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극비 '비공식작전'…하정우가 공항 화장실도 못 간 이유
나원정 2023. 8. 1. 19:40
2일 개봉 액션영화 ‘비공식작전’
레바논 韓외교관 피랍 실화 토대
코로나 시기 모로코 로케이션 촬영
007 작전 같던 현지 제작 뒷얘기
레바논 韓외교관 피랍 실화 토대
코로나 시기 모로코 로케이션 촬영
007 작전 같던 현지 제작 뒷얘기
상어가 득실대는 바다(‘밀수’), 머나먼 우주의 달(‘더 문’)…. 올여름 한국영화들은 다양한 배경의 액션 대결이 뜨겁다.
1986년 레바논 한국 외교관 납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비공식작전’(2일 개봉)은 이슬람‧기독교 세력이 내전을 벌인 당시 레바논의 이국적 풍광 속에 펼쳐낸 대규모 총격‧카체이싱 액션이 볼거리다. 하정우가 실종 20개월 만에 소식이 닿은 동료를 구하러 레바논에 간 외교관 민준, 주지훈이 우연히 민준을 돕게 되는 현지 택시기사 판수를 연기했다. 연출은 넷플릭스 좀비 사극 시리즈 ‘킹덤’(2019~), 터널 붕괴 소재 영화 ‘터널’(2016) 등 재난 소재에 잔뼈가 굵은 김성훈 감독이 맡았다. 팬데믹으로 막힌 국경을 뚫고 2022년 2월 극비리에 모로코에 입국해 촬영하기까지, 극 중 탈출극만큼 긴박했던 제작 상황을 제작진의 목소리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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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가 시나리오를 받은 때가 2018년 추석. 이후 사전 준비를 거쳐 레바논과 가장 유사한 풍광, 할리우드식 촬영 여건(‘아라비아의 로렌스’, ‘글래디에이터’ 촬영지)을 갖춘 모로코 로케이션 촬영을 결정할 때만 해도 제작 과정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2020년 3월 크랭크인 직전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개봉 전 인터뷰로 만난 하정우는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촬영차) 도미니카에 갔다 와서 열흘 격리하고 이틀 후 모로코로 출발했다”면서 파리를 경유한 모로코 입국도 “모로코의 허락을 받아 전세기를 띄워 가능했다”고 떠올렸다. 김 감독은 “하늘 길이 막힌 상황에서 파리에 있던 모로코 의료진 3명을 태우고 가는 조건으로 입국할 수 있었다. (이례적 입국 허가가 새어나갈까 봐) 파리 공항에선 화장실도 가지 말고 기다리란 요구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파리 경유 전세기로 모로코 극비 입국
하정우가 시나리오를 받은 때가 2018년 추석. 이후 사전 준비를 거쳐 레바논과 가장 유사한 풍광, 할리우드식 촬영 여건(‘아라비아의 로렌스’, ‘글래디에이터’ 촬영지)을 갖춘 모로코 로케이션 촬영을 결정할 때만 해도 제작 과정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2020년 3월 크랭크인 직전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개봉 전 인터뷰로 만난 하정우는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촬영차) 도미니카에 갔다 와서 열흘 격리하고 이틀 후 모로코로 출발했다”면서 파리를 경유한 모로코 입국도 “모로코의 허락을 받아 전세기를 띄워 가능했다”고 떠올렸다. 김 감독은 “하늘 길이 막힌 상황에서 파리에 있던 모로코 의료진 3명을 태우고 가는 조건으로 입국할 수 있었다. (이례적 입국 허가가 새어나갈까 봐) 파리 공항에선 화장실도 가지 말고 기다리란 요구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왕정국가인 모로코는 절차는 까다롭지만 일단 촬영 허가가 나면 장소 섭외, 험지 치안까지 정부가 돕는다고 류정훈 프로듀서는 설명했다. “영화에서 납치된 외교관이 (현지 무장세력의 차량) 트렁크에 갇힌 장면을 외진 지역에서 찍었는데 모로코 정부가 경찰 중대, 기동타격 부대를 보내줬다”면서다.
이같은 지원 덕분에 한국 스태프 100명, 모로코 현지 스태프 15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낯선 현장 문화에 서로 적응하며 영화의 40%를 촬영할 수 있었다(서울‧스위스 장면은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촬영했다). 테러가 일상인 도심은 카사블랑카에서, 좁은 골목에 자동차가 끼어 옴짝달싹 못 하는 마을과 시장 풍광, 광활한 아틀라스 산맥에 둘러싸인 황무지는 마라케시, 탕헤르에서 촬영했다.
이같은 지원 덕분에 한국 스태프 100명, 모로코 현지 스태프 150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낯선 현장 문화에 서로 적응하며 영화의 40%를 촬영할 수 있었다(서울‧스위스 장면은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촬영했다). 테러가 일상인 도심은 카사블랑카에서, 좁은 골목에 자동차가 끼어 옴짝달싹 못 하는 마을과 시장 풍광, 광활한 아틀라스 산맥에 둘러싸인 황무지는 마라케시, 탕헤르에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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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캐스팅도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2년 전 캐스팅한 외국 배우들이 그 사이 다른 촬영 스케줄로 빠져 재정비를 거친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블랙 위도우’ 등 할리우드 영화에 참여한 전문 캐스팅 디렉터의 도움도 컸다.
