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엄마를 사랑해야해" 부부 울린 5살 딸의 고백
[이준목 기자]
가정에 무관심한 남편 때문에 지쳤다는 아내, 아내의 끊임없는 폭언과 압박에 숨이 막힌다는 남편, 극과 극의 입장차이로 평행선을 달리던 부부를 일깨운 5살 딸의 응원 메시지가 시청자를 뭉클하게 했다.
7월 31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에서는 '터질 것 같은 분노 vs. 숨막히는 압박감, 화산 부부' 편이 그려졌다.
결혼 7년 차 45세 김요한, 36세 강인애 부부는 지인의 소개로 술자리에서 처음 만나 아내의 적극적인 대시로 연인이 됐고, 현재는 가정을 꾸려서 세 아이를 함께 키우고 있었다. <결혼지옥>에 사연을 신청한 아내는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마음"이라며 남편에게 적극적으로 상담을 제안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반면 굳은 표정의 남편은 그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대조를 이뤘다.
스튜디오에 출연한 아내는 "남편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모르겠다. 밖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면서 집에 있는 가족에게는 무관심하다"고 남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벌써 6년째 반복하는 이야기인데, 사람 대접을 받는 것 같지 않다"고 간절하게 사연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혔다.
부부의 일상이 VCR로 공개됐다. 남편이 아침 일찍 출근한 사이, 아내는 집안을 정리하고 세 아이를 동시에 케어하면서도 시종일관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모습이 돋보였다. 군인같은 성격의 아내는 "눈뜨고 전과 후는 같아야 한다"는 철학을 밝히면서 "애들 키우는 게 좋다. 나 아니면 누가 이렇게 잘 키울까라는 마음도 든다"면서 남다른 책임감과 자부심을 드러내다.
하지만 아내는 정작 남편에게는 전화를 걸어 불만을 제기하면서 시종일관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아내는 몇 주 전부터 이야기했던 집안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것을 지적했고, 남편은 아내의 추궁을 그저 묵묵히 듣기만 했다. 아내는 "제가 계속 체크를 하지 않으면 일이 꼬인다. 남편은 전체적으로 집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편은 "상황이 꼬여서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아내가 전화를 건다. 그때부터 시작이 되어서 어쩔 때는 1시간 이상도 이야기를 한다. 저는 일처리가 느긋한 편인데 아내는 성격이 급하다"고 해명하면서 결혼 전에는 반대되는 성격에 끌렸지만 지금의 갈등의 원인이 되어버렸다고 털어놨다.
저녁이 되어 남편이 퇴근이 늦어진다는 문자를 보내자 아내의 표정은 다시 굳어졌다. 아내는 독박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로 점점 예민해지는 모습을 보이며 문자로 남편의 귀가를 독촉했다. 남편은 퇴근하자마자 헐레벌떡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아내에게 퇴근시간은 무조건 6시로 정해졌다. 최대한 빨리 가는게 편하게 잘 수 있는 방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은 퇴근하자마자 본인은 씻지도 못한 채 아내의 눈치를 보며 육아에 돌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차가운 표정의 아내는 "자기가 나서서 하는 게 아니라 시키면 하는 거다. 주입한대로 하는 것이 아니면 안 할 것이고 못할거라고 생각한다"며 내내 못마땅한 표정을 드러냈다.
아내는 씻으려는 남편을 다시 불러놓고, 이번에는 퇴근이 늦은 이유에 대한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며 속사포처럼 남편을 몰아붙였다. 아내는 과거 남편이 문을 닫다가 사고로 아이의 손가락이 끼어서 살점이 떨어졌던 사고를 언급하며 "가족에게 일어나는 일을 걱정하고 해결하는 것은 모두 자신의 몫이고, 집안일에 무심한 남편 때문에 지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상을 지켜본 오은영은 "아내에게 과한 통제적 성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지런하고 능동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것은 장점이지만, 자신이 원하고 예상하는 대로 일하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끼고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
오은영은 "아내의 행동은 화를 내는 것 같지만 '위기 반응'에 가깝다. 사람마다 사안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데, 아내는 남편의 모든 행동에 위기-응급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하며 "'화'라고 표현디는 불편함 속에 자리한 아내의 심리는 '불안함'"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 불안함을 드러내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표현 역시 지나치게 여과가 없다는 게 아내의 특징이었다.
아내는 본인의 성격이 급하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남편이 바뀌길 많이 기다려줬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오은영은 "아내의 이야기는 100에 90 정도가 남편이 마음에 안 들어서 비난과 지적을 하는 것이다. '기다려준다'는 의미는, 반복된 경험을 통하여 남편이 숙달되도록 비난과 지적을 안 하고 기다려줘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내는 여전히 남편에게 본인이 서운했던 순간만을 강조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급기야 눈물을 보였다.
오은영은 "아내가 힘들지 않았다거나, 남편이 잘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잘잘못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관점의 문제다. 이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부부의 갈등은 계속 도돌이표가 될 것"이라고 아내를 달래며, 부부가 서로간의 특성을 인식하고 문제점을 돌아볼 것을 차분하게 설득했다.
놀랍게도 부부 사이에는 서로 폭력까지 벌어진 과거가 있었다. 부부는 신혼 시절에 사소한 이유로 시작된 몸싸움이 점점 수위가 강해지면서 감정이 격해져서 서로 치고받고 싸운 일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남편은 아내의 끝없는 잔소리와 압박을 견디다 못해 '자해'를 하는 습관까지 생겼다고 고백하여 충격을 안겼다. 화분으로 머리를 깨서 피를 흘리기도 했다는 남편은 "아내는 계속해서 사람을 찌른다. 견디다 못해 '차라리 나를 칼로 찔러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내가 어떻게든 불편함을 겪어야 네 화가 풀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을 못쉬게 한다"며 진저리를 쳤다.
