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터로 남은 최재형 선생 묘…고국에서 부부 합장으로 모신다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넋이 순국 100년 만에 고국에서 부인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와 함께 안장된다.
국가보훈부는 1일 “최재형 선생의 순국 장소로 추정되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흙과 키르기스스탄 공동묘지에 묻혀 있던 부인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를 한국으로 모시기로 했다”며 “원래 최재형 선생의 묘가 있던 국립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08번 자리에 합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훈부에 따르면 최 엘레나 여사의 유해는 오는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온다. 최재형 선생의 고택이기도 한 러시아 우수리스크 소재 최재형 선생 기념관 뒤편 언덕에서 채취된 흙은 오는 11일 반입된다. 보훈부 관계자는 “정우택 국회부의장의 협조 요청 등 의회 외교, 기념사업회와 기업 후원 등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어우러져 가능했다”고 말했다.
보훈부는 또 이번 합장이 지난달 18일 시행된 국립묘지법 개정안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국립묘지법은 최재형 선생처럼 유해를 찾지 못한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에 대해 이름을 기록한 석판 등을 현충원 봉안소에 보존하거나, 영정이나 위패를 배우자 유골과 함께 현충원 봉안당에만 안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개정안에선 유족이 희망할 경우 배우자의 유해와 함께 위패를 현충원 묘에 합장하는 게 가능해졌다.
최재형 선생의 묘는 1970년 서울현충원 애국지사 묘역 108번에 조성됐다가 2009년 가짜 후손에 의해 엉뚱한 시신이 묻혔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 지금은 빈터로 남아있다.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와 유족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에 묘 복원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합장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현재 서울현충원에는 선생의 손자 최 발렌틴의 신청에 따라 선생 부부의 위패가 봉안된 상태다.
'시베리아 동포의 대은인'으로 불리는 최재형 선생은 제정 러시아 시절 군대에 물건을 납품하면서 축적한 전 재산을 무장 독립투쟁과 시베리아 이주 동포를 지원하는 데 바쳤다. 안중근 의사와 함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계획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최재형 선생은 1919년 블라디보스토크에 독립단을 조직한 뒤 무력 항쟁을 주도하다 다음 해 4월 일본군의 총격을 받고 순국했다. 정부는 최재형 선생의 공훈을 기려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최 엘레나 여사는 1897년 최재형 선생과 결혼해 8명의 자녀를 낳았고, 안중근 의사 순국 이후 그의 가족을 보살폈다고 한다. 최재형 선생 순국 이후에는 자녀들과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다 1952년 사망해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부부 합장식은 광복절을 하루 앞둔 오는 14일 ‘백년만의 해후, 꿈에 그리던 조국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열리며 12~13일에는 서울현충원 현충관에 국민추모공간이 마련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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