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 터키 에르도안, 아들에 권좌세습 착수"
제왕적 권력을 누리고 있는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69)이 아들에게 권좌를 세습하려는 구상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스웨덴 기반의 비영리 매체 노르딕 모니터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튀르키예 등 유럽 지역 이슈를 다루는 노르딕 모니터는 이날 "튀르키예의 권위주의적 통치자 에르도안은 자신의 건강 문제가 커지자 아들이 자신의 뒤를 이을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막내아들인 네크메틴 빌랄 에르도안(42)이다.
빌랄은 지난달 초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찾아가는 등 걸프 지역 국가를 순방할 때 동행해 고위 관리들과 함께 회의에 배석했다.
빌랄은 현재 공직을 맡지 않았지만, 곳곳에 포진한 아버지의 추종 세력을 발판으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노르딕 모니터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뜻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건강 악화로 리더십에 문제가 발생할 때는 권력 승계 계획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선 직전인 지난 4월 25일 방송 인터뷰 중 복통을 호소하며 인터뷰를 일찍 마친 뒤 외부 일정을 취소해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다.
유년기 이스탄불의 이슬람 계열 학교를 거쳐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빌랄은 이슬람 이념에 충실하면서 다양한 종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노르딕 모니터는 소개했다.
현재 빌랄은 정계 등용문으로 여겨지는 튀르키예청년재단(TUGVA), 튀르키예청년교육재단(TURGEV) 등 감독 활동을 하고 있는데, 2013년 이들 단체에 비리·부패 혐의가 제기되자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사실상 조사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노르딕 모니터는 "빌랄은 비공식적으로 튀르키예의 왕세자"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에르도안 왕조'를 세워 장기 통치를 이어가려는 열망을 내비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연초 발생한 지진과 경제난 등 각종 악재를 극복하고 지난 5월 재선에 성공, 사실상 종신집권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부터 줄곧 튀르키예를 통치해온 그는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하는 이른바 '술탄 개헌'이 통과된 후 처음 치러진 2018년 대선에서 승리해 첫 '제왕적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가원수 및 정부수반인 동시에 제1당 AKP 대표를 맡고 있다. 또 의회 해산권도 지녔다.
현행 튀르키예 헌법에 따라 판검사위원회(HSK) 13명 중 6명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며 나머지 7명도 의회를 통해 의중을 반영할 수 있는 등 사법부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는 평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흑해곡물협정 연장 논의를 중재하는가 하면,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절차에서도 외교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등 행보로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나토의 아시아 진출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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