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은퇴 후 건물 경비원으로…신중년의 두려운 '인생 3모작'
30년 넘게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은퇴한 60대 A씨는 최근 건물 경비원 일자리를 구했다. A씨는 가능한 교직 경험을 살리는 방향으로 재취업하고 싶었지만, 미리 대비를 하지 못한 탓에 우선 경력과 상관 없는 일자리로 눈을 돌려야 했다.
고령화 심화로 더 일하려는 ‘신중년’이 늘어나고 있지만, A씨처럼 생애 직장에서 쌓인 경험을 살리지 못하고 하향 취업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중년은 2017년 정부의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 구축 계획’에서 유래한 용어로, 노동시장에 계속 머물고자 하는 50~60대 베이비붐 세대를 의미한다.
1일 한국고용정보원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중년 취업자는 1089만7000명으로, 전체 신중년의 69.2%를 차지했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높지 않은 편이다. 연령별 단순노무직 비중을 살펴보면 신중년이 26.3%로, 20대(11.5%)·30대(8.4%)·40대(10.1%) 등 낮은 연령층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종사자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중도 신중년이 74.4%로 가장 높았다.
특히 신중년이 다른 직장으로 이직할 때 기존 경력을 유지하지 못한 채 하향 취업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고용정보원의 ‘신중년 일자리 분석 및 평가’ 보고서를 살펴보면 기존 일자리(주된 일자리)를 유지하는 신중년의 단순노무직 비중은 11.1%인 데 반해, 이직한 신중년의 경우 30.9%로 크게 뛰었다. 퇴직 후 재취업을 하면 단순직 일자리를 갖게 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반면 전문관리직 비중은 13.4%에서 10.9%로, 사무직은 9.3%에서 5.7%로 줄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강민정 고용정보원 전임연구원은 “유지자와 이직자 모두 같은 특성을 가진 신중년 집단인데, 이직 여부에 따라 일자리의 질이 크게 달라지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신중년이 이직 후 재취업으로 맞이하는 일자리는 생애 근로를 통해 축적된 경력과 기술이 유지되기보단 경력 단절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신중년의 일자리는 점점 위협받을 수 있다. 신중년이 재취업하는 직종이 단순직일 가능성이 큰 만큼 단순 일자리가 AI로 대체되면서 재취업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강 연구원은 신중년을 ‘주요한 인적 자원’으로 인식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직업 능력을 활용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고령자 고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강 연구원은 “대다수 젊은 신중년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취업에 도전하다 보니 하향 취업을 선택하게 되고, 정부도 신중년을 복지의 대상으로 바라보니 실효성 있는 고용 지원이 부족하다”며 “젊은 신중년에게 재취업 맞춤형 고용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령 신중년에겐 퇴직 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복지 연계 고용 서비스 제공하는 등 세분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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