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버틴 자금성 잠겼다…'독수리' 할퀸 베이징, 38명 사망·실종

신경진 2023. 8. 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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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폭우 피해가 가장 극심했던 서쪽 교외의 먼터우커우구의 도로가 잔해에 덮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중순까지 40도를 오르내리는 ‘극한 폭염’을 겪었던 베이징 등 중국 허베이(河北) 지역이 태풍 독수리가 몰고 온 ‘극한 폭우’에 신음하고 있다. 베이징에서만 38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일 베이징시 당국은 이날 오전 6시까지 폭우로 11명이 숨지고 27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베이징시 13개 구 4만4673명이 수해 피해를 입었고, 대피 인원은 12만7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시 당국은 대부분 지역에 여전히 '홍수 홍색 경보'가 발령된 상태라며 홍수와 산사태 피해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중국 기상 당국은 태풍 독수리의 영향권에 든 베이징 일대에 사상 두 번째로 폭우 홍색 경보를 발령했다. 중국의 폭우 경보는 남·황·오렌지·홍색 4단계로 나뉜다. 남·황·오렌지 폭우경보는 각각 12시간·6시간·3시간 이내에 50㎜ 이상의 강우가 예상될 때, 홍색 경보는 3시간 안에 100㎜ 이상의 폭우가 관측될 때 발령한다.

베이징시는 지난달 29일부터 1일 오전 6시까지 평균 강우량이 257.9㎜를 기록했다. 먼터우거우(門頭溝) 구는 470.2㎜, 팡산(房山) 구는 414.6㎜로 측정됐다. 허베이성 린청(臨城)현은 지난달 29일 오전 8시부터 31일 8시까지 48시간 동안 1m에 육박하는 994.6㎜의 강우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베이징 2곳, 허베이 2곳, 산시(山西) 1곳, 산둥 1곳 등 14개 기상관측소가 사상 최대 강우량을 돌파했다고 차이신(財新)은 보도했다.

베이징을 강타한 폭우로 서남부를 흐르는 융딩허의 샤오칭허차오가 붕괴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이징의 명소 자금성도 침수 피해를 보았다. 지난 600여년 동안 침수되지 않았던 자금성의 일부가 무릎 깊이로 침수됐다. '마르코 폴로 다리'로 불리는 루거우차오(盧溝橋·노구교)가 붕괴했다는 소문이 SNS에 퍼졌지만, 루거우차오와 이어진 샤오칭허차오(小淸河橋)가 불어난 융딩허(永定河)의 물살을 못 이기지 못해 일부 교각이 무너진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가 속출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홍수 방지와 재해 구조를 지시했다. 시 주석은 “극단적인 강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 재해가 발생해 베이징과 허베이 일대에서 중대한 인원 사망이 발생했다”며 “전력을 다해 실종자와 고립된 인원을 구조 수색하고, 부상자 치료, 희생자 위로에 힘써 인적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31일 베이징 자금성의 태화전 옆 용머리가 빗물을 뿜어내고 있다. 태풍 독수리 영향으로 베이징 일대에서만 38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신화=연합뉴스


태풍 독수리는 상륙 후 빠르게 소멸하는 여느 태풍과 다른 양상이었다. 베이징 신경보에 따르면 베이징 기상대는 허베이 일대의 고기압대가 태풍의 북상 속도를 늦춰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게 이번 극한 폭우의 원인 중 하나로 분석했다. 태풍 독수리는 지난달 29일 푸젠(福建)성에 상륙 후 저장(浙江)성에 큰 피해를 준 데 이어 베이징까지 인적·물적 손해를 입혔다.

앞서 베이징은 지난달 중순까지 극한 폭염에 시달렸다. 지난 6월 23일부터 사흘 연속으로 40℃를 웃돌아 1951년 기상 관측 이래 처음으로 사흘 연속 폭염 황색경보가 발령됐다.

최고 기온이 35℃ 이상인 고온일은 지난 7월 19일까지 총 28일을 기록해 연간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지금까지 베이징의 연간 최다 고온일 수는 지난 2000년의 26일이었다. 40℃를 넘는 일수도 총 5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중국 국가기후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 16일까지 전국 412개 국가급 기상관측소의 낮 최고 기온이 극한 기후 기준에 도달했다. 또한 허베이 황화이(黃淮·황허 하류와 화이허 북부) 지역 126개 관측소가 극한 고온의 한계치를 넘어섰고, 관측소 200곳은 40℃ 이상을 기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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