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의 삼성전자…2023년 7월의 2차전지株 [임상균 칼럼]

임상균 매경이코노미 기자(sky221@mk.co.kr) 2023. 8. 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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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반만에 재현된 광기어린 개인투자자 쏠림현상
‘버블과 폭락’의 반복은 ‘이번은 다르다’ 심리 때문
십만전자 외치던 ‘개미들의 후회’ 반복되지 않기를
임상균 주간국장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1년 초.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빠져드는 절망적 상황에서 시작된 글로벌 증시 랠리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지만 주요국의 공격적 양적 완화 덕분에 유동성 파티가 펼쳐졌다. 당시 증시의 주도 세력은 개인들이었다. 네이버·카카오로 재미를 보더니 “그래도 한국 경제의 대들보는 삼성전자”라며 대거 달려들었다. 나라를 구한다는 의미에서 ‘동학개미’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2021년 1월 11일 삼성전자 주가는 드디어 9만원을 넘어섰다. 개미들은 광분했다. 곧 ‘대망의 십만전자’가 온다며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9만원에 시작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9만6800원까지 급등하더니 장 막판 매물 세례를 받고 9만1000원에 끝났다.

이날 개인 순매수 규모는 무려 1조7183억원에 달했다. 같은 날 코스피 전체 개인 순매수가 4조4921억원이었으니 하루 동안 개인 매수 중 38%가 삼성전자 한 종목에 몰렸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을 ‘개미 대학살의 날’로 기억한다. 삼성전자 주가는 그때가 역사상 최고점이었다. 이후 줄기차게 하락하더니 지난해 9월 5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8층에 사람 있어요” “7층에 구조대 보내주세요” 등 공허한 외침이 횡행했다. 아직도 삼성전자 주가는 7만원을 겨우 넘는 선에 머물고 있다.

2년 반이 지난 2023년 7월.

연초부터 한국 증시는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으로 대표되는 2차전지 관련 소재 주식이 이끌었다. 7월에는 역시 리튬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포스코그룹주로 개인들의 매수가 옮겨붙었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대형주 중 하나인 포스코홀딩스는 불과 2주 만에 66.8%나 급등했다. 7월 25일에는 개인 순매수 규모가 1조1700억원에 가까웠다. 이날 코스피 시장의 개인 총 순매수 규모인 1조3763억원의 85%가 한 종목에 쏠렸다. 에코프로 관련주가 너무 급등해 부담스럽다며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홀딩스로 개미 자금이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다음 날은 증시 거래액 20%가 에코프로와 포스코홀딩스 두 종목에 쏠렸다. 이날 오전장에 2차전지주가 경쟁적으로 신고가로 치솟더니 오후장 들어 큰 폭의 약세로 돌아섰다. 에코프로의 경우 19% 상승에서 12% 하락으로 돌아섰다. 하루 진폭이 30%를 넘는 광기의 시세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동학개미가 돌아왔다”고 거들었다. 공매도 세력에 맞서 개인들이 한국 증시를 살려낸다는 의미다. 이틀간 에코프로와 포스코 관련주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던 개미들이 모인 피해자 단톡방이 벌써 등장했다. 거기선 이틀간의 광란이 주가 조작이라는 하소연, 사흘 결제니 아직 환불이 가능한 거 아니냐는 막무가내가 등장한다. 2년 반 전 상황의 데자뷰다.

7월 25일과 26일에 걸쳐 펼쳐진 개미들의 광기 어린 2차전지 매수가 2021년 1월 11일 삼성전자 역사적 고점의 재현이 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하지만 투자 시장에서 흥분하며 휩쓸려 다녔다가는 얼마나 처참한 결과가 뒤따르는지 여러 차례 경험했기에 불안할 따름이다. 버블의 역사를 꿰뚫은 로버트 벡크맨은 버블과 대폭락이 반복되는 이유로 ‘이번에는 다르다며 과거를 잊어버리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를 거론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0호 (2023.08.02~2023.08.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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