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3억 원 혜택' 세법 개정안 두고 민주당 '갈팡질팡'
[류승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신혼부부에게 최대 3억 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해 주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23년 세법 개정안'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개정안 발표 후 당 지도부가 "청년들에게 상실감과 소외감을 줄 것"이라며 완강한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과 달리, 원내에서는 "세수 결손만 해결되면 전향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전면 재검토" 외치는데 일각에선 "논의 가능"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신혼부부에게 증여세 감면 기준을) 기존 5000만 원에서 1인당 1억5000만 원으로 늘려주고, (부부 두 명 기준으로) 총 3억 원까지 증여세를 감면해 주겠다는 취지를 일정 부분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무조건 정부안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우려하는 것은 세수 결손의 문제"라며 "세수 결손에 대한 대책 없이, 또 다른 추가 감세를 하는 게 현시점에서 수용 가능한 이야기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세수 결손 문제가 해결된다면 세법 개정안을 전향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 좀 더 많다"며 "원내에서는 (세법 개정안의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를 중심으로 논의를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중소·중견기업 사업자가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줄 경우, 내야 할 세금 부담을 대폭 낮추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서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이태원참사 유가족 만난 이재명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문제는 김 원내대변인 발언이 그동안 당 지도부가 내놓은 입장과는 온도 차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31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최고위)에서 "또 초부자 감세냐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며 "증여 못 받아서 결혼 못 하는 것 아니다. 이런 방안으로 혜택 볼 계층은 극히 적다"며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박광온 원내대표 역시 지난 7월 28일 "세법 개정안의 최대 수혜자는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이고 서민과 중산층, 취약계층 혜택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감세를 이어가면서 약자 복지를 챙기겠다는 배반적 태도는 국민의 삶을 지킬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회에 진전된 내용을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세법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요구다.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 세법 개정안도 결국은 부자감세로 점철됐다. 대한민국 기획재정부는 자녀가 혼인할 때 3억 원 정도는 쉽게 줄 수 있는 강남·서초만을 위해 존재하냐"고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이 이처럼 엇갈리는 건 신혼부부들에게 3억 원의 세금 혜택을 주는 게 '특혜'에 해당하는 지 관련해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세법 개정안을 두고) 기재위 의원 간 너무나 다양한 시각이 있다"며 "세법 개정안을 받자는 의견, 3억 원은 상속세·증여세의 근간에서 보면 크다는 반대 의견, 아예 출산 시 혜택을 주자는 의견 등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에게 물어보면 다 다른 의견을 줄 것"이라며 "당 대표 역시 개인 의견을 밝힌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의원은 정부·여당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분열시키기 위해 이번 세법 개정안을 들고나온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을 갈라치기 하기 위해 세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고 본다"며 "현재 5000만 원인 (증여세 면제) 기준을 1억 원으로 올려도 괜찮은지 등 수치에 따라 당 내 토론이 격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법안이 통과되는 게 12월일 테니 시간은 아직 많다"고 했다.
기본소득당 "민주당, 당론 밝혀라" 압박
한편 민주당이 세법 개정안을 두고 갈팡질팡한 태도를 보이자 기본소득당은 이날 "민주당의 당론을 밝히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신지혜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재명 당 대표는 초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는데, 원내대변인은 세수만 채워지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저출생 해법이기보다 불공정 자산 증식 해법이기에 전면 재검토 해야 할 사안에 대해 제1야당인 민주당이 오락가락해서야 되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려줄 재산이 없는 가난한 부모에겐 멍울을 남기고, 넉넉해야만 출산과 양육의 자격이 있다는 편견을 강화하는 불공정 세법 개정안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며 "부자 감세를 비판한다면 (민주당이) 당론으로 세법 개정안을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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