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실공사, 건설 카르텔이 원인…현정부 출범 전 이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부실 공사의 원인으로 ‘건설산업 이권 카르텔’을 지목하고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지금 현재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무량판 공법 지하 주차장은 모두 우리 정부 출범 전에 설계 오류, 부실시공, 부실 감리가 이루어졌다”며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건설 산업의 이권 카르텔이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에 철근을 누락해 문제가 된 단지 15곳 중 10곳은 설계 때부터 지하 주차장 기둥 주변의 철근을 보강하지 않았고, 5곳은 시공할 때 도면과 달리 철근을 넣지 않았다. 발주처인 LH가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전날 “국민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은 “안전은 돈보다 중요한 것”이라며 “설계·시공·감리 전 분야에서 부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이권·부패 카르텔을 혁파하지 않고는 어떠한 혁신도 개혁도 불가능하다”며 “관계 부처는 고질적인 건설 산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법령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엄정한 행정 및 사법적 제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윤 대통령이 언급한 이권 카르텔의 기동 축으로 LH의 전관예우를 지목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LH에서 근무할 때는 퇴직자가 있는 업체에 편의를 제공하고, 본인이 퇴직한 후에 해당 업체에 들어가 다시 공사 수주에 도움을 주는 식의 행태가 만연하다”며 “이런 부패·부실의 싹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15∼2020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과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입찰 290건을 분석한 결과, LH 전관 영입업체 47곳이 전체 용역의 55.4%(297건), 계약 금액의 69.4%(6582억원)를 수주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교권 침해 사례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교권은 학교 규칙을 제대로 지키게 하는 것이고 교권이 확립되지 않으면 다른 학생의 인권도, 학습권도 절대 보장될 수 없다”며 “학생 인권을 이유로 규칙을 위반한 학생을 방치하는 것은 인권을 이유로 사회 질서를 해치는 범법행위를 방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2학기 중에 교권 확립 내용을 담은 고시가 학교현장에서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아동학대 처벌법’, ‘교원지위법’ 등 관련 법안의 신속한 논의를 주문한 윤 대통령은 특히 “교육부는 지난 주말 폭염에도 불구하고 광화문에 모여 교권 확립을 외친 수만 명 교사들의 목소리를 깊이 새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근 ‘신림역 무차별 칼부림 사건’에 대해서는 “흉악범죄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와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범죄자 출소 이후 보복을 걱정하지 않도록 보복 범죄에 대해서는 초강경 대응하고 모방범죄 시도는 신속한 수사로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6박 7일간의 여름휴가를 하루 앞둔 윤 대통령은 수해 및 폭염에 대해 “재난 대응 역량을 신속하게 정비해야 한다”며 “민간, 정부, 당의 긴밀한 협조하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가재난관리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개편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복지사업 수급자를 정하는 잣대인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고인 6.09% 인상해 생계 급여 대상자가 늘어나게 된 것을 언급하며 “건전 재정 기조 아래 이권 카르텔 사업, 선거 매표용 선심성 포퓰리즘 사업들을 과감하게 구조 조정하는 것 역시 어려운 분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복지사업 지원 기준과 대상이 대폭 확대되는 만큼 위기 가구를 빈틈없이 발굴하고 지원함으로써 취약계층 보호에 더욱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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