량 제고 측면에서 생각해 볼 일은 먼저 디지털 금융서비스에 접근하는 통로인 금융앱을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설계해 고령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화면은 실수할 여지를 줄이고, 실수가 있더라도 원래 화면으로 쉽게 돌아가도록 해 고령층도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고령자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디지털기기 사용에 익숙해지도록 반복 학습을 제공하는 대면 교육프로그램을 확충해야 한다. 홍보를 통해 더 많은 고령자가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고령자에게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는 호주의 ‘영 멘토스(Young Mentors)’ 사례는 국내 고령자 교육프로그램에도 참고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사고에 대한 두려움은 고령자의 비대면 금융서비스 이용을 더욱 어렵게 하므로 사전 교육과 보안프로그램 제공도 필요하다.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대출 보이스피싱, 신기술 투자를 빙자한 금융사기, 피싱 이메일을 통한 정보 유출 사고 등에 대한 대처 방법을 고령층에 적극 알리고, 모바일기기 보안 도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컴퓨터가 도입된 초창기, 나는 양손 검지만으로 키보드를 치는 이른바 ‘독수리 타법’으로 적응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손에 익어 딱히 자판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어도 숫자나 기호 같은 건 여전히 자판을 보면서 쳐야 하는 데다 손목에 피로가 쉽게 쌓이면서 제대로 된 타자법을 배워야만 했다. 돌이켜보니 그 모든 걸 나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그러나 디지털이 일상다반사가 된 환경에서 개인에게 모든 적응의 책임을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대면 서비스에 적응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차 마시고 밥 먹듯이 그렇게 쉽고 당연한 게 아닐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하다가 결국 포기한 아버지, 어머니의 이야기가 우리 자신의 머지않은 미래일 수도 있다.

어떤 이들에게 비대면 디지털 금융 환경은 여전히 어색하다. 고령층일수록 특히 그렇다. 어색함에는 늘 불안과 어려움이 따라온다. 지금 금융산업이 해야 할 일은 고령층의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불안을 완화해주는 것이다. 사람들의 어려움을 포용하는 사회일수록 그 사회의 안정성과 복원력도 더 높아진다.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가 되도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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