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친강 사태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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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포털 바이두에 외교부장을 치면 '친강 반역자' '외교관 간첩사건' 등의 연관 검색어가 뜬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친강을 외교부장에서 면직한다고 발표하기 전까지 온라인상에서 그에 관한 글은 이미 발표된 공식 활동 외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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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포털 바이두에 외교부장을 치면 ‘친강 반역자’ ‘외교관 간첩사건’ 등의 연관 검색어가 뜬다. 지난 6월 25일 이후로 행방을 알 수 없는 친강에 관한 여러 설들이 공개적으로 떠돌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친강을 외교부장에서 면직한다고 발표하기 전까지 온라인상에서 그에 관한 글은 이미 발표된 공식 활동 외에 없었다. 친강이 외교부장에선 해임됐지만 그보다 높은 국무위원과 공산당 중앙위원직을 유지하고 있고, 그를 둘러싼 의혹이 검열 없이 거론되며, 중국 정부가 유언비어라고 선을 긋지도 않는 여러모로 이례적인 상황은 외교라인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또 아직은 결론이 나지 않아 당국의 지시가 분명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친강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사그라든 적정한 시점에 설명을 내놓겠지만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친강은 시진핑 3기 체제의 간판이었다. 시진핑이 원하는 중국식 대국 외교를 구현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미대사였던 그는 지난해 12월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건너뛰고 곧바로 외교부장에 임명됐다. 그리고 지난 3월 국무위원에 올랐다. 전임 외교부장이었던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5년 걸린 코스를 3개월 만에 밟았다. 이때만 해도 베이징 외교가에선 ‘왕이 소외설’이 돌았다. 미국통인 친강이 국무위원까지 겸하면서 대미 외교를 전담하고 왕이는 러시아 유럽 아시아 임무를 맡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빗나갔다. 친강은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지 한 달 만에 외교부장에서 면직됐고 그 자리에 왕이가 돌아왔다. 물론 공산당 권력의 정점인 정치국 위원(24명)이면서 행정상 부총리 이상인 왕이가 외교부장을 겸하는 건 대사가 공사참사관을 겸하는 것만큼이나 어색한 일이다. 시진핑이 왕이를 절대적으로 신임하는 것인지, 왕이가 외교라인 내 권력 투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왕이를 재기용한 건 일단 외교 정책의 혼선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친강 사태는 공산당 치하의 중국이기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고위 공직자가 한 달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데도 중국 정부는 “제공할 정보가 없다”는 성의 없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친강이 면직된 다음 날인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외신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외교부 대변인은 “신화통신이 소식을 배포했으니 찾아서 읽어보면 된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친강이 찍힌 사진 한 장, 목격담 한 마디 새어나오는 것이 없다. 하루아침에 정부 인사가 사라져도 이상할 것이 없고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는 중국 말고 북한밖에 없다. 정치에 관심 없는 중국 사람들조차 ‘친강이 아프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친강은 사라지기 1주일 전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 7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당시 미·중 모두 “솔직하고 건설적인 회담이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친강은 중국 역사상 가장 짧다는 7개월 외교부장 재임 기간 유럽 동남아 아프리카 등을 돌며 정상 또는 정상급 인사를 만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시진핑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라는 후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때 친강을 만났던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그리고 다시 돌아온 왕이를 만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중국은 최고지도자 아니면 누구의 말도 못 믿을 나라라는 걸 새삼 되새길 것이다.
권지혜 베이징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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