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자금 3억원 공제…합리적 조정이냐, 부자 감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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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청년에 상실감” 공제 손보기
야당은 신혼부부 각 1억5000만원(기본공제 5000만원+혼인 공제 1억원)까지 증여세가 공제되면 형편이 어려운 가구와 출발점에서부터 차이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증여를 못 받아서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며 “이런 방안은 혜택을 볼 계층이 극히 적어서 많은 청년에게 상실감과 소외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비공개회의에서 결혼이 아닌 출산을 기준으로 공제액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저출산 대책인 만큼 출생신고를 기준으로 공제를 5000만원 늘리고, 부모 증여 기본공제 한도를 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소폭 상향하는 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자녀 한 명을 낳을 때 양가 합산 2억4000만원까지 증여세 공제가 가능하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 배우자가 있는 60세 이상 가구의 평균 순자산(자산-부채)은 6억4700만원이지만, 금융자산으로 따지면 평균 1억2200만원이었다. 전체 가구를 줄 세웠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가구는 순자산 3억8200만원, 금융자산 5200만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 부동산에 치중돼 보유한 현금은 많지 않았다. 부동산 자산이 대부분인 한국 고령층 특성상 자신이 사는 집을 팔지 않으면 자녀의 결혼에 1억5000만원까지 지원하는 게 어렵다는 의미다.
10년간 공제액 그대로…“중산층 혜택”
하지만 전반적인 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조정이라는 반박이 많다. 부모가 증여할 때의 공제한도(10년간 5000만원)는 2014년 결정된 이후 지금까지 변동이 없었다. 그 사이 1인당 국민총소득은 3095만원에서 4249만원으로 37.3% 증가했다. 지난 6월 기준 수도권 주택매매 가격은 평균 5억5000만원, 전셋값은 3억원이다. 30대에 결혼한다고 했을 때 혼인 당사자의 근로소득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1억5000만원을 증여하는 게 부유층에 한정된 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과거 2~3억원이면 구할 수 있던 전셋집이 지금은 기본적으로 4~5억원이 훌쩍 넘는데 이 정도 사는 사람을 부유층이라고 할 수 없다”며 “출산율 제고를 위해선 이 같은 중산층 지원책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의 재산이 소비성향이 높은 자녀세대로 흘러가면 내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여‧야 논의 결과에 따라 공제 한도가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연말 국회에서 논의하는데 민주당이 국회 의석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낮추는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야당이 반대하면서 1%포인트 인하에 그쳤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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