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디플레’ 중국, 내수 부양책에도 가계는 “쓸 돈이 없다”

서지원 2023. 8. 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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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동안 중국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함정에 빠졌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경제 회복을 위해 내수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31일 중국의 한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중국 경제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모멘텀은 수십 년간의 초고속 성장 이후 퇴색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의 회복이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7월 경제 지표가 약세를 보였다. 세계 2위 경제가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증거”라고 짚었다.

최근 중국의 경제 지표들은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3으로 집계돼 4개월 연속 50을 밑돌았다. PMI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을, 낮으면 경기 수축을 의미한다. 비제조업 PMI는 51.5로 확장세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앞서 발표된 중국의 올해 2분기 GDP 성장률(6.3%)은 시장 전망치(로이터·7.3%)를 크게 밑돌았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전년 대비 0%)와 생산자물가지수(PPI·-5.4%) 상승률은 디플레이션 징후를 나타냈다는 평이다.

중국 경제성장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OECD]

이에 중국 당국은 연일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31일 중국 거시경제 주무 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소비 회복 및 확대에 관한 20개 조치’를 발표했다. 유급 휴가제를 전면 시행하고, 탄력 근무제를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관광지의 입장료 할인 등 여가 문화 활성화 방안도 담겼다. 지난달 18일 발개위와 상무부 등 13개 부서는 가계 소비 진작을 위한 11개 정책을 별도로 내놨다. 중국 당국이 경기 회복세가 더뎌진 가장 큰 이유를 소비 부진으로 판단해 내수를 촉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돈이 있어야 소비를 할 것 아니냐”라는 반응이다. 이같은 내용의 글이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올라오기도 했다. 경제 활성화의 핵심일 수 있는 주민 소득 증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로 자산 가치가 떨어진 데다가 긴 기간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늘었다. 청년(16~24세) 실업률은 4월부터 석 달 연속 20%를 웃돌면서 역사적인 수준을 기록 중이다. 미래가 불확실해진 소비자들이 돈을 쓰지 않거나,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현재의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4월 11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 구직자들이 몰려든 모습. AFP

전문가들은 중국의 현재 상황이 과거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30년’과 닮은꼴이라고 지적한다. 당시 일본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서 가계와 기업이 소비·투자보다 부채를 갚는 데 집중했다. WSJ은 “중국 당국은 여전히 대규모 통화·재정 정책을 펴지 않고 미봉책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 경제를 자신하는 태도는 역사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경제의 부진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요 둔화로 중국에서 식품‧에너지‧원자재 등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중국 제품의 가격 하락으로 타 국가의 경쟁력이 낮아져 수출과 일자리 타격도 우려된다고 WSJ은 짚었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이 경기 부양책으로 성장 동력을 되찾는다면 추가 디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노무라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연말쯤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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