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철근 누락 사태 부른 LH의 관리·감독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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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발주한 전국 아파트 공사 현장의 '철근 누락' 사태는 결국 설계부터 시공, 감리에 이르는 모든 공정이 제 역할을 못 한 '총체적 부실'이 원인이었다.
지난 4월 지하 주차장 붕괴 사태가 일어난 인천 검단 LH 아파트까지 포함하면 무려 92개 단지 중 16곳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될 정도로 사태는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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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발주한 전국 아파트 공사 현장의 ‘철근 누락’ 사태는 결국 설계부터 시공, 감리에 이르는 모든 공정이 제 역할을 못 한 ‘총체적 부실’이 원인이었다. 지난 4월 지하 주차장 붕괴 사태가 일어난 인천 검단 LH 아파트까지 포함하면 무려 92개 단지 중 16곳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될 정도로 사태는 심각했다.
지난달 31일 결국 LH는 공식적으로 사과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책임지고 입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보강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책임소재에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LH는 철근 누락 원인에 대해 구조계산이 제대로 안 됐거나 계산은 됐더라도 설계 도면에 빠진 경우, 현장과의 소통 문제로 시공과정에서 빠진 경우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전단 보강근 등 필수 설계와 시공 누락이 생기게 한 설계·시공·감리 책임자에 대해서는 징계 조치를 비롯해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LH 역시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찌 보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LH는 발주처로서 문제가 된 무량판 구조를 도입해 건물(주차장)을 짓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것도 2017년부터 6년 동안 92곳에서 사업을 진행했다.
LH는 설계서에 최종 승인하고 시공사와 함께 검토와 대안 제시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인천 검단 LH 아파트 붕괴가 발생하기 전까지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최소한 지난해 무량판 구조로 공사 중이던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발생 직후 현장을 꼼꼼히 점검했으면 문제를 파악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무량판 구조는 벽식 구조나 기둥식 구조보다 고난도 공법을 요한다. 기둥과 슬래브(콘크리트 천장)로 구성돼 슬래브의 하중이 기둥을 통해 기초로 전달되며, 내력벽이 아닌 비내력벽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설계→시공(자재 포함)→기술자 숙련도→감리 등이 완벽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이를 단순히 시공사에만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과거에도 무량판 구조 건물의 부실 설계·시공은 대형 참사로 직결됐다.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나산백화점 붕괴(2008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2022년) 등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렇기 때문에 LH는 자체적으로도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면밀히 살폈어야 했다.
다행히 지하주차장 붕괴 사태가 일어난 인천 검단 LH 아파트는 공사 중이었고, 이른 새벽 시간 때에 사고가 발생해 인명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입주 후 붕괴했으면 어떤 끔찍한 사고가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인사사고 없이 입주 전에 문제가 드러난 것이 천만다행이다.
LH는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이라는 위치에 있는 공기업이다. 국민의 주거 안정과 관련된 수십 건의 사업을 매년 진행한다. 당연히 여러 이슈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위치다. 그때마다 LH는 원인 규명, 재발 방지를 외쳤다. 이번에도 외쳤다. 이 외침이 실현될 수 있도록 발주처로서의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는 대대적인 혁신 방안을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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