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가 보낸 손편지와 진단서, 의료정보격차 해소 의지 다져"

이명환 2023. 8. 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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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테서 대표
진단서 쉽게 설명해주는 '온톨' 서비스
이수현 테서 대표가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명환 기자]

강남구에 위치한 의료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테서(Tesser) 본사에 최근 한 묶음의 서류가 배송됐다. 자신을 암 환자라고 밝힌 고객이 보낸 서류에는 직접 손으로 눌러 쓴 편지와 진단서, 진료기록, 의료영상이 있었다. 편지에는 결과지를 이해하고 싶은데 전혀 알 수 없어 답답했다는 하소연이 적혀 있었다. 테서는 이 환자에게 자사의 ‘온톨’을 이용한 분석 결과를 전달했다. 이수현 테서 대표는 "편지를 받아보고 나니 환자들의 정보격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며 "(환자들에게) 최대한 쉽게 이해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했다.

테서는 헬스케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지금은 환자의 의료 진단서를 AI를 이용해 해석해주는 ‘온톨’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의료영상을 3차원(3D) 모델링으로 변환해 환자가 보기 쉽게 해주는 ‘온톨 3D’ 역시 전용 웹 페이지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 대표가 온톨의 개발에 나선 건 환자와 의사 사이의 ‘의료 격차’를 해결해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이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온 환자가 그랬듯, 환자들이 받는 진단서에는 의학 전문용어와 영어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의료진이 환자 개개인에게 진단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경우도 많지만, 진료 시간이 제한되는 등의 문제로 설명이 불충분한 경우도 많다. 이 점에 착안해 AI를 활용, 진단서를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서비스인 온톨을 개발했다.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온톨은 서비스 초기임에도 암이나 희귀난치병 환우 모임 등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온톨 앱에서 검사지를 간편하게 업로드하면 의학 지식이 부족한 환자들도 알기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검사지를 해석하는 데는 AI와 문자인식, 자연어 처리와 같은 기술들이 활용된다. 환자들이 직접 촬영한 진단서에서 문자를 추출한 뒤 이를 AI를 활용해 분석한다. 이후 분석한 내용을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온톨 애플리케이션. [이미지출처=온톨 애플리케이션 캡처]

서비스의 특성상 AI의 환자 데이터 학습이 중요한데, 지금도 환자들의 진단서를 분석하면서 AI의 분석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온톨을 이용해본 환자들이 앱스토어에 남긴 감사하다는 리뷰들은 서비스 개발의 원동력이 됐다. 이 대표는 "최근 한 이용자가 ‘돈을 내고서라도 쓰고 싶을 정도의 앱’이라는 리뷰를 남겼는데, 제일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보호 역시 테서에게 중요한 문제다. 온톨 서비스가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의료정보를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테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도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필수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진단서를 분석할 때도 이름 등 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익명화한 뒤 분석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테서의 직원이 의료 데이터에 접근해야 할 때는 접근 일시와 목적 등이 모두 기록된다. 이 대표 역시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다뤄질 수 있는 보안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990년생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CEO다. 대학 시절부터 건강과 관련된 서비스 제공에 관심을 갖던 중 소프트웨어 개발을 접하게 됐고, 전공인 한의학과 무관하게 5년 가까이 프로그래밍과 개발 관련 지식을 혼자서 익혔다. 프로그래밍 경력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는데, 그 덕에 기초적인 개발 지식을 갖추고 있어 대학에서도 흥미를 잃지 않았다.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할 정도로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이후 창업을 결심하고 2019년에 안재성 공동대표와 테서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온톨을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키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진단서 분석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지만, 환우들이 앱 안에서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추가할 예정이다. 현재는 웹 페이지를 통해 별도로 제공하고 있는 온톨 3D 서비스도 온톨 앱에 통합할 예정이다. 의료 진단서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결과서도 알기 쉽게 분석해주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서비스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린 뒤에는 병원 등을 대상으로 기업간거래(B2B) 수익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달 초에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빠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쯤 다음 투자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대표의 목표는 명확했다. 그는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게 최우선적인 목표"라며 "이를 기반으로 더 넓은 영역으로 넓혀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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