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력 ‘호텔통’ 김태홍 롯데호텔 신임 대표…신사업 추진 ‘적임자’ [CEO LOUNGE]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3. 8. 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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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수장이 별안간 교체됐다. 롯데호텔을 운영하는 호텔롯데 올해 1분기 영업이익(357억원)이 전년 동기(-1244억원) 대비 흑자전환하는 등 최근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던 탓에 교체 배경을 놓고 의아해하는 이가 많았다. 이완신 롯데그룹 호텔HQ 총괄대표 겸 롯데호텔 대표는 건강상 문제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대표 선임 후 불과 7개월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엔데믹에 접어들며 본격적으로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던 롯데호텔 입장에선 예상치 못한 리스크다. 그룹은 발 빠르게 새 대표 인사를 단행하고 공백 최소화를 도모했다. 주인공은 김태홍 롯데호텔 리조트·CL본부장(56). 이 전 대표 사의 표명 이후 불과 8일 만에, 마치 준비돼 있었다는 듯 새 대표를 내정하며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 신임 대표는 롯데호텔에서만 30년 넘게 호텔 관련 경력을 쌓아온 ‘호텔통’이다. 1993년 롯데호텔 입사 후 지금까지 호텔 내 재무·기획·영업 등 핵심 직무를 두루 경험해왔다.

‘호텔 사업 부활’이 시급한 과제인 현재, 무엇보다 그의 전문성을 높이 샀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신사업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롯데호텔이 새 대표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호텔·리조트…‘올라운드 플레이어’

최근 통합한 호텔·리조트, 시너지 기대

올해 초 롯데호텔에는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1월 호텔롯데 호텔사업부와 리조트사업부를 단일 사업부로 통합하며 ‘롯데호텔앤리조트’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시작했다. 사업 성격이 유사한 두 사업부를 묶어 경영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취지다. 엔데믹 전환기에 맞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여행·호텔 업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사업 일원화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김 신임 대표가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최근 진행된 사업 일원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가 국내외 호텔은 물론 리조트와 골프장 운영에 이르기까지, 호텔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호스피털리티 분야를 섭렵한 ‘올라운드 플레이어’기 때문이다. 김 신임 대표는 롯데호텔 러시아법인 대표이사와 롯데호텔 국내영업본부장을 비롯해 롯데호텔 리조트·CL본부장, 롯데스카이힐CC 총괄부문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번 통합으로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시그니엘·롯데호텔·롯데시티호텔·L7호텔·롯데리조트 등 총 5개 호텔·리조트 브랜드를 갖추게 됐다. 객실 수는 1만3000여실에 이른다. 호텔-리조트-골프클럽을 잇는 공동 상품을 론칭하는 등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때 김 신임 대표의 폭넓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롯데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사업부 일원화로 향후 공동 브랜드 자산을 통한 사업 영역 확장과 ‘규모의 경제’ 달성이 더욱 용이해질 것으로 본다. 호스피털리티업계 전반을 공략하고 통합 시너지를 내는 데 있어 김 신임 대표가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1967년생/ 부산대 행정학과/ 1993년 롯데호텔 입사/ 2015년 롯데스카이힐CC 총괄부문장/ 2018년 롯데호텔 모스크바 대표이사/ 2021년 롯데호텔 국내영업본부장/ 2023년 롯데호텔 리조트·CL본부장, 롯데호텔 대표이사(현)
러시아법인 대표, 풍부한 해외 경험

시니어 레지던스 등 신사업 ‘속도’

신임 대표 내정과 함께 롯데호텔이 최근 활발히 추진 중인 여러 신사업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현재 롯데호텔이 맞닥뜨린 가장 중요한 미션 중 하나는 역시 ‘해외 시장 개척’이다. 2020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년간 호텔 객실 규모를 현재 두 배인 전 세계 ‘3만실’로 확충하겠다”는 ‘K-호텔 프로젝트’를 선언했을 정도로 관심을 쏟고 있는 내용이다.

글로벌 진출은 김 신임 대표에게는 낯설지 않은 분야다. 그는 4년간 롯데호텔 러시아법인 대표이사 경력을 포함해 해외에서만 8년 넘게 근무했다. 특히 러시아법인 대표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롯데호텔 해외 진출 1호 호텔이 2010년 개관한 ‘롯데호텔 모스크바’일 정도로 러시아는 롯데호텔 해외 사업 확장에 중추적 역할을 한 시장이다. 해외 개척 주역으로 평가받는 김 신임 대표의 글로벌 경험을 토대로 해외 시장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롯데호텔앤리조트는 해외에서 총 13개 체인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L7’을 앞세워 해외 공략을 더욱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7월 말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L7 첫 해외 지점을 오픈한 데 이어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 시카고에 두 번째 지점을 열 계획이다.

해외 시장 진출에 더 박차를 가하기 위해 롯데호텔앤리조트가 추진 중인 또 다른 전략은 바로 ‘위탁 운영’이다. 호텔 오너십으로부터 운영권만을 가져오는 위탁 운영 방식은 토지나 건물 등 부동산에 직접 투자해 운영하는 직영 방식보다 경영 관리 부담이 줄어든다. 자산 경량화, 이른바 ‘에셋 라이트(Asset Light)’라고 불리는 정책 기조다. 임차료 부담 없이 매출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거나 컨설팅을 도와주고 비용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브랜드 경쟁력을 인정받아야만 가능한 방식인 탓에 이름 있는 글로벌 호텔 기업이 주로 진행하는 사업 모델이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현재 이미 해외에 총 4개 호텔을 위탁 운영 중이다. 롯데시티호텔 타슈켄트팰리스(우크라이나), 롯데호텔 양곤(미얀마), 롯데호텔 사마라(러시아)에 이어 미국에도 롯데호텔 시애틀을 대신 운영하고 있다.

엔데믹에 따른 외국인 유입 증가 등에 힘입어 롯데호텔 실적은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롯데호텔 서울 전경. (롯데호텔앤리조트 제공)
롯데호텔앤리조트가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한 ‘시니어 레지던스’와 김 신임 대표 시너지도 기대된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4월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브이엘)’을 론칭하며 시니어 주거 사업 분야에 새롭게 뛰어들었다. 단순 요양 기능에 집중했던 기존 시니어 레지던스와 달리, 은퇴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액티브 시니어’를 겨냥했다.

‘호텔통’인 김 신임 대표가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도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VL이 지향하는 모델이 ‘호텔식 서비스’기 때문이다. VL은 각종 업무 지원과 대행을 아우르는 ‘컨시어지 서비스’, 청소·정리 수납 등을 대신해주는 ‘하우스키핑 서비스’, 건강 상태에 따라 구성되는 ‘호텔 셰프 맞춤 식단’ 등 5성급 호텔 서비스로 무장했다. 지난해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메디타운에 ‘VL 라우어’를 1호점으로 선보인 데 이어 서울 마곡지구 내 조성되는 810실 규모 ‘VL 르웨스트’를 2호점으로 공급 중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김태홍 대표 선임으로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시니어 레지던스 등 신사업을 더욱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호스피털리티를 넘어 고객 경험 가치를 충족시키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성장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0호 (2023.08.02~2023.08.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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