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마이너스 프리미엄’ 어디로?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경기도 광명시에 직장을 두고 있는 강영호 씨(가명)는 7월 초 경기도 안양시 구도심 역세권에 들어설 예정인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실거주 용도로 매수했다. 최근 건설비용 상승과 함께 아파트 분양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더 이상 미루면 ‘내집마련’이 힘들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매수한 단지가 직장과 가깝고 지하철 이용이 편리하다는 점 역시 매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그가 매수한 입주권은 일반분양 물량이다. 조합원 입주권은 동·호수가 좋지만 매수할 때 많은 돈이 필요하다. 현재 붙어 있는 수억원의 프리미엄을 매수 직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분양 입주권은 10% 남짓 계약금 등만 내면 바로 매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강 씨는 “현재 월세로 거주하고 있는데 계산해보니 월세 납부 금액과 매수 후 매월 원리금 상환액이 비슷해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근 지역 분양 가격이 계속 오르고 매수를 고려했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입주권으로 눈을 돌려 적당한 매물을 구했다”고 말한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일대 아파트 분양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요 입주 예정 단지 입주권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때 많은 논란을 야기했던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등 주요 단지 입주권 가격은 분양가 대비 수억원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되는 분위기다. 수도권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하반기 입주를 앞두고 있던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불과 올해 초만 해도 서울 내에서도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쏟아졌지만 분양가 상승과 함께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입주권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둔촌주공 국평 20억 목전
없어서 못 파는 아파트 입주권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 6월 말 19억510만원에 팔렸다. 올림픽파크포레온 해당 면적 가격이 19억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전용 84㎡ 일반분양 가격은 약 13억원이었는데 단순 비교하면 약 6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올해 초 선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했던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무순위 청약을 통해 잔여 물량 899가구가 모두 팔렸다. 당시만 해도 올림픽파크포레온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지만 지금은 입주권에 수억원 웃돈이 붙어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현재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권 매물은 전용 59㎡의 경우 동·호수에 따라 16억원 이상 호가가 형성됐으며 최대 18억원 이상에 나온 매물도 있다. 전용 84㎡의 경우 19억~20억원에 나온 매물이 대부분이다.
이는 송파구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주요 대단지 전용 84㎡ 실거래 가격에 근접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최근 실거래 가격이 18억8000만원(2층)이며 현재 호가는 19억~20억원 수준에 형성됐다. 잠실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엘스나 리센츠와는 다소 격차가 있지만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분양가상한제 단지로 실거주 의무가 있어 아직 일반분양 당첨자들이 보유한 분양권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의 분양권 전매 제한 규제 완화 조치 이후 부동산 거래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조합원이 보유한 입주권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림픽파크포레온뿐 아니다. 올해 들어 서울시 전역 아파트 입주권 거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4~6월 서울 내 아파트 입주권 거래량은 2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건) 대비 무려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6월 서울 은평구 수색동 ‘DMCSK뷰아이파크포레’ 전용 84㎡ 입주권 역시 신고가인 11억원에 팔렸다. 전용 84㎡ 일반분양가는 6억원 후반대였다. 이 아파트는 지난 6월에만 10건 이상 입주권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무순위 청약에 무려 93만명이 몰린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전용 59㎡ 입주권은 13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 아파트는 올해 초 11억원에 팔린 바 있다. 흑석리버파크자이 전용 59㎡의 해당 타입 일반분양가는 6억4650만~6억8410만원으로 7억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 4월 거래 대비 약 4억원 오른 28억원 후반대에 거래됐으며 현재 나온 매물 호가는 28억~29억원 수준이다.
일반분양가 상승에 입주권으로 눈돌려
전문가들은 입주권 거래량이 늘어나는 배경을 여러 가지로 분석한다. 우선 ‘갈아타기’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살아나면서 기존 집을 팔거나 매도 예정인 사람들이 입주권을 통해 보다 주거 지역이 나은 곳으로 갈아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규제 완화 효과도 한몫하고 있다. 입주권은 분양권과 달리 실거주 의무가 없다. 또 올해 1·3 대책으로 강남 3구·용산구를 제외한 서울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서 조합원 지위 양도가 허용돼 입주권 거래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 4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으로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을 완화하면서 입주권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수도권 전매 제한은 공공택지·규제지역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됐다.
수도권 아파트 분양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 역시 입주권을 찾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당 967만5000원, 3.3㎡당 3192만7500원이다. 5월(㎡당 941만4000원)보다 2.8% 올랐으며 지난해 6월(㎡당 855만원) 대비 13.2% 상승한 수준이다.
아파트 분양 가격이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건설비용 상승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2021년 1월 123.84에서 지난 5월 150.29까지 치솟았다. 2년 전과 비교해 20% 이상 오른 셈이다.
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면서 공사비가 크게 뛰고 고금리에 금융비용까지 치솟자 비강남에서도 전용면적 3.3㎡당 분양가 4000만원을 웃도는 단지가 등장하고 있다.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이스트폴’은 전용면적 3.3㎡당 평균 분양가가 4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전용 84㎡ 기준으로 12억6000만~14억9000만원이다.
서울과 접한 수도권 내 다른 도시 역시 분양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광명센트럴아이파크는 전용 39~113㎡를 평당 3700만원의 분양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4월 분양해 완판된 광명자이더샵포레나 분양가가 3.3㎡당 평균 2700만원이었는데 비슷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3개월 만에 약 1000만원 오른 가격에 분양하고 있다. 결국 건설비용 상승 → 분양가 상승 →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지면서 입주권 가치가 치솟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매 제한 규제가 완화됐고 분양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신규 분양가 대비 기존 분양(입주)권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며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만약 국회에 계류 중인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 단지의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이 통과되면 입주권 거래는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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