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들었다 놨다…롤러코스터 주가 에코프로의 진짜 경쟁력은
최근 국내 산업계·주식시장의 화두는 단연 2차전지소재 업체인 에코프로다. 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에 등극(7월 18일)했다가 급락, 다시 황제주로 복귀(28일)하는 일이 최근 보름 새 벌어졌다. 배터리 산업 전망이 밝다지만 롤러코스터를 탄 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에코프로그룹의 ‘진짜’ 경쟁력을 묻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청소기 배터리 만들다 대기업으로 성장
에코프로는 환경소재 개발 바람이 불던 1998년 유해 가스를 제거하는 기능성 흡착제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속 ‘양극활물질’의 생산을 시작한 건 2003년이다. 무선 청소기·전동 공구의 배터리 소재에서 점차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로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회사의 기반이 갖춰진 건 2007년 제일모직의 양극활물질 설비·사업권을 인수하면서다. 양극재 사업이 점점 커지자 에코프로는 2016년 이 부문을 ‘에코프로비엠’으로 물적 분할했다. 2021년 지주사로 전환한 에코프로는 현재 11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이다. 이 중 상장사는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환경 사업을 하는 에코프로에이치엔으로, 올 초부터 전기차·배터리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며 ‘에코프로 3형제’의 주가가 모두 치솟았다.
실제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55% 커지는 등 업계 성장세는 가속 페달을 밟은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5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현재의 5배인 6160억 달러(약 78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경쟁력은 ‘수직 계열화’
그렇다면 수많은 배터리 관련 기업 중에서도 에코프로그룹이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우선 ‘맏형’이 든든하다. 세계 1위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은 글로벌 수요가 점점 높아지는 하이니켈계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과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양극활물질을 만든다. NCA와 NCM을 동시에 만드는 국내 유일 업체로 삼성SDI·SK온 등에 양극재를 공급한다. 전기차 원가의 약 40%를 배터리가, 배터리 원가의 절반을 양극재(양극활물질·도전재·바인더·알루미늄박으로 제조)가 차지한다는 점에서 그 비중을 가늠할 수 있다.
이런 경쟁력 덕에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매출 5조3576억원, 영업이익 38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61%, 232% 늘어났다.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지침에서 양극활물질 등을 배터리 ‘부품’이 아닌 구성 소재로 분류하며 주가는 더욱 올랐다. 부품은 북미에서 제조·조립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만 구성 소재에 대해선 그 규정이 덜 까다로워, 한국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일정 부분 생산해도 IRA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그룹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에코프로비엠을 중심에 둔 ‘양극재 수직 계열화’가 가장 큰 경쟁력이다. 니켈·코발트 등 각종 금속을 섞은 ‘전구체’ 제조(에코프로머티리얼즈)→전구체에 더해야 하는 ‘리튬 화합물’ 제조(에코프로이노베이션)→전구체와 리튬을 조합한 양극활물질을 만들어 ‘양극재’ 제조(에코프로비엠)로 이어지는 전 과정이 그룹 내에서 이뤄진다.
여기에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으로 금속을 회수하는 에코프로CNG, 양극재·전구체 생산에 필요한 고순도 산소·질소를 공급하는 에코프로AP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양극재 생태계’의 완성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주가에 대한 판단은 시장이 하겠지만 우리 기술력과 경쟁력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라며 “전기차뿐 아니라 ESS 시장도 커지고 있어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는 에코프로비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아직 비상장사인 자회사들의 경쟁력도 큰 편이다. 지난 4월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매출 6652억원, 영업이익 389억원을 거뒀다. 모두 전년 대비 두 배가량 올랐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의 매출 역시 성장세다.
글로벌 경쟁 심화…원료·인재 확보 중요
앞길에도 과제는 있다. 가장 큰 핵심 과업은 양극재의 원재료인 광물 확보다. 당장은 IRA의 혜택을 받는 입장이지만 그 요건은 매년 까다로워진다. 안정적인 광물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단 얘기다.
에코프로는 현재 인도네시아·호주·칠레 등에서 니켈·리튬 등을 공급받고 있다. 지난봄,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가 직접 나서 해외 광산 투자 의욕을 밝혔지만 인도네시아 니켈 생산(SK온·중국GEM 합작) 만큼 구체적으로 나온 건은 아직 없다. 주요 리튬 매장국인 멕시코 등이 핵심 광물을 점차 국유화하는 추세라 더욱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글로벌 양극재 업체들의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선점한 미국 시장과 달리 유럽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진출 중이다. “앞으로는 유럽이 주요 경쟁 무대가 될 텐데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양극재 업체들이 생산시설 증설에 앞다퉈 나서고 있어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엔 한계가 있을 것”(유진투자증권)이라는 분석이다.
‘자본과 인재’ 확보 싸움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마당이라 에코프로그룹의 경쟁력 평가는 지금부터라는 지적도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에코프로가 내세우는 수직 계열화가 초기엔 효율적이지만 돈과 사람이 없으면 유지할 수 없다”며 “치밀한 장기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계열사 내부 매출이 주력인 비상장사에 대한 평가는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창업주인 이동채 전 회장이 미공개 정보로 부당이득을 챙겨 지난 5월 법정 구속된 이후로 짊어지게 된 ‘오너 리스크’도 부담이다. 에코프로는 오너 리더십으로 성장해온 회사라 그 무게가 더 무겁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필요한 오너십의 손발이 묶여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불륜녀 신음 소리만 들렸다…몰래 녹음했는데 괜찮다고? | 중앙일보
- 장필순, 애견호텔 고소…업체 "남편 누군줄 아냐 협박 당해" | 중앙일보
- "늙어 보인다" 7년간 열대과일만…유명 비건 인플루언서 사망 | 중앙일보
- 누구는 95만원, 누군 41만원…연금액 가른 '시간의 마법' | 중앙일보
- 창문 두드렸지만…세계 고층건물 오르던 남성 홍콩서 추락사 | 중앙일보
- "출연진 불화로 하차" 가짜뉴스였다…주병진 5년만에 명예회복 | 중앙일보
- "5만원이면 된다, 친구도 생겨"…WP 극찬한 '한국 더위탈출법' | 중앙일보
- 여장남자의 성폭행?…일본 '머리없는 시신' 사건 전말 | 중앙일보
- "불륜의 힘" "도둑놈들"…막장 현수막에, 내 세금 쏟아붓는다 | 중앙일보
- 가수는 마이크 던지고 관객은 유골∙폰 던졌다…요지경 미국 공연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