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높다" 차환 대신 현금상환…투자 '빨간불'
[한국경제TV 이지효 기자]
<앵커>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자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주춤하고 있습니다.
현금이 부족한 기업들 마저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차환 발행하지 않고 현금으로 갚고 있는 건데요.
'미래 먹거리' 투자에 한창인 기업들의 자금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보도에 이지효 기자입니다.
<기자>
롯데케미칼이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차환 발행하는 대신 현금 상환했습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28일 만기인 회사채 2,000억원 어치를 현금으로 갚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1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조 5,000억원 수준이지만, 차입금 및 사채 규모는 이보다 많은 4조 1,000억원에 달합니다.
웬만하면 부채 상환을 미뤄야 하는 데도, 롯데케미칼이 상환에 나선 것은 금리 부담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기준 금리가 인상돼 한미 금리차는 사상 최대인 2% 포인트로 벌어졌습니다.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진 겁니다.
발행 금리가 올라가 이자 부담이 커지는 만큼, '울며 겨자먹기'로 현금 상환을 택했다는 분석입니다.
다른 기업들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오는 9월과 11월 각각 2,100억원, 900억원 규모 회사채가 만기되는 SK이노베이션과 한화솔루션도 고심 중입니다.
회사채 수요 예측 등을 고려해 지금쯤 차환 발행을 확정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기업 모두 주력 사업의 업황 악화로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데다 (부채비율: SK이노베이션 193%·한화솔루션 136%), 신사업 투자까지 나섰다는 데 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동박 시장에 뛰어 들었고,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를 '미래 먹거리'로 발굴했습니다.
고금리에 대기업 마저 빚부터 갚는 상황에 놓이면서 미래를 위한 신사업 투자가 후순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이지효입니다.
영상편집: 이가인, CG: 이혜정
이지효 기자 jhle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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