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때처럼 설레”…찬란했던 손숙의 60년 연극 인생 [D:현장]

박정선 2023. 8. 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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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60주년 기념 연극 ‘토카타’
8월 19일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개막

배우 손숙은 드라마센터에 오른 유진 오닐의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를 보고 큰 충격을 받고 고대 재학 시절인 1963년 ‘삼각모자’에 주인공으로 연극 인생의 첫발을 뗐다. 이후 연극 ‘어머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위기의 여자’ 등 때론 강한 생명력을 지닌 어머니로, 때론 냉철한 지성과 욕망을 갖춘 여성으로 분하며 척박한 한국 연극계에서 한국 여성 연극의 1인자로서 헌신해왔다.

ⓒ신시컴퍼니

내달 19일 개막하는 연극 ‘토카타’(Toccata)는 한평생을 한국 연극과 함께 했던 손숙의 연극 인생 60년을 맞이해 준비된 무대다.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시컴퍼니 연습실에서 진행된 연습실 공개에서 “그저 배우로 살다 보니 60년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손숙은 “이번 작품을 연습을 하면서 새로운 걸 많이 느꼈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의 느낌을 받았다. 손진책 연출이 배우를 가만두는 연출가가 아니다. 달달 볶는다. 그래서 몸은 힘든데 머리는 굉장히 맑다”면서 “공연을 60년째 하다 보니 연습실 나오고, 공연을 올리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는데 오랜만에 연습실 나오는 게 너무 설레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60년간 연기하면서 하면서 좋은 작품들도 만났고 좋은 제작진과 좋은 배우들을 만났지만 왠지 모를 목마름이 있었다. 예술, 연극이라는 것이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모르는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내 이름을 걸고 하는 마지막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통 기념 공연을 배우의 대표작 중에 택하는 것과 달리 손숙은 새로운 작품, 그것도 실험적인 작품을 택했다. 박명성 프로듀서는 “(손숙의) 대표작을 연기했을 수도 있지만 신선하게 새로운 작품으로, 어렵게 작업을 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손숙은 “60주년 기념 공연이라고 해서 달달한 로맨스 같은 걸 기대했다”라며 웃어 보이면서도 “이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첫 느낌이 너무 신선했다.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이야기를 나눌 여지가 너무 많은 작품이었다. 그런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너무 좋은 작품을 써준 배삼식 작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시컴퍼니

‘토카타’는 익숙한 공연을 리바이벌하는 일반적인 기념 공연의 공식에 따르지 않는다. 장르적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형식의 연극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작품은 ‘접촉하다’ ‘손대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토카레’(toccare, 영어 touch)에서 유래된 작품의 제목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을 말한다.

손 연출은 “2년여 코로나19로 단절된 시간을 겪었다. 연극은 거기서부터 출발했다”면서 “관계의 단절을 이야기 하는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은 중심 이야기 축, 내러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세 명의 인물이 각각 독립된 이야기를 춤과 이야기로 이어나가는 3악장의 연극”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연극에서 하나의 챕터를 두고 ‘장’(章)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과 달리 ‘토카타’는 ‘악장’(樂章)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손 연출은 “토카타는 본래 즉흥적이고 기교적인 건반 음악의 형식을 일컫는다. 우리 작품은 대본을 마치 악보를 보듯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여자 역의 손숙, 남자 역의 김수현, 춤추는 사람 역의 정영두 등 세 명의 배우가 만들어 내는 3중주와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손숙은 “이 작품을 하면서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됐다.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 아이들을 키울 때 행복했던 시절, 남편과의 아름다웠던 순간들은 물론 키우던 개까지 보내고 쓸쓸하게 혼자 남은 노인, 그러나 계속 살아가야 하는 노인의 이야기”라며 “내가 올해 80세인데 실제로 내가 살아온 인생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하고 싶은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손 연출은 “손숙 연극 인생 60년이기도 하지만, 손숙의 인생 80년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삶을 보는 시각이 단순히 ‘슬프다’ ‘고독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삶이라는 것이 이토록 찬란하구나’라는 일종의 삶의 찬가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토카타’는 8월 19일부터 9월 10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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