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뿌리 깊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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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볕을 피해 숲으로 향한다.
그늘진 숲은 도시에 비해 7~8도나 낮아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숲길은 산짐승의 발걸음이 수풀 사이로 길을 낸 뒤 사람이 반복해 걸으며 만들어진다.
또 숲길을 걷다 보면 중간중간 나무뿌리가 땅 위로 구불구불 올라오는데 이 또한 발걸음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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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볕을 피해 숲으로 향한다. 그늘진 숲은 도시에 비해 7~8도나 낮아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평일 한낮에 그늘 깊은 숲길을 걷는 건 이 직업이 갖는 최고의 특혜. 숲길은 산짐승의 발걸음이 수풀 사이로 길을 낸 뒤 사람이 반복해 걸으며 만들어진다. 사람 발걸음이 무서운 것이, 처음에 풀이 눌리고 낙엽이 부서지며 어렴풋이 자국만 남다가 종국엔 흙이 드러나며 다져지고 넓어져 흙길이 된다. 단단히 다져진 흙길은 흙 속으로 물이나 공기가 들어갈 틈이 없어 평소엔 쾌적하지만, 비가 오면 빗물이 스미지 못해 물이 차고 진창이 된다. 또 숲길을 걷다 보면 중간중간 나무뿌리가 땅 위로 구불구불 올라오는데 이 또한 발걸음의 힘이다. 흙 속에 공기가 안 통하니 숨쉬기 어려워진 뿌리가 부득이 땅 위로 올라온 것.
가로수 뿌리가 무거운 보도블록을 들어 올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땅속이 힘드니 땅 위로 올라오려는 몸부림이다. 도로 쪽은 경계석과 우수관으로 막혀 있고 보도 쪽은 시멘트 바닥에 블록이 얹혔으니 물과 공기가 통하기 어렵다. 땅속 어딘가라도 숨 쉴 구석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여의치 않으니 올라오는 수밖에. 포장을 걷어내 솟구친 뿌리를 절단하고 치료한 뒤 공기가 잘 통하게 통풍관을 묻어주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문제도 중요하다. 낙엽이 켜켜이 쌓여 잘 형성된 숲의 표토층은 다져진 흙길에 비해 10배 이상 물을 저장하므로 홍수를 예방하고, 유기물을 서서히 분해함으로써 숲의 탄소저감 능력을 책임진다. 도심에서도 지하구조물과 조화롭게 물과 공기가 소통하도록 토양을 보전하는 것은 중요한 숙제다. 최근 서울시에서 ‘녹지생태도심 전략’을 통해 공공형 녹지의 경우 지하 1층을 비워 토심을 3m 이상 확보하도록 했는데, 무척이나 진일보한 조치다. 토양은 나무에도 또 도시에도 잘 뿌리내려야 할 토대이기 때문이다. 뿌리 깊은 도시만이 오래 지속가능할 것이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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