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무량판 아파트가 위험한 이유

강창욱 2023. 8. 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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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상당수가 필수 철근을 누락한 ‘순살 아파트’로 드러나면서 이들 단지에 적용된 무량판 구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량판 구조 자체가 위험한 건 아니다. 하지만 이 공법을 쓸 때 전단보강근이라는 철근을 빠뜨리면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처럼 바닥이 주저앉을 수 있다.

무량판 구조는 건물을 세울 때 기둥 위에 대들보(빔)를 대지 않고 콘크리트 판(슬래브)을 바로 얹는 건축 방식이다. 기둥이 천장을 직접 받치는 형태인데 이렇게만 두면 위층에 큰 무게가 실렸을 때 슬래브가 내려앉을 수 있다. 기둥처럼 세운 나무젓가락 위에 알루미늄 호일을 얹고 거기에 물을 부으면 호일이 젓가락에 뚫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슬래브 역시 기둥에 뚫리듯 아래로 꺼지는 식이라 이 현상을 ‘펀칭’이라고 부른다. 위층 슬래브가 무너지면 아래층 슬래브도 못 버티고 꺼지면서 줄줄이 붕괴된다. 검단 아파트 지하 1~2층 약 1289㎡가 이렇게 주저앉았다.

그래서 무량판 공법을 쓸 때는 기둥과 슬래브가 맞닿는 부분에 안전핀 격으로 ‘ㄷ’자형 철근을 추가로 심는다. 기둥 주변 위아래 철근을 스테이플러 철심으로 찍듯 한번 더 잡아주는 식인데 그 철심이 전단보강근이다. 커다란 철근 기둥인 보 대신 길이 1m 미만의 철근을 몇 개 넣어주는 정도지만 보강근이 있고 없고는 천지 차이다. 젓가락이 닿는 호일 부분에 테이프를 덧발라주면 웬만큼 물을 부어도 뚫리지 않고 버티는 것과 같다.


이번에 적발된 LH 순살 아파트 15개 단지는 이 작업을 하지 않은 것이라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가운데 5곳은 시공 단계에서 보강근을 빠뜨렸고 10곳은 애초 설계도면에 그려넣지 않았다. 도면에서 누락된 경위는 제각각이다. 어디는 하중 계산을 아예 잘못해서 넣지 않았고, 어디는 설계를 계속 바꾸는 과정에서 실종됐다. LH 관계자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저희가 상세 도면에 보강근이 들어가는 곳만 C1, C2, C3 하는 식으로 기둥 번호를 넣는데 이걸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느 하나를 빠뜨리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LH 사례는 무량판 구조가 가장 중요한 철근(전단보강근)을 빠뜨리기 쉬운 건축 방식임을 보여준 꼴이다. 무량판 공법은 하중 계산 결과에 따라 기둥마다 필요한 만큼 보강근을 넣어야 하기에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전단보강근은 가늘고 짧은 데다 크고 기다란 철골(철로 만든 뼈대)인 보처럼 형태가 외부로 도드라지지도 않기 때문에 콘크리트를 붓고 나면 아예 보이지 않는다.전부를 빠뜨려도 외관상 전혀 티가 나지 않으니 제대로 시공했는지 알 수 없다.이한준 LH 사장이 스스로 밝힌 LH의 업무 태도처럼 ‘발주만 하고 관심이 없는’ 식이라면 무량판 공법은 적절하지 않은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공사 중인 경기 양주회천 A15 행복주택 단지는 보강근이 필요한 기둥 154개 모두 이 철근이 누락돼 있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일 “교량처럼 항상 큰 무게가 실리는 구조물에는 전단보강근을 무조건 넣지만 사람이 지나다니는 정도로는 휨에 의한 끊어짐(전단)이 좀처럼 발생하지 않아서 아파트는 무량판이 아닌 이상 보강근을 넣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도면에 보강근이 없으면 ‘넣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민간 건설사는 아파트를 무량판 구조로 짓지 않는다. 주로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지하는 보를 넣는 라멘 구조, 각각의 세대가 들어가는 지상은 벽체 위로 슬래브를 쌓는 벽식 구조로 올린다. 백화점처럼 실내에 벽이 많지 않고 기둥으로 지탱하는 건물은 지상도 거의 라멘 구조를 적용한다. 무량판보다 라멘 구조를 선호하는 건 천장을 철골(보)로 받치는 만큼 더 튼튼하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일자로 세운 젓가락(기둥) 위에 가로로 젓가락(보)을 한번 더 대고 그 위에 호일(슬래브)을 얹는 방식이 라멘 구조다.

무량판 구조에도 장점은 있다. 커다란 철골 자재인 보를 생략하는 만큼 층고 확보 등 공간 활용에 유리하고 공사기간도 상대적으로 짧다. 직접 돈을 들여 건물을 짓는 건축주(발주처) 입장에서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전날 “기존 라멘 구조는 균열, 처짐 제어에 유리하다”면서도 “인건비가 적고 층고가 낮기 때문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 2017년 무량판 구조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료를 보면 보 철근 및 거푸집 감소로 연간 751억원의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공사비가 상당히 많이 절감된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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