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처벌법은 학교에서 어떻게 '괴물'이 됐나
[김민석 기자]
▲ 2014년 9월 29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됐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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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총선에서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총선 후 아동학대 방지 및 권리보장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같은 해 9월 아동학대처벌법을 발의했다. 1년 넘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던 법안이 2013년 10월, 계모가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울산 계모 사건'으로 급부상했다.
법안 검토를 위해 공청회를 열자는 당시 야당의 의견 등은 '얼마나 더 많은 아이가 죽어야 법을 만들 것인가!'라는 주장에 밀려났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법안 검토 끝에 2013년 12월 본회의 마지막 날 의결, 2014년 1월 28일 공포, 2014년 9월 29일 전격 시행됐다.
불행하게도 심각한 아동학대는 대부분 가정이라는 폐쇄 공간에서 발생하지만, 학대행위자가 법적 보호자인 까닭에 제3자가 개입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2020년 이후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또는 경찰관에게 긴급히 현장에 출동해 학대 행위를 제지하고 피해 아동을 보호자로부터 격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법률이 아동학대처벌법이다.
아동의 권리와 인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학교와 교사의 존재 이유는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아동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된 아동학대처벌법이 어떻게 학교 현장에서는 '괴물'로 변한 것일까?
아동학대처벌법 첫 번째 핵심, 응급조치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신고받은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경찰관은 지체 없이 아동학대범죄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범죄 현장에 출동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 또는 경찰관은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한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아동학대처벌법 제12조에서 정한 네 가지 응급조치란 ▲아동학대 범죄 행위 제지 ▲아동학대 행위자 격리 ▲피해 아동을 보호시설로 인도 ▲피해 아동을 의료기관으로 인도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과 경찰관에게 사적 공간인 가정의 사안에 개입해 현장에서 아동학대 행위를 제지하고, 피해 아동을 보호시설이나 의료기관으로 격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동학대사례로 판정한 전체 3만7605건 중 현장에서 응급조치가 이뤄진 사례는 9%인 3369건이다. 응급조치 내용은 3호인 피해 아동을 보호시설로 인도 41.6%, 1호인 아동학대 범죄 행위 제지 28.6%, 2호인 학대 행위자 격리 25.9%, 4호인 피해 아동 의료기관 인도 4% 순이다.
전체사례의 9%에 해당하는 3369명의 아동이 현장에 출동한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또는 경찰관에 의해 아동학대행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응급조치를 받은 것이다. 이렇게 아동학대처벌법은 가정에서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 응급조치가 이뤄진 사례를 찾을 수 없다. 폐쇄 공간인 가정과 달리 학교는 출동한 공무원 또는 경찰관이 교사의 학대 행위를 제지하거나 피해 아동을 교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보호시설이나 의료기관으로 격리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에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는 국화와 메모지가 붙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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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조치 다음으로 아동학대처벌법의 핵심 내용은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보호처분'이다. 아동학대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고 형사처벌이 필요한 때 검사는 형사법원에 행위자를 기소한다. 하지만 형사처벌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나 아동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 검사는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보호처분을 가정법원에 요청할 수 있다.
가정법원에서 아동학대 행위자에게 부과할 수 있는 여덟 가지 보호처분은 ▲접근 행위 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친권 또는 후견인 제한 ▲사회봉사·수강명령 ▲보호관찰 ▲감호위탁 ▲치료위탁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상담 위탁이다.
형사처벌의 필요가 없는 정도의 사안에 대해서도 아동 보호를 위해 아동학대 행위자에게 접근금지, 친권 제한, 상담 위탁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아동학대처벌법의 취지는 의미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이후 4년 동안 가정법원에서 결정한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보호처분은 총 6000건이다. 이 중 교사에게 내려진 보호처분은 2.9%인 175건으로 대부분 상담 위탁이다. 응급조치와 마찬가지로 보호처분 또한 학교 내 사안이 아닌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안에 대처하기 위한 제도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아동학대처벌법의 세 번째 핵심, 신고 의무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
아동학대처벌법 제정으로 초·중·고 직원에게도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 신고할 의무가 부과됐다. 신고하지 않는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과태료 처분의 효력은 대단했다.
