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단체 현장서 사라지는 20대 간사들…왜?
선교단체의 미래를 책임질 20대 청년 간사들이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선교단체 사이 보이지 않는 벽을 낮춰 활동 기반을 확대하고 교단이 선교단체와 동행하는 등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대 초반인 박철수(가명) 씨는 지난 2020년에 3년 6개월 동안 몸담았던 선교단체를 떠났다. 고정 급여 없이 전액 후원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그가 단체를 떠날 무렵 받은 후원금은 월 100만원 남짓. 그 안에서 아내에게 생활비를 주고 사역 경비까지 해결했다. 업무 강도도 높았다. 매일 이어지는 아침 QT, 학생 상담 및 심방, 저녁 집회를 비롯해 방학이면 청년 청소년 수련회와 해외 선교 간사 수련회까지 숨돌릴 틈 없는 일정이었다. 박씨는 “체력적으로 방전되고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정서적으로 피폐해지는 일상의 반복 속에 우울증이 찾아왔다”며 단체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8일 2023 성서한국대회 둘째 날 열린 성서한국 시니어 환영회에서는 ‘20대 활동가 실종’이라는 키워드가 의제로 떠올랐다. 성서한국 회원단체 대표와 과거 운동에 참여했던 원로들이 모인 자리였다. 김희석 성서한국 사무총장은 “14년 전 기독청년운동에 함께 뛰어들었던 동기들이 다 사라졌다”며 “다른 단체의 열성적인 동료들도 탈진을 호소하며 운동을 떠났다”고 토로했다. 김 사무총장은 “오늘날 청년들은 거대 담론보다는 개인의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라고 원인을 분석하며 “활동가들이 삶에 대한 고민을 내려놓고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선배들이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도 “개혁연대만 해도 막내 간사가 40대”라며 “여러 번 모집공고를 냈지만 20대나 30대 초반은 잘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 공동대표는 “기존의 미혼 간사들도 결혼 이후에 생계유지를 위해 떠나는 일이 다반사”라며 “단체의 허리인 중고참 간사들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16개 주요 도시의 대학을 중심으로 사역을 전개하는 예수제자운동(JDM·한국대표 엄상섭 목사)은 올해 간사 지원자가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대부분의 선교단체와 마찬가지로 JDM 간사들도 자비량으로 활동한다. 급여 대신 간사 스스로 후원 개발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 간사들 대부분이 일요일에는 지역교회 파트 사역자로 활동한다.
안지호 JDM 전주지부 대표간사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의 간사 지원자 감소가 단순히 처우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안 간사는 “코로나 기간 제대로 된 훈련과 활동이 이뤄지지 못한 여파가 크다”고 말했다. IVF(한국기독학생회)의 국제단체 격인 IFES 김종호 동아시아 지역 부총무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기간 학생 선교단체의 참여자가 줄었다”며 “당장 간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이 많다”고 밝혔다.
김 부총무는 코로나 외에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청년들의 탈종교화 현상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 부총무는 “20대 인구 자체가 준 데다 기독교인 비율은 더 급격하게 줄었다”며 “선교단체 간사가 감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지난 6월 펴낸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에서도 포착된다. 20대 개신교 인구가 5년 새 많이 감소한 것. 2017년에는 20대 다섯 명 중 1명(21%)이 스스로 개신교인이라고 응답했지만 2022년에는 그 절반인 열 명 중 1명(11%)만이 자신을 개신교인이라고 밝혔다. 20%에서 15%로 감소한 전체 개신교인 변화보다 가파른 감소세다.
김 부총무는 간사들의 처우 문제와 관련해 “나라마다 상황이 다 다르기에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대부분의 나라에서 간사 급여는 해당 국가의 교직원 수준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사들 가운데 경제적 보상을 바라보고 사역에 뛰어든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간사 배출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근성 학원복음화협의회 상임대표는 “꼭 20대를 배출해야 한다거나 반드시 출신 간사만 세운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필요가 있다”며 “영국의 경우 신대원 졸업생들이 각 단체에 간사로 지원한다. 우리도 단체의 철학에 동의한다면 간사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 상임대표는 예장고신 총회와 맥을 함께 하는 학생신앙운동(SFC·대표간사 허태영 목사)을 지속적인 간사 수급의 모범 사례로 꼽았다. SFC는 교단 신대원 졸업생들이 전체 간사의 60%를 차지한다. SFC 활동 후에 간사들은 지역 교회 목회자로 자연스럽게 사역을 이어간다. 재정 측면에서도 교단이 일정 비율을 보장하고 있어서 간사 개인에게 돌아가는 부담이 비교적 적다.
장 상임대표는 “MZ세대들은 합리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2023년에 과거 간사들과 같은 사고방식을 요구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어느 조직이든 최저시급과 4대 보험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게 MZ세대의 상식”이라고 했다. 그는 “애초에 교단들이 캠퍼스 선교와 청년 사역의 가치를 알고 그들마다 선교단체를 만들어서 활동했다면 지금과 같은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교단들이 선교단체와 MOU를 맺고 해외 선교사 파송하듯이 지원하는 형태로 가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간사들에게 4대 보험에 가입시켜 주고 최저시급을 보장하는 단체도 있다. 지부 단위의 후원 시스템을 통해 간사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기독대학인회(ESF·대표 정사철 목사)가 대표적이다. ESF는 지부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풀링(pooling)’제도를 수시 운영한다. 후원을 초과 달성한 지부가 부족한 지부에 후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사철 ESF 대표는 “간사라고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다”며 “예전에는 처우 이야기를 꺼내는 자체를 죄악시했다면 요즘 MZ세대는 이 부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문제다. 언제나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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