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하늘에서 치킨·커피 떨어진다"…첫 드론 유료배달, 가격 보니
“와아, 드론 날아온다~ 하늘에서 치킨·커피가 떨어진다.”
1일 오전 11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어린이물놀이장에서 전국 최초 유료 드론 배달서비스가 시작됐다. 시민 참여에 앞서 신상진 성남시장이 물놀이장 한쪽에 마련된 드론 착륙점에서 QR코드로 ‘제로랩’ 앱에 접속한 뒤 아이스아메리카노 3잔을 주문했다. 한 잔에 3000원씩 커피값 9000원에 정액 배송료 3000원을 더한 1만2000원을 앱과 연동된 카카오페이로 결제했다. 그리고 5분 뒤 물놀이장에서 약 400m 떨어진 미금교 위에 드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료 배달 드론은 이륙 거점인 정자동 주택전시관에서 커피·치킨·비상약·물놀이용품 등을 싣고 날아올라 탄천을 따라 1.7㎞를 비행한 뒤, 물놀이장 착륙 지점에 설치된 완충재 위에 종이상자로 포장한 배송 물품을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드론은 6개 프로펠러를 단 ‘멀티콥터(multi-copter)’ 형태로 국내 기업인 제이와이시스템이 제작한 JS-1500이다. 배달을 마친 드론은 상공으로 수직 상승하더니 이내 기수를 돌려 거점으로 돌아갔다.
초등학생 아들과 조카를 내리고 물놀이장을 찾았다가 드론 배달 서비스 1호 이용자가 된 삼평동 주민 이신구(43)씨는 “치킨과 음료수를 배달시켰는데, 주문부터 배송까지 불과 20분이 채 안 걸렸다”며 “음식을 하늘에서 떨어뜨려서 망가지거나 헝클어질까 걱정했는데, 포장이 튼튼하게 돼 있어서 전혀 이상이 없었다.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편리해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놀이장을 이용하러 온 다른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탄천에 붙어 있는 물놀이장 입지 특성상 편의점·식당 등 편의 시설이 멀고, 배달을 시키더라도 이륜차 등의 진입이 어려워 고객이 직접 50m가량 도로 위로 올라가 음식을 받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주민인 손지연(40)씨는 “도로 위로 올라가지 않고도 음식이 배달되고, 혹여 아이가 다쳐 급하게 밴드나 구급용품이 필요할 때도 드론 배달이 가능하다고 하니 세상 편해졌다”고 했다. 미취학 손녀를 데리고 죽전동에서 온 60대 여성은 “친척이 스탠퍼드대에서 드론 연구로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며 “실생활에서 쓰이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성남 유료 배송 5개소로 확대…재난·재해 활용도 모색
성남시의 도심 유료 드론 배달 서비스는 지난 3월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기술원의 ‘2023 드론 실증도시 공모 사업’에 선정되면서 가속화했다. 국토부는 드론 배송 사업과 ‘50㎏ 이상 중(重)화물 운송’ 등을 우선 과제로 사전 공지하고 지자체 참여를 유도한 끝에 성남시를 비롯해 서울·인천·울산·제주 등 15개 지자체를 드론 실증도시로 선정하고 국비를 지원했다.
성남시는 우선 구미어린이물놀이장과 금곡공원 임시 물놀이장을 착륙 지점으로 드론 배송 서비스를 개시하고, 오는 11월까지 탄천 2개소와 성남 중앙공원 1개소 등 총 5곳으로 확대해 매주 화~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치킨·피자·커피 등 음식물과 CU 편의점 상품, 물놀이용품 등을 배송할 계획이다.
재난·재해 발생 시 드론을 활용하는 실증 사업도 한창이다. 인천광역시는 100㎏을 운송할 수 있는 대형 드론을 개조해 해상 구조에 필요한 장비·물품을 운반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고리 원전 등이 있는 울산광역시는 원전 재난에 대응한 방호 물품 드론운송 운용 모델, 원전 방사능을 실시간 측정하는 재난 안전상황 관제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레포츠 분야에선 남원시가 오는 10월 국제항공스포츠연맹(FAI) 드론 레이싱 세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영훈 한국항공대 스마트드론공학과 교수는 “해외에선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는 위험지역, 동굴, 실내 등을 탐사하는 드론에 대한 연구도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며 “활용 목적에 따라 멀티콥터 형태의 드론뿐 아니라 비행기처럼 날개를 달아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드론도 향후 5년에서 10년 안에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드론이 비행하게 될 경우 인명 사고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비행 안정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원격으로 조종하는 과정에 무선 전파가 해킹을 당한다거나 신호 방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도 깊이 있는 기술 개발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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