최근 4년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에 의한 신고는 2018년 9151건(27.3%), 2019년 8836건(23.0%), 2020년 1만973건(28.2%), 2021년 2만3372건(44.9%)이다. 그중 초·중·고교 직원에 의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는 2018년 5168건(16.7%), 2019년 5901건(15.4%), 2020년 3805건(9.9%), 2021년 6065건(11.6%)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배치되기 전인 2020년까지는 신고 의무자 중 초·중·고교 직원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가정 내 사안에 대한 교원의 신고가 포함된 수치이지만, 학부모의 아동학대 주장만으로 관리자에 의한 신고가 기계적으로 이뤄진 현실을 반영한 서글픈 통계다. 학부모 또는 학생의 아동학대 주장만으로 관리자(학교장, 교감)에 의한 아동학대 신고가 이뤄지도록 만든 아동학대처벌법은 학교 공동체를 파괴하는 어둠의 힘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6787명'은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2018년부터 4년간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아동학대 사례로 판정된 후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시스템에 아동학대 행위자로 등록된 유·초·중·고등학교의 교직원 수다. 코로나 기간인 2020년~2021년에는 평균 50% 감소한 인원이지만 적지 않은 인원이다.
범죄 성립이 어려운 가벼운 사안인 때 담임 교체가 이뤄지면 정식 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일부 학부모의 협상 아닌 협상을 고려하면, 실제 아동 학대 민원은 6787건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5924명.' 지방자치단체는 6787건을 아동학대사례로 판정했지만, 수사기관은 87.2%에 해당하는 5924명의 교사에 대해서는 정식 사건처리도 하지 않고 종결했다. 수사할 필요도 없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보호자의 강력한 민원에 따라 5924명의 교사 중 상당한 교사가 담임 교체, 휴직 조치 등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
'863명.' 6787건 중 수사기관에서 정식으로 사건 처리해 수사를 진행한 사건은 863건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동학대 행위자로 등록한 6787명 중 수사기관에서 정식으로 형사 입건된 교사는 863명에 불과하다.
'110명.' 앞서 입건된 863명 중 수사 후 형사처벌을 위해 검찰이 최종 기소한 인원은 110명으로 전체의 1.6%에 불과하다. 6787명 중 110명이 기소됐지만, 벌금형에 해당하는 약식기소가 33명이고 재판에서 6명은 무죄 판결, 나머지는 재판 진행 중이다. 불기소 처분을 받은 753명 중 무혐의 438명, 기소유예 107명, 보호처분 208명이다.
아동학대 신고는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교사에겐 '괴물'이 됐다
6787명 중 기소된 110명을 제외한 6677명의 교사가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른 형사처벌을 면했다. 하지만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넘어야 할 또 다른 시련이 있다. 강력한 담임 교체 요구다.
담임교사를 아동학대 범죄자로 신고한 학부모로선 담임 교체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다.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담임으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신고자인 학부모가 가장 피하고 싶은 현실이다. 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가 교사와의 교육적 관계 맺음을 회복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아동학대사례 3만7605건 중 학대 행위자는 부모 83.7%, 친인척 4%로 사실상 87.7%가 가족에 의해 발생했다. 유치원 교직원은 0.4%, 초·중·고 교직원은 2.9%에 불과하다.
▲ 서초구 S초등학교 교사 추모 및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교사집회가 29일 오후 서울 경복궁역 부근에서 열렸다. 검은색 옷을 입은 참가자들이 ‘교사의 교육권 보장하라!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하라!’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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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권상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교육희망 인터넷판(http://news.eduhope.net)에 중복 송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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