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교실서 흡연해도…교사가 생존권 외치게 만든 '참교육' [김태일이 소리내다]
학교는 교권 무너진 아노미 상태
교권 회복 골든타임 놓치면 안 돼
‘학교’에서 ‘선생님’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를 두고 ‘이번엔 학교를 택했나’라는 교사들의 자조 섞인 탄식도 나온다. ‘정당한 지도를 행했지만 아동학대로 내몰린 교사가 자택에서 극단 선택을 하고 순직을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수차례 이어져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서이초 교사 추모행렬은 단건의 안타까운 사연에 대한 애도가 아니다. 필자도 수백명의 교사들을 통해 사례를 접했고, ‘교권침해 사례 2077건 모음집’이 교사들의 자발적인 설문으로 만들어졌다. 교직사회의 점층된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 하나로 이어진 모습이다. ‘교사의 사명감’은 ‘死命感’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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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의무 부과한 국가가 적극적 역할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도, 문제 학생도 학교에 모여야 하는 이유는 교육이 국가가 부여한 의무이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원의 관점에서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한다. 국가의 교육 정책은 결국 교원들을 통해서 국민에게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은 더는 ‘학생 간의 다툼’이나 ‘문제아의 방황’이 아니다.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 필요하다. 선생님은 정당한 가르침을 주고, 학생은 예를 갖춰 배우고, 학부모는 믿음과 격려를 보내야 한다. 일탈적 행위에 대해서는 전말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합당하게 상응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 교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실질적 조처를 할 수 있는 주체에 연계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교사도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학부모도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알리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의 ‘인권보호‘ ‘차별금지’에 의한 판례가 쌓여가며 확대 해석돼 교사의 권한을 마비시킨다. 최소한의 격리 조치를 위한 ‘교권보호위원회’ 마저도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는 협박에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이미 국회에는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가 대표발의한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경우에도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고, 문제 학생을 교사·교실과 분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교사들이 생활 지도를 하는 데 있어서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 범죄로 보지 않도록 실질적 면책 조항을 넣었다. 현행 체계에서는 악의적이고 무분별한 고소에도 수사기관이나 지자체가 반드시 조사하게끔 되어 있다. 교사들은 이런 조건에서 바로 수업에서 배제되고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여 조사에 임해야 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악성 신고자에 대한 처벌 근거는 없다.
단일화된 공식 민원 절차 도입
CCTV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사기관 등 제3자가 개입할 경우 사건의 자료가 없으면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시비를 가리는데 큰 시간 낭비는 물론 왜곡의 여지가 생긴다. 현장을 기록하는 것이 교권 남용의 우려를 해소하고, 정당한 교권을 인정받고 책임지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식 수사 사안에 대해서만 열람·조회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개별 서버 관리를 통해 보안을 유지하는 등의 노력을 함께 하면 된다.
교장·교감이 초동 대응에 나서야
학교 조직적으로는 교장과 교감, 교사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현행 체계에서 교사가 어려울 때 의지해야 하는 대상은 교장과 교감이다. 하지만 많은 평교사는 교장과 교감을 ‘학부모 대변인’으로 여긴다. 보신주의에 젖어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미국의 경우 교장이 문제 학생과 학부모를 직접 상담하고 처분까지도 책임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교장이 직접 최초 민원을 접수하고 할당 및 초동 대응을 하면 어떨까. 물론 직접 나설 수 있는 유인과 보장이 뒤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사고가 아니라 문제 발생 시 어떻게 해결했느냐가 교장 평가의 척도가 돼야 한다.
수십 년 전 젊은 교사들은 ‘참교육’을 외쳤지만 지금의 젊은 교사들은 ‘생존권’을 외치고 있다. ‘참교육’을 외쳤던 선배들은 국회의원ㆍ교육감ㆍ교장ㆍ교감이 됐지만 후배들이 죽어갈 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교권을 위한 법안 통과도 막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의 보완은 필요하지만 학생과 교사를 대립구도로 놓지 말라’는 변명 섞인 반론은 ‘자백’에 불과하다.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던 이들이 법률제도의 특성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대책도 없이 듣기 좋은 멋진 말만 적어 냈음을 실토한 것이다. 또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무 보완도 안 하고 방치해왔음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의 젊은 교사들은 그들에게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좀 빠져라” “후배 교사 앞날에 방해 좀 하지 마라”고 외치고 있다.
이제는 교사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찾는 게 노조가 아닌 국가 제도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통하지만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지금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권 회복의 마지막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
김태일 국가교육위원회 비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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