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덮친 中열차 '공포의 30시간'…"꼼짝 못했다" 1900명 고립

김지혜 2023. 8. 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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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 중단 열차에 음식 지원하는 철도 요원. 사진 중국철도그룹

제5호 태풍 '독수리' 영향으로 피해가 속출한 중국 베이징에서 철도 붕괴로 운행 중이던 열차가 멈춰 약 1900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30여시간 고립됐다 구조됐다.

1일 펑파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5시쯤 네이멍구 우하이 서역에서 출발해 베이징 펑타이역으로 향하던 K396편 열차가 하루 뒤인 30일 오전 8시쯤 베이징 먼터우거우구 뤄포링역 부근에서 멈춰 섰다.

또 지난달 28일 오후 7시쯤 신장 우루무치에서 베이징 서역으로 가던 Z180편 열차도 같은 날 오전 8시쯤 먼터우거우구 안자좡역에서 멈춰 오도 가도 못했다.

먼터우거우구 일대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470.2㎜의 폭우가 쏟아져 도로와 교량, 철도 등이 끊기거나 붕괴하는 피해가 잇따랐다.

폭우로 물에 잠긴 베이징. 사진 웨이보 캡처

많은 비로 열차에 갇힌 승객들은 음식과 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휴대전화가 방전되고, 인근 무선 중계탑까지 쓰러지면서 외부와 연락도 단절됐다.

K396편 열차 승객 왕모씨는 "뤄포링역 부근에 도착한 뒤 열차가 멈췄다"며 "폭우가 쏟아지면서 전방 철도가 파손되고, 산사태 조짐마저 보여 열차가 꼼짝할 수 없었다. 불안 속에 구조되기만 기다렸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뒤늦게 군인과 철도 요원들이 12㎞를 걸어 공수한 음식으로 허기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들은 열차가 멈춰 선 지 30시간가량이 지난 지난달 31일 오후 1시가 돼서야 구조에 나선 철도 당국에 의해 안전 지역으로 이송됐다.

태풍 독수리의 영향으로 중국 베이징과 허베이성 일대에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동안 폭우가 쏟아져 20명이 숨지고 33명이 실종됐다. 이 일대 곳곳에서 난 홍수로 59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12만7000여명이 집을 떠나 긴급 대피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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