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긴축 깜빡이에 영끌족은 한숨…여행객은 일단 안도
일본 통화정책 변화에 국내 대출자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긴축 전환 시그널에 채권 금리가 오르고 있어서다. 채권 금리 상승은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늘리고 이는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달 31일 연 4.28%를 기록했다. 지난달 10일 연 4.405%를 찍은 뒤 연 4.1%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28일에 전날(연 4.164%)보다 0.066%포인트 오른 연 4.23%를 나타내며 상승 전환했다. 금융채 5년물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주요 지표 금리다.
지난달 28일은 일본은행(BOJ)이 그간 0.5%로 묶었던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 변동 상한선을 1% 수준으로 풀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날이다. ‘나홀로 완화’ 정책을 고수하던 일본이 긴축 버튼을 누른 것으로 시장은 받아들였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 발표 영향으로 일본 채권 금리는 물론 한국과 미국 등 글로벌 채권 금리가 일제히 올랐다”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긴축 정책을 펴며 일본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 다른 나라의 채권 금리는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는다. 일본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 고금리 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유발하고, 이는 해당 국가의 자금 이탈을 의미해서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 투자자가 해외 채권·증시에 투자한 금액은 531조 엔(약 4775조원)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BOJ가 완화적 정책을 재검토하면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자금 유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려 계획 중이거나, 이미 빌린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금융채를 포함한 채권 금리 상승은 나쁜 소식이다. 해당 채권을 통해 자금을 빌리는 금융회사의 조달 금리가 오른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대출 금리 인상으로 직결될 수 있어서다.
이미 대출 금리는 꿈틀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26%로 한달 전(연 4.21%)보다 0.05%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전달 보다 오른 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예고에 일본 통화정책 변화까지 더해지며 시장 금리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라며 “당분간 대출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금리도 오는 11일부터 기존보다 0.25%포인트 오른 연 4.4~4.7%가 적용된다.
다만 국내 채권 금리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을 거란 예상도 있다. 김지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20일 BOJ가 장기 금리 변동 상한을 높인 결과로 미국, 한국의 채권 금리가 급등했지만 11거래일 만에 이전 수준으로 회귀했다”라며 “일본의 정책 변경이 점진적이라면 다른 나라의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가 환율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1일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00엔당 900.12원이다. 전 거래일(지난달 31일) 같은 시간 (899.53원)보다 0.59원 올랐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달 28일 한때 100엔당 916.92원까지 올랐으나 다시 내려갔다. 일본 여행객 입장에서는 엔화 값은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인 엔저의 끝이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통화정책 변경 의지가 확인된 만큼 엔화 가치의 저점은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3분기 이후에는 원·엔 환율도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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