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락 말락' 열병식 총지휘...'임신설' 김여정, 얼굴 드러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행사(북한은 '전승절'로 명명)를 계기로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북한이 조만간 국경을 개방하고 인적·물적 교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여정의 본격적 대외 활동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열병식 총감독 역할은 여전
지난달 27일 북한이 진행한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김여정은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사 전반을 총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지난 2월 열린 북한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와 비슷했다.
북한이 공개한 열병식 실황 영상에서 그로 추정되는 인물이 처음으로 포착된 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병식 주석단에 올라와 화동들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에서다. 김정은을 수행하던 북한군 장성들 대열에서 이탈하며 김정은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김여정의 모습이 보였다.
김여정이 열병식 현장에서 확실하게 얼굴을 드러낸 건 북한이 지난달 3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한 '만대에 떨쳐가리 위대한 전승의 영광을!'이란 제목의 기록영화에서다.
2박 3일 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려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주석단 한편에서 김정은이 환송하는 장면을 보면, 배석한 간부들 사이에서 김여정이 비교적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앞으로는 최선희 외무상도 보였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김여정이 열병식 행사 전반을 총괄하는 연출감독 역할을 여전히 맡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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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맹 강조 中대표단 행사엔 직접 등판
김정은은 열병식 이튿날 리훙중(李鴻忠)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중국 당정 대표단을 초청해 연회를 열었는데, 김여정이 직접 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 부부장급이 연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지만, 북·중 간 '혈맹'을 고려해 백두혈통인 김여정이 직접 등판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여정은 2018년 평창 겨울 올림픽 당시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바북했을 때는 노동당 부위원장들과 나란히 서서 영접하는 등 외교무대의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9월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김여정이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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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행 속 담화 정치로 '임신설'도
김여정이 전승절 관련 행사를 계기로 모습을 드러낸 건 약 세달여 만이다. 지난 4월 13일 '화성-18형' 2차 시험발사 현장을 참관한 게 관영 매체를 통해 보도된 마지막 공개활동이었다.
그러면서도 6월 1·3일(위성발사 권리 관련), 7월 10·11일(美정찰기 경제수역 침범 관련), 7월 13·17일(美전략자산 전개 관련) 등 여섯 차례나 대미·대남 담화를 내놓으며 대외정책에 관여했다.
이 때문에 대북 정보 라인에서는 김여정이 임신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익명을 원한 정보 라인 관계자는 "김여정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임신 가능성을 포함한 건강 문제까지 염두에 두고 동향을 추적했다"며 "정전협정 기념일을 계기로 대외활동을 재개한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이 한·미가 연합군사훈련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8월을 앞두고 공개활동을 재개한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가 당분간 김정은의 '입' 역할을 담당하며 대미·대남 업무를 이끌어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김여정이 2019년 '하노이 노 딜' 이후 대외정책에 깊이 관여하는 모습"이라며 "외교무대에서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내 왔기 때문에 김정은도 경색국면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김여정 활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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