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집중호우에 무너진 국가 재난 대응체계

김종화 2023. 8. 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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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차관급인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청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건의했다.

자치단체장과 공무원, 경찰이 책임을 방기하는 등 재난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인재(人災)라는 게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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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관리 강화 약속에도 人災
근본 원인 살펴 개선책 마련해야

한덕수 국무총리가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차관급인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청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건의했다. 자치단체장과 공무원, 경찰이 책임을 방기하는 등 재난 대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인재(人災)라는 게 분명해졌다.

지난여름에도 집중호우로 비 피해가 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침수 피해로 3명이 숨진 서울 신림동 반지하 주택을 찾았다가 "어떻게 여기 계신 분들은 미리 대피가 안 됐는가 모르겠네", "퇴근할 때 보니 침수 시작된 아파트 있더라"는 등의 발언을 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공감을 얻기 어려운, 안일한 상황인식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면서 장관들을 모아놓고 호통치고 재해관리 대책 강화를 약속하던 것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올해도 여지없이 또, 천재였으나 결국은 인재인 일이 벌어졌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나.

심리학, 정신의학의 용어 중에 ‘귀인(歸因attribution)’이라는 말이 있다. 일이 잘되든 못되든 결과가 나오면 사람은 그에 대해 원인을 찾기 마련인데, 이를 귀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원인 규명이 언제나 논리적이고 타당한 분석에 따라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 마음의 안정을 위해 어떤 특정한 원인을 지목하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 속담 중에 일이 안 될 때 그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태도를 비유적으로 일러 ‘잘되면 제 탓, ‘안되면 조상 탓’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귀인의 ‘이기적 편향성’을 드러낸 말이다. 무조건 외부 탓, 남 탓만 해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내 탓만 해서는 자존감이 무너지고 우울증이 올 테니, 균형감각과 논리적 사고력을 갖추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다.

가뭄이 들거나 역병이 돌면 신이 노여워서라거나 나랏님이 실격인 탓이라 귀인하던 시대가 가고 합리와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철저한 조사로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소재를 추궁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재난, 대형사고, 사회적 갈등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죽음이 벌어질 때마다, 과연 누구의 잘못이고 누가 책임을 해태했느냐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개인 간, 집단 간 갈등이 첨예하게 불거진다. 비상식적인 귀인과 편협한 주장을 자양분 삼아 편 가르기가 난무하고, 민심을 대변한다는 허울을 쓰고 본인과 소속 당에 유리하게 태세를 몰아가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다.

또한, 수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이 ‘누구’를 밝혀내는 과정의 끝에는 항상 ‘국가’가 호명된다. 시작은 바닥부터 갈아엎고 몸통을 대수술할 것같이 소란스러웠지만, 끝은 몇 명의 일선 실무자, 하급 관리자 처벌의 꼬리 자르기로 끝나는 모습도 자주 봐왔다.

국민들 역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이게 나라냐, 내가 낸 세금은 어디로 갔냐면서 무능한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분노를 분출하지만, 어느새 체념의 단계를 지나 무관심과 망각으로 수렴된다.

정부의 아마추어 같은 실정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국가의 보호 체계를 믿지 못해 불안해하며 각자도생에 나서는 상황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행복청장에 대한 인사조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부실 대응의 근본 원인이 매뉴얼과 시스템 부재 때문인지, 고질적인 인력 부족의 문제인지 등을 명확하게 살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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