최근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에도 나온 배우 마르친 도로친스키(레바논 구출 작전 중재자인 스위스인 헤이스 역), ‘왕좌의 게임’ 등으로 알려진 번 고먼(전직 CIA 요원 카터 역) 등이 합류한 건 K콘텐트 덕도 있었다고 한다.
류 프로듀서는 “‘킹덤’을 연출한 김 감독을 만나보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 사이 ‘오징어 게임’이 히트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하정우‧주지훈과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현지 용병 대장 카림 역의 페드 벤솀시는 ‘아메리칸 스나이퍼’ 등 할리우드 작품에도 출연한 배우다. 몸값이 들어있는 돈 가방을 노리는 갱단 우두머리 나지 역의 아나스 엘 바즈는 SNS 팔로워수가 수백만명에 달하는 모로코 스타다.
현지 갱두목 배우 모로코선 100만 팔로 '스타'
다국적 캐스팅도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2년 전 캐스팅한 외국 배우들이 그 사이 다른 촬영 스케줄로 빠져 재정비를 거친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블랙 위도우’ 등 할리우드 영화에 참여한 전문 캐스팅 디렉터의 도움도 컸다.
최근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1’에도 나온 배우 마르친 도로친스키(레바논 구출 작전 중재자인 스위스인 헤이스 역), ‘왕좌의 게임’ 등으로 알려진 번 고먼(전직 CIA 요원 카터 역) 등이 합류한 건 K콘텐트 덕도 있었다고 한다.
류 프로듀서는 “‘킹덤’을 연출한 김 감독을 만나보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 사이 ‘오징어 게임’이 히트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하정우‧주지훈과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현지 용병 대장 카림 역의 페드 벤솀시는 ‘아메리칸 스나이퍼’ 등 할리우드 작품에도 출연한 배우다. 몸값이 들어있는 돈 가방을 노리는 갱단 우두머리 나지 역의 아나스 엘 바즈는 SNS 팔로워수가 수백만명에 달하는 모로코 스타다.
술‧돼지고기를 못 먹는 이슬람 국가인 데다, 라마단 기간까지 겹쳐 “촬영 말고는 할 것이 없어 오히려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었다”고 하정우는 돌이켰다. 제작진은 현지 묘사에도 신중을 기했다. 김 감독은 “중동전쟁 등 당시 시대 상황에 대해 공부했다. 레바논에 있던 여러 종파 군인들의 군복을 섞어 극중 현지 군인 모습도 중립적으로 표현했다”면서 “한국어‧불어‧영어‧아랍어 등 현장에서 6개 언어가 사용됐기 때문에 관람에 방해될 법한 외국어 주변 소음들도 개봉 직전까지 재검토하며 편집으로 수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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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수의 택시용 차량 8개를 비롯해 차량 50대를 동원한 카체이싱 액션은 현지에서 촬영했지만, 비싼 체류비를 줄이기 위해 같은 액션 장면을 현지와 한국에서 나눠 촬영하기도 했다. 민준이 탈출 도중 높은 건물에 매달리는 장면은 현지 촬영 장면의 하늘 색깔까지 맞춰 한국에서 이어 촬영했다. 현지 군인들과 들개가 일행을 쫓는 장면, 마지막 공항 장면은 현지 배우들을 한국에 데려와 촬영을 마무리했다.
판수 택시 차량만 8대…현지서 50대 달린 카체이싱
판수의 택시용 차량 8개를 비롯해 차량 50대를 동원한 카체이싱 액션은 현지에서 촬영했지만, 비싼 체류비를 줄이기 위해 같은 액션 장면을 현지와 한국에서 나눠 촬영하기도 했다. 민준이 탈출 도중 높은 건물에 매달리는 장면은 현지 촬영 장면의 하늘 색깔까지 맞춰 한국에서 이어 촬영했다. 현지 군인들과 들개가 일행을 쫓는 장면, 마지막 공항 장면은 현지 배우들을 한국에 데려와 촬영을 마무리했다.
최근 한국 블록버스터들의 스펙터클 경쟁이 뜨거워진 가운데, 해외 로케이션 촬영 작품수와 규모 모두 증가하는 추세다. 류 프로듀서는 “이국적 풍광과 현지인, 한국에선 제약이 있는 총격 액션의 자율성 때문에 해외 로케이션을 선호하는 추세”라면서 “다만, 날씨나 촬영 여건에 맞춰 순발력 있게 일정을 조율하는 ‘한국식 촬영 스타일’이 현지 스태프와 잘 맞아야 한다. 촬영 시간, 장소 섭외 모두 돈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 제작비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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