남편은 아내가 화가 날 때마다 수시로 폭언을 일삼았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음된 내용에서 아내는 남편과 싸울 때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비난과 인신공격을 일삼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부부의 아이들도 그 광경을 여과없이 지켜보면서 불안과 공포에 노출되어야 했다.
표정이 굳어진 오은영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때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가정 내 폭력은 더욱 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자해와 언어폭력도 폭력"이라고 부부 모두에게 일침을 놓았다. 아내는 언어폭력을 쓴 것을 인정하면서도 "다양한 방법을 써봤지만, 남편이 안 바뀌니까. 저도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은영은 "이 부부는 폭력이 없으면 대화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상황을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다. 절대로 멈추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오은영은 "부부 각자의 어려움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서 아내가 계속 언어폭력을 써도 된다거나, 남편이 자해를 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내의 문제가 '통제의 틀'이라면 남편에게는 '편견의 틀'이 존재했다. 남편은 어릴 때부터 유복했던 환경적 영향으로 인해 은행이나 병원, 육아, 살림 등 사람들이 살면서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다양한 업무나 경험에 서툰 측면이 있었다. 아내의 답답함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이에 오은영은 "주도성의 문제"라고 지적하며 "남편이 어떤 일을 스스로 해내겠다는 개념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매사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지 못한 남편의 태도를 짚었다. 자신과 달리 매사 알아서 일처리를 똑부러지게 해내는 아내의 모습이 처음 매력을 느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나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능력이 매우 부족했고, 이로 인하여 상대의 반응에 심각할 정도로 무심해보였다. 아내가 몸이 아프다고 할 때도 일일이 먼저 부탁하거나 설명하지 않으면, 아내의 상태를 걱정하거나 물 한잔 떠다주지 않았다는 일화를 듣고 오은영과 패널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은영은 남편의 문제에 대해 "편견이 많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의 틀을 깨고 나가려고 하지않는다"고 분석했다. 아내가 남편이 방송 촬영 때의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라며 진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하자, 남편은 "평소에 잘못하니까 촬영 때만이라도 집중해서 잘해보자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심리검사에서도 남편은 자기초월척도(창조적 자기망각)이 높은 편이고, 어떤 일에 집중하면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도 망각하는 성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아내는 어릴적 가정폭력이 난무했던 환경에서 자라났던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녀들에게 잘못된 모습을 대물림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방송에 출연하면 본인의 모습이 욕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하면서도 출연을 결심한 이유도 아이들 때문이었다. "이대로 이혼하면 아이들에게 나쁜 기억만 남겨주는 거니까. 지금까지 5년을 싸웠다면 앞으로 10년 동안 안 싸우는걸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라며 부부관계를 개선하고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첫째 딸은 엄마와 잠자리에 누워 대화를 나누다가 "그거 알아? 나는 나를 좋아한다. 엄마도 엄마를 좋아해야 해, 아빠도 아빠를 좋아해야 해. 자신을 제일 좋아하는 게 가장 중요해"라며 아이답지 않게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전했다. 5살짜리 아이가 지친 부모를 위로하는 속깊은 이야기에 지켜보던 부부는 함께 눈물을 쏟았다.
오은영은 "가정폭력은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 '내가 열심히 잘사는가'라는 걸로 해결이 안 된다. 성인이 아닌 미성년자는 가정폭력에 속수무책이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속수무책이다"라며 아이들이 느낄 공포와 불안을 설명했다.
이어 오은영은 아내의 통제적 성향에 대하여 "아내는 돌봄이나 챙김, 보호, 사랑에 대한 경험이 없다. 그래서 자신이 예측가능한 상황에 대해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하며 한편으로는 "그렇다고 아내의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결혼 생활 속 어려움이 전부 남편의 탓만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일깨워젔다. 오은영은 "아내가 남편에게 했던 말들이 익숙하지 않은가? 아내가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들었던 이야기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부를 위한 솔루션이 내려졌다. 오은영은 "아내는 과도한 통제적 성향이 있고, 그 이면에는 불안과 두려움, 공포가 있다. 하루아침에 놓기는 어렵겠지만, 통제의 범위를 확장해야한다"고 조언하며 "가사 일을 남편에게 떼어주고 이해하기 쉽게 메뉴얼을 만들어보시라. 남편도 자꾸 경험을 해봐야 느는 것이다. 통제의 범위를 넓히고 서툴러도 기다려줄 수 있어야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아내를 위한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받아볼 것을 조언했다.
남편의 가장 큰 문제로는 한 마디로 '눈치없음'이 지적됐다. 오은영은 "남편은 자발성, 자율성, 주도성을 키워야한다"고 당부하며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말해야 한다. 의견이 없으면 아내에게는 오히려 무시와 무관심으로 느껴진다. 남편이 주도적이지 않으면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남편이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데 취약하다며, 표현이 어색하더라도 연습과 훈련을 통하여 개선해나가는 노력을 주문했다.
그런데 상담을 마친 후 대기실로 돌아온 아내는 여전히 솔루션을 잘 수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내는 "나의 답답한 부분은 하나도 해소가 안 된 것 같다. 남편의 행동이 아직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결국 제작진이 개입하여 상담내용을 다시 설득했지만 아내는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다행히 녹화 5일 후, 아내가 제작진에게 보낸 문자에서는 상담 이후 부부관계가 많이 개선되었다는 후일담이 전해졌다. 아내는 "남편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며칠새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달라졌다. 친구들에게도 너무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중이다"라고 전하며 "이렇게 하루아침에 제가 꿈꾸던 가정으로 돌아갈 줄 알았더라면, 지금도 뭉클하고 가끔씩 꿈꾸는 것 같다"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으로 부부의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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