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무기 세일즈' 밀착에…정부 '독자 제재' 가능성 첫 시사

박현주 2023. 8. 1. 16: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북ㆍ러 간 무기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대북 혹은 대러 독자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이어 한국도 제재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오는 18일 얼굴을 마주하는 한ㆍ미ㆍ일 정상 차원에서도 북ㆍ러 간 군사 협력의 고리를 끊기 위한 협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개최된 북한의 소위 '전승절'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상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요건 충족 여부 검토"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에 기여하거나 대북 제재 위반 행위를 지원하고 관여하는 개인·기관을 대상으로 독자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며 "러·북 간 무기 거래에 대해서도 우리 자체적으로 파악한 사실관계와 관련 법상 요건 충족 여부 등을 포함한 제반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의 독자 제재 대상 지정은 '외국환거래법',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무기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이뤄진다"며 "북한의 불법 무기 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 1874호, 2270호 등을 위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북ㆍ러 무기 거래 관련 독자 제재 가능성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조현동 주미 대사도 "북한과 모든 무기 거래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건설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노골적 밀착 과시


제재를 예고한 건 한국 뿐만이 아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향후 추가 제재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 북한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의 자작 낭설"이라며 무기 거래 혐의를 부인했지만, 최근 들어선 노골적으로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과시하는 분위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평양 김일성 광장 주석단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상과 나란히 서서 소위 '전승절'(6·25 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참관했다. 전날에는 김정은이 쇼이구를 '무장장비전시회-2023'에 데려가 전략무기를 직접 소개했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가 있다면 어디든지 절박하게 찾아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6일 소위 '전승절'(6ㆍ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 행사 참석차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상 등 러시아 군사대표단을 '무장장비전시회-2023'에 데려간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3국 정상급 논의 전망


이에 따라 오는 18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ㆍ미ㆍ일 정상회의에서도 북ㆍ러 간 무기 거래를 비롯한 유엔 안보리 위반 행위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나올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황과 한반도 안보를 동시에 위협하는 불법 행위를 북ㆍ러가 고위급에서 대놓고 '작당'하는 듯한 모양새를 좌시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한ㆍ미ㆍ일이 최초의 단독 정상회의를 하는 그림 자체가 지난달 27일 북한 열병식 주석단에 북ㆍ중ㆍ러 고위급 인사가 나란히 서있던 이미지의 잔영을 지우는 상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갈수록 노골화하는 북ㆍ러 무기 거래에 대해서도 정상 차원에서 '후과가 따를 것'이라는 취지로 경고하는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뉴시스.


자체 증거 찾기 착수


정부는 우선 한국이 자체적으로 북한의 제재 위반 여부를 가릴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북ㆍ러 간 무기 거래 정황이 주로 위성 사진 등 미국 정보 당국이 수집한 결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백악관은 북한이 바그너 그룹에 지난해 11월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을 전달하는 정황이 담긴 위성 사진 두 장을 공개하고,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을 제재했다. 지난달에는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지원한 혐의로 북한 국적자 1명을 추가 제재했다.

지난 1월 20일(현지 시각) 백악관이 공개한 러시아와 북한의 철도를 찍은 위성사진. 왼쪽 사진의 5량 짜리 러시아 열차가 지난해 11월 18일 러시아를 출발했으며, 다음날 오른쪽 사진과 같이 북한에 도착해 컨테이너(무기 추정)를 싣고 다시 러시아로 향하는 모습이 담겼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한ㆍ미ㆍ일 차원의 동시다발 대북 제재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법적 증거'가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의 예외인)대북 인도적 지원에는 언제든 열려 있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의 식량 불안정 문제를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이 만약 국경을 재개방한다면 우리는 물론 다른 국가들도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