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은 "지지율 최저"라는데, 민주당 "높다"…ARS 덫에 갇혔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를 두고 당 안팎에서 해석 논쟁이 불붙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조사방식과 문항 순서를 거론하며 “민주당 지지율이 실제보다 낮게 잡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런 해석이야말로 아전인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25~27일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9%로 국민의힘(35%)에 6%포인트 차로 밀렸다. 한국갤럽은 “이번 민주당 지지도는 현 정부 출범 후 최저 수준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전(지난달 17~1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민주당은 지지율 23%을 기록해 국민의힘(30%)에 한참 뒤쳐졌다. 두 조사는 모두 면접원이 직접 조사하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지적에 당 지도부는 즉각 반발했다. 조정식 당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당 차원에서도 정기적으로 여론조사를 수행하고 있는데 최근 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도가 상대 정당을 크게 앞서가는 것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일부 여론조사에서 결과가 널뛰기하는 경향이 있지만, 조사 시점이나 응답 방식, 표본 등의 차이를 감안하면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사무총장이 언급한 민주당 자체 조사는 미리 녹음된 음성을 재생하는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실제 대부분 ARS 조사에선 민주당 정당 지지율이 우위로 나온다. 지난달 27~28일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받은 지지율은 44.3%로 국민의힘(36.3%)을 8%포인트 앞섰다. 알앤써치가 진행한 지난달 26~28일 조사에서도 민주당은 43.3% 지지율을 얻어 국민의힘(37.2%)을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제는 응답률이다. ‘전화면접’ 방식인 한국갤럽·NBS 조사는 응답률이 각각 14.1%, 16.9%인 반면, 리얼미터·알앤써치의 ARS 조사는 응답률이 각각 2.6%, 1.9%에 불과하다. 한국 통계학회장을 지낸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응답률로 보면 ARS 조사는 전화 오기만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응답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치에 아주 몰입된 분들의 응답만으로는 민심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도 “무당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전화면접 조사(한국갤럽, 31%)가 ARS 조사(리얼미터, 11.5%)보다 실제 정치적 지형에 흡사하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후폭풍은 지난 31일 오후 열린 민주당 고위전략회의에서도 주된 쟁점이 됐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은 여론조사 질문 순서가 결과에 차이를 줬다는 분석 결과가 보고됐다. 정부 국정운영 평가를 정당지지도보다 먼저 묻는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데, 한국갤럽·NBS 조사가 그런 순서를 따랐다는 지적이다. 한 참석자는 두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낮게 나타난 데 대해 “국정운영 평가를 묻는 순간 우리 지지층이 전화를 끊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ARS 조사에 취해 정신을 못 차렸다”고 비판했다. 김영원 숙명여대 교수는 “내가 아무리 ‘그렇게 하지 말라’고 얘기를 해도 민주당은 옛날부터 ARS 조사를 주로 쓰더라”며 “ARS 조사에는 어떤 논리를 갖다 붙여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배종찬 소장은 “전화면접 조사에서 민주당이 20% 지지율로 굉장히 위기에 처했다”며 “이걸 회피하거나 외면하려고 ARS 조사 지지율을 가지고 착시 현상을 유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이사도 “민주당 전략라인이 ‘국민 절반이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일부 ARS 조사에 기댈수록 총선 승리는 멀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이에게 집안일만 가르쳤다…부족 같은 이 가족이 사는 법 | 중앙일보
- '1조 기부왕' 99세 이종환, 가사도우미 성추행 무혐의 결론났다 | 중앙일보
- 文은 '조국 임명' 꺼냈다…정국 뒤흔든 총선 전 대통령의 휴가 | 중앙일보
- 韓학교에 연봉 넘는 돈 떼였다…한국 가지도 못한 베트남인 무슨 일 | 중앙일보
- 올해 벌써 3명 사망…"검은 옷에 향수 뿌리면 큰일난다" | 중앙일보
- 괌 태풍 두달, 韓여행객 돌아왔다…'인생사진' 비밀 명소 어디 | 중앙일보
- [단독] 유독 '작년 말 올해 초' 몰렸다, 이화영 면회 간 野의원들 | 중앙일보
- 임영웅·BTS 이름 대고 수억 뜯어냈다…사인도 위조한 그들 수법 | 중앙일보
- 누구는 80장 걸고 누구는 0장…현수막도 특권, 희한한 법 [도 넘은 현수막 정치] | 중앙일보
- 사람 잡는 폭염에 진드기·모기까지…'생존게임' 된 새만금 잼버리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