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폄하 논란' 김은경 잇단 설화…혁신위 조찬 겨우 5명 왔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이 1일에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청년 좌담회에서 “민주주의 국가는 1인 1표인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똑같이 표결하느냐”는 중학생 아들의 질문을 “참 맞는 말”이라고 소개해 ‘노인 폄하’ 논란을 빚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어르신 폄하 DNA’가 또다시 고개를 든다”(박대출 정책위의장)고 비판하자, 김 위원장은 “(애초 발언의) 앞뒤를 자르고 맥락 연결을 이상하게 해서 노인 폄하인 것처럼 말씀을 하는데 그럴 의사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1일엔 민주당 내 ‘강성 스피커’인 양이원영 의원이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맞는 이야기”라며 동조하고 나섰다. 양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금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한다. 하지만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며 “미래에 더 오래 살아있을 청년과 아이들이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다만 혁신위는 ‘노인 비하’ 논란이 계속되는 데에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형중 혁신위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여명 비례투표’라는 아이디어를 접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수용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럼에도 여론이 악화하자 뒤이어 인천시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제가 곧 60세라 노인 반열에 들어가는 데, 무슨 노인을 폄하하겠느냐”며 “노여움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자기 계파를 살리려 (정치적 언행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분열은 혁신 대상”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또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초선을 코로나 19로 인한 학력 저하 학생에 비유하기도 했다. 혁신위 측은 “참석 의원의 자평(自評)을 인용했는데 앞뒤 맥락이 잘렸다”고 해명했으나, 당내에선 “방송에 좀 안 나오시거나 말씀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조응천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1일 재선 의원(김성환·김한정·백혜련·안호영·황희) 일부와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조찬모임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도 설화가 주된 화제였다. 의원들이 ‘노인 비하’ 발언에 우려를 내비치자, 김 위원장은 “진의와 달리 해석돼 힘들었다. 정치 일선에 있는 국회의원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어 “의도적으로 비하하려는 건 아니었다”라면서도 “그렇게 비칠 소지가 있으니 먼저 조심하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식사 자리를 놓고도 “밥 시간이 되는 사람만 불러놓고, 간담회라는 건 혁신위의 해석”이라는 당내 불만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재선 의원 48중 5명만 참석했기 때문이다. 한 재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모임이라는 건 시기와 내용이 분명해야 하는데, 휴가 시작하는 날 간담회를 하면 뜻이 있어도 되겠느냐”며 “공식적으로 간담회를 공지한 바 없다”고 했다. 이어 “당내 의원 상당수가 혁신위에 대한 기대를 접은 상태”라고 전했다.
여당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노인 비하·폄하 DNA’ 고질병은 못 고친다”며 “김 위원장 본인이야말로 혁신의 대상이자 징계 퇴출의 대상인데, 누구를 혁신하고 징계한다는 건지 참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함량 미달 인물을 임명한 이재명 대표도 연대 책임을 지라”고 따졌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혁신할 건 갈등적 세계관과 우리 사회를 바라보며 표 계산을 앞세워 국민 분할 지배전략을 앞세우는 구태”라고 지적했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김 위원장의 ‘현대판 고려장’ 노인 폄훼 발언을 규탄한다”며 “노인들을 폄훼하고 노인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대한민국의 건국과 번영을 이룩해놓은 기성세대들을 부정하는 망언”이라고 성토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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