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가 된 아동학대 신고, 교실서 쫓겨나는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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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A씨는 지난해 4개월간 군청과 관할 경찰서, 지방경찰청을 오가야 했다.
한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A씨를 신고하면서부터 고난이 시작됐다.
인천의 한 교사 C씨는 최근 재판을 통해 아동학대 혐의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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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신고만으로 직위해제 상황
교사노조 “징벌적 직위해제 사과하라”
충북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A씨는 지난해 4개월간 군청과 관할 경찰서, 지방경찰청을 오가야 했다. 한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A씨를 신고하면서부터 고난이 시작됐다. 학생과 신체 접촉도 없었고 언성을 높인 적도 없었다. 학부모가 문제 삼은 상황이 찍힌 학교 복도 CCTV 영상 증거도 있었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학부모는 신고를 철회하지 않았다. 결국 무혐의 처분으로 사건은 종결됐지만,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가르치는 게 좋아 교직을 택했지만 정신과 몸이 망신창이가 됐다. 지금은 그저 두려움 없이 아이들을 대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최근 많은 교사들 사이에서 아동복지법은 ‘저승사자법’으로 불린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교원들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교실에서 쫓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공무원법은 아동복지법 제17조에 따른 금지행위(아동학대)를 한 경우 직위해제가 ‘가능하다’고 돼 있다. 그런데 교육 당국은 상당수 경우에서 아동학대 신고 접수만으로 교사들을 바로 수업에서 배제하고 직위해제하는 상황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징계 등 조치에 불만을 품거나 민원 처리를 압박하기 위한 신고도 예외가 아니다.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학대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한 특수교육 교사도 검찰 기소와 함께 직위가 해제됐었다. 주씨 측이 무리하게 교사를 신고했다는 여론이 커지자 경기도교육청은 1일부로 B씨를 복직시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날 사건을 심리하는 수원지법에 B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다.
무고성 신고를 당한 교사들은 수년간의 소송전을 감수해야 한다. 심급별로 모든 불복절차를 거칠 경우 최대 15단계의 법적 분쟁 절차를 거쳐야 할 수 있다. 교사가 기댈 곳도 마땅치 않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17개 시도교육청이 운영하고 있는 교원치유지원센터에서 최근 4년간(2018~2021년) 교사의 소송비를 지원한 횟수는 31건에 불과했다.
장기간 수사·재판 끝에 ‘죄 없음’이 밝혀진 뒤에도 학부모의 ‘뒤끝 민원’이 이어지는 사례도 허다하다. 인천의 한 교사 C씨는 최근 재판을 통해 아동학대 혐의를 벗었다.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C씨를 신고했던 학부모는 판결 뒤에도 학교를 찾아와 민원을 넣었다. 이번에는 “담임을 교체해달라”는 요구였다. C씨는 “잘못한 게 없는데 담임이 교체되면 이 학부모는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교사들도 괴롭힐 것”이라며 “무죄 판결을 받았어도 얻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교사들은 언제든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에 교육활동 자체가 위축된다고 우려했다. 전국초등교사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교육청이 오히려 교사를 범법자 취급하고 선제적으로 징벌적인 조치를 하며 ‘교직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자조에 일조하고 있다”면서 “교육 당국은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원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직위해제 남발을 정식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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