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걱정’이 우리 일… 그래야 사고 막죠”
◇안전 관리자, 병원 시설 점검·안전 관련 교육
대부분 병원 안전보건관리팀은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로 구성됐다. 업무 역시 안전과 보건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안전 관리의 경우 대부분 병원 내 안전사고 예방과 관련된 일들이다. 시설물, 기구, 기계 등을 사전 점검해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병원에서 사용되는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면서 근로자들에게 해당 물질의 유해성에 대해 교육한다. 이밖에 병원 공사 현장 점검, 도급 업체 관리, 사고예방 관련 법령 준수 여부 확인 등도 안전 관리 업무에 포함된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엔 안전관리자가 직접 현장에 출동해 사고 대응과 사후 조치·관리를 맡는다. 중앙대병원 유재응 안전관리자는 “공사 현장이나 병원 내 밀폐 공간 등은 상대적으로 위험 요인이 많다”며 “이런 곳은 더욱 신경 써서 점검·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내에는 수많은 직종의 사람이 근무하고 있다. 직군이 다양한 만큼, 대비해야 할 사고 역시 다양하다. 특수 장비나 화학 물질을 사용하는 검사실, 병리과는 물론, 공사 현장에서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안전관리자가 모든 현장을 지키고 서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현장에서 근로자를 가장 먼저 지킬 수 있는 건 근로자 자신이다. 안전관리자가 안전교육의 중요성이 강조하는 이유다. 이해민 안전관리자는 “안전이란 게 귀찮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자신을 위해 보호구를 착용하고 안전하게 일해야 한다고 교육하고 있다”며 “아무리 좋은 안전 대책이라고 해도 현업에 맞지 않는 대책이면 업무 효율만 떨어뜨릴 뿐이다. 병원에서 일하는 안전관리자는 병원 업무에 대한 높은 업무 이해도를 토대로 각 직종에 맞는 안전 대책을 세우고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검진 시행부터 상담 업무까지
안전 관리자가 주로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점검·확인한다면, 보건 관리자는 직원들의 건강을 책임진다. 직원 건강검진 시행부터 결과 전달, 유소견자 진료 안내 등을 맡으며, 야간작업이 있는 부서와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부서, 소음에 노출되는 부서 등 특수건강진단 대상 업무에 해당하는 직원들은 별도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신체 건강뿐만이 아니다.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들여다보고 고충을 들어주는 것 또한 이들의 업무다. 직원이 전화나 방문 등을 통해 상담을 원하면 직접 대화를 나누고, 필요한 경우 전문 상담소에 연결해주기도 한다. 현재 보건 관리 업무는 간호사 출신인 최미애 팀장이 맡고 있다. 최 팀장은 “업무 특성상 스트레스나 수면 장애가 심할 수 있는 직군은 좀 더 중점적으로 관리하려 한다”며 “상담의 경우 애플리케이션이나 전화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접근성을 높였다. 그래서인지 과거보다 상담 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월 상담 건수는 보통 10회, 많게는 20회에 달하기도 한다. 늘어난 상담 건수만큼 상담 주제도 다양해졌다. 직무 관련 상담은 물론, 건강이나 부부관계, 가정사 등 다양한 고충을 털어놓는다. 간호사뿐 아니라 전문의, 전공의도 여러 이유로 상담을 요청하곤 한다. 최미애 팀장은 “상담 주제에 제한은 없다. 직원들에게도 무엇이든 상담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며 “과거와 비교하면 직군이나 직원 간, 세대 간 소통이 줄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30년째 병원서 근무… 보건 관리 업무 ‘산증인’
최미애 팀장은 1990년 중앙대병원(중앙대 용산병원)에 입사해 햇수로 30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외과 병동 간호사로 처음 입사한 후 감염 관리 간호사로 일하다가 2005년부터 보건 관리 업무를 겸직했다. 보건 관리 업무가 없던 시절부터 시작해, 업무 체계를 갖추고 전문 팀을 만드는 과정을 모두 겪어왔다. 그야말로 중앙대병원 안전보건관리 업무의 ‘산증인’인 셈이다. 최 팀장은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만든 것에 대한 자부심은 조금 있다(웃음)”며 “과거에는 병원 근로자들은 병원이 있어 건강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병원에도 위험 요인이 많고, 병원 직원들도 건강 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안전보건관리 체계가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두 가지 업무(감염 관리, 보건 관리)를 함께 맡아온 그는 직원 건강관리에 집중하기 위해 보건 관리 업무에만 전념하게 해줄 것을 병원 측에 직접 요청했다. 병원은 환자를 돌보는 곳이지만,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직원의 건강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최 팀장은 “직원이 건강해야 환자들도 건강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게 총무팀으로 발령을 받고 전 직원을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안전보건관리팀을 ‘백조의 발’이라고 표현했다. 외부에서 봤을 때 병원이 잘 운영되기 위해 안전보건관리팀을 비롯한 병원 내 여러 팀이 물 밑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겉으로 드러날 만한 결과물이 많진 않아도, 그를 포함한 안전보건관리팀 모두 다양한 곳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를테면 직원들로부터 감사하다는 말을 듣거나 직원들의 안전 의식이 높아진 모습을 볼 때다. 심한 스트레스로 상담받은 직원이 웃음을 되찾았을 때도 빼놓을 수 없다. 최 팀장은 “병동을 돌다가 상담 후 밝아진 직원의 모습을 볼 때면 기분이 참 좋다”며 “안전보건관리팀의 권고로 환경이 개선된 걸 확인했을 때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미애 팀장에게 목표를 묻자 안전보건관리팀의 목표를 들려줬다. 그는 “직원들이 안 아프고 안 다치는 것”이라며 “직원들이 일할 때 스스로 ‘이거 하라고 했지, 이거 쓰라고 했지’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 전에 안전 작업 환경 인증을 받는 것 또한 목표다”고 했다.
직원들의 안전과 건강을 관리하는 직업인만큼 직원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최 팀장은 “결국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건강검진을 진행하고 결과를 전달해도 본인이 신경을 쓰고 관리하지 않으면 도움이 될 수 없다”며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본인 안전과 건강을 관리하고, 안전보건관리팀이 조미료처럼 돕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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