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식 레전드 페레이라, UFC 두 체급 신화쓸까?
[김종수 기자]
▲ 장기인 타격으로 얀 블라호비치를 압박하는 알렉스 페레이라(사진 왼쪽) |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전 UFC 미들급 챔피언 알렉스 페레이라(36·브라질)가 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얀 블라호비치(40·폴란드)를 판정으로 제압하고 라이트헤비급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상위체급 챔피언 출신과의 경기답게 승부는 만만치 않았다. 경기 내내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고 스플릿 판정(29-28, 28-29, 29-28)으로 아슬아슬하게 승패가 갈렸다. 어쨌거나 상위체급 데뷔 전부터 빅네임을 잡아낸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연착륙이다는 평가다.
UFC 미들급 챔피언 경력에 상위 체급 데뷔전에서 전 챔피언을 상대한 점 그리고 적지않은 나이까지… 이런저런 요소를 살펴보면 페레이라는 많은 전적을 가지고 있는 백전노장같이 보인다. 하지만 그의 종합격투기 경력을 보면 의외로 짧고 간결하다. 그는 2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MMA에 데뷔해 이날 경기까지 포함해 총 10전을 뛰었을 뿐이다.
8승 2패를 기록했으며 타격이 좋은 선수답게 6번을 넉아웃 승리로 장식했다. 중소단체에서 3승을 거두고 곧장 UFC에 입성했으며 역시 3승 만에 미들급 도전자 타이틀 자격을 얻어냈다. 이후 체급내에서 탄탄한 위상을 굳히고 있던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33·나이지리아)와 맞붙어 5라운드 TKO승으로 벨트를 가져간다.
비록 2차전에서 다시 빼앗기기는 했지만 둘의 뺏고 뺏기는 공방전은 많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처럼 특혜에 가까운 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페레이라의 탄탄한 경력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그는 종합 파이터로서의 전적은 많지 않지만 입식격투기 쪽에서는 그야말로 레전드다.
WAKO, WGP 등에서 타이틀을 차지한 것을 비롯 세계최고 입식격투단체 '글로리(Glory)'로 넘어와 미들급, 라이트헤비급 2체급 챔피언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당시 입식선수로 뛰고 있던 아데산야와의 2번의 맞대결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고 아르템 바키토프와도 1승 1패로 호각세를 가져갔다.
바키토프에게는 1차전 승리 후 2차전에서 리벤지를 허용했는데 사실상 페레이라가 이겼다는 의견이 더 많을 만큼 판정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어쨌거나 동시대 미들급, 라이트헤비급에서는 최강자 중 한 명으로 제대로 이름을 남겼다. 이러한 명성이 종합격투기로 전향해서도 큰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
▲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의 숙적이었던 알렉스 페레이라(사진 왼쪽). 이제 그는 윗체급인 라이트헤비급 대권을 노린다. |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라이트헤비급으로 월장해서 바로 전 챔피언과 맞붙을 수 있었던 것도 빠르게 이름을 알렸던 이유가 크다. 페레이라는 경기 초반 블라호비치의 레슬링에 고전을 면치못했다. 블라호비치 또한 한방 파워가 있었지만 정상급 스트라이커 페레이라와는 스탠딩 대결을 펼칠 생각이 없어보였다. 원레그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며 철장으로 페레이라를 밀어붙였다.
페레이라는 나름 잘 버티어냈으나 집요하게 다리를 잡고 늘어지며 테이크다운에 온힘을 쏟아붓는 블라호비치의 공세를 모두 막아내기는 힘들었다. 수차례 그라운드로 끌려내려갔고 계속해서 백포지션을 허용하며 리어네이키드 초크의 위협을 받았다. 특히 등 뒤에 올라타서 들어가는 공격은 금세라도 경기를 끝내버릴 듯 위험천만하기 그지없었다. 페레이라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으로 경기가 흘러갔다.
하지만 페레이라는 강했다. 위험했던 그래플링 공방전에서 침착하게 잘견디어내며 1라운드를 살아남았다. 1라운드에서 끝내지 못했던 블라호비치는 2라운드부터 지쳐가기 시작했다. 해발 1500미터 고산지대에서 익숙치 않은 레슬링을 사용했던 탓인지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져갔다. 다시 한번 테이크다운에 성공하며 그라운드로 전장을 몰고갔지만 이번에는 페레이라가 떨치고 일어났다.
힘이 떨어진 블라호비치의 레슬링은 1라운드 때처럼 위협적이지 못했다. 페레이라는 로우킥과 잽을 활용해 압박했고, 짧지만 예리한 훅과 어퍼컷이 쉴새없이 블라호비치의 안면과 바디를 두드렸다. 블라호비치는 자신도 펀치를 휘두르며 거칠게 반항했으나 몇 번 타격을 섞다보면 어느새 케이지 구석으로 몰리고를 반복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3라운드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 블라호비치가 마지막 힘을 짜내 테이크다운에 성공했으나 페레이라가 전반적으로 타격에서 앞섰다. 스탠딩에서의 공격횟수 및 압박 그리고 정타 모두에서 우위에 있었다. 결국 승부는 판정까지 갔고 레퍼리 3명 중 2명이 페레이라의 손을 들어줬다.
전챔피언 블라호비치와의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함에 따라 페레이라는 공석인 UFC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에 도전할 유력 후보가 됐다. 챔피언 자마할 힐(32·미국)이 아킬레스건 파열로 타이틀을 반납하면서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자리는 비어있는 상태다. 페레이라와 함께 부상으로 타이틀을 반납했던 전 챔피언 유리 프로하스카(30·체코)가 타이틀전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페레이라는 승리 후 가진 인터뷰를 통해 "나 스스로의 의지로 라이트헤비급을 선택하고 올라왔다. 오직 벨트만 생각하고 있다.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으니 타이틀을 걸고 싸우고 싶다"며 타이틀전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않았다. 입식 레전드 페레이라가 미들급에 이어 라이트헤비급 벨트마저 휘감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새벽 2시 조종사 아들의 전화... 아버지는 무너졌다
- '순살 아파트' 철근공 "아파트 철근, 20~30년 전의 반만 넣고 있다"
- '1호 영업사원' 윤 대통령? 절규가 절로 나온다
- 일본 시인의 양심... "오염수 탱크가 일본땅 절반을 메우더라도"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휘발공화국
- 화상 환자 속출... 저는 피닉스에 살고 있습니다
- '사상 검증' 게임사 앞 트럭 시위 "부당해고" "환불하라"
- '미얀마의 봄' 언제쯤 올까... 군정, 국가비상사태 또 연장
- [10분 뉴스정복] '반쪽' 방통위, 벌써부터 이동관 탄핵설 나온다
- 공수처가 수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