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비하 사과는커녕 '뭐가 문제?'…혁신위 태도에 당원들도 '싸늘'

'이재명 지키기 委' 응원하던 당원들도 잇단 설화에 냉랭
방송 출연 자제 촉구…"국민의힘이 심은 첩자" 비아냥도
이 와중에 양이원영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아" 논란 키워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김은경 리스크'까지 더해진 모양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이 일파만파하고 있지만, 오히려 혁신위는 해당 논란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다. 여기에 친명(친이재명)계가 김 위원장을 두둔하고 나서면서, 이를 바라보는 당 안팎 여론은 그리 좋지 않다.

혁신위는 1일 김 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과 관련해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윤형중 혁신위 대변인은 이날 혁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여명 비례투표'라는 아이디어를 접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수용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이 사안은 세대 간 갈라치기로 소비할 사안이 아니라 정치가 어떻게 청년들의 의사를 반영시킬지를 다루는 것"이라며 "이런 중요한 문제를 늘 이런 식으로 다루는 게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김남희 대변인도 "(김 위원장 발언은) 청년 세대의 정치참여를 촉구하는 발언이었다"며 "국민의힘은 세대 간 갈라치기를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혁신위의 이같은 태도에 이들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혁신위를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로 보고 응원했던 강성 당원들은 이젠 혁신위에 대한 비판과 함께 '방송 출연 자제'까지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민주당 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 게재된 글을 보면, 한 당원은 "방송 인터뷰를 좀 자제해주면 안 되겠느냐"라며 "당원들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는 데 방송 인터뷰는 나중에 하시라.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피가 마른다"라고 했다.

또 다른 당원은 '김은경 혁신위 미X 거 아니냐'란 제목의 글에서 "혁신은 안 하고 자꾸 이 방송 저 방송에 나와 쓸데없는 말을 만들고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이냐. 당무에 관한 말들을 하지 말고 위임한 일만 하라"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당 밖 여론도 냉랭하다. 김 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을 다룬 언론 보도에는 "새로운 민주당의 방향성이 정해졌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혹시 엑스맨? 우리 인간은 나이와 상관없이 존엄성은 평등하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다른 누리꾼은 "(김 위원장이) 민주당 엑스맨이 확실하다"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민주당이 망하는데 도와주러 온 듯" "국민의힘에서 심은 첩자"라고 비꼬았다.

이처럼 당 안팎 여론이 좋지 않은데 친명계가 김 위원장을 두둔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양이원영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며 김 위원장 발언에 동조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KBS라디오에서 "(김 위원장의 말은) 청소년에게 용기를 주고 도전 정신과 앞으로 미래를 개척하라는 이런 얘기"라고 엄호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김 위원장은 이날 뒤늦게 유감 표명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인천시당에서 열린 '인천 시민과의 대화' 마무리 발언에서 "전혀 폄하 발언으로 생각하지 않고 말씀드렸지만 발언으로 인해 마음 상하신 게 있다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