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人터뷰]이광재 "국민 삶이 정치인 성적표…정치인 생존 인덱스 도입"

나주석 2023. 8. 1. 0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인터뷰
AI+빅데이터 등 입법과 접목
노무현 전 대통령 보좌진 출신 '기술' 올인

"아이의 성적표가 엄마의 성적표는 아니죠. 하지만 국민의 삶이 정치인의 성적표가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기초단체장부터 국회의원, 대통령까지 평가하는 지표를 법으로 만들어 1년에 한 번씩 공개하는 이른바 ‘정치인 생존 인덱스’를 제안했다.

지난해 7월 국회 사무총장에 취임한 그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3선 중진의원을 지냈으며,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강원도지사를 역임했다. 국가미래전략을 위한 싱크탱크 여시재에서도 활동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런 경험을 통해 난세와 치세를 가르는 것은 리더십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를 위한 정치 개혁으로 정치인의 성적을 매길 수 있는 인덱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치인 생존 인덱스는 이 사무총장의 오랜 고민의 산물이다. 그는 국가와 개인, 사회통합지수 등 3대 지수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지표를 소개했다. 이 사무총장은 "국가는 국내총생산(GDP)·지역내총생산(GRDP)·잠재성장률·생산성 등으로 볼 수 있고, 국민의 삶의 질은 일자리와 소득·주거·보육·교육·건강과 의료·노후 연금·문화생활 등으로, 사회통합지수는 빈부 격차·계층간 이동성·시위 건수·소송 건수 등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서 "1년에 한 번씩 대통령부터 기초단체장까지 성적표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정치인에 대한 평가에서부터 국가의 재정이 어디에 필요한지 등 파악하는 등 재정 개혁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 평가표가 도입되면 정치는 UFC(이종격투기 대회)에서 기록 경기장으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년간 국회 사무총장을 맡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의정활동에 접목하는 노력을 해왔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이실직고’라는 스튜디오를 조만간 열어 국회의원과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의원외교 활성화에도 공을 들였던 이 사무총장은 "기술 전쟁에서 승자가 되는 것이 외교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술부대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사무총장과 일문일답.

-사무총장을 맡은 뒤 ‘일류국회가 되어야 일류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일류의 조건은 무엇인가.

=지금은 한국의 경제는 선진국인데, 행복은 후진국이다. 국가도 국민도 함께 잘 사는 나라가 일류 국가다. 이를 위해 국민이 정치인들을 평가하고 성장시키고 도태시키는 근본적인 정치 혁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흥민 선수도 결과로 평가를 받는데 정치인은 무엇으로 평가를 하나. 평가지표를 법으로 만들어 1년에 한 번씩 공개하면 정치인들은 아마 그 성적을 채우느라 정신없이 일할 것이다.

-계량화가 가능한가.

=국가와 국민이 함께 부강하고 잘 사는 기준을 3대 분야에 걸쳐 평가하면 국민은 정치인을 욕할 필요 없이 그 평가표만 보면 될 것이다. 법으로 도입해, 언론기관과 전문기관이 참여해 측정하면 될 것이다. 그동안 정치인들은 막연히 GDP로만 평가했는데, 그러다 보니 나라는 잘 사는 데 국민의 삶이 나빠졌다. 어떻게 보면 산업화, 민주화 이후에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국가 예산제도까지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다. 어디에 돈이 들어가야 하는지 국민이 알 수 있게 된다.

-지난 1년간 국회사무처에서 추진한 개혁은 무엇인가?

=지금은 권력과 정치의 결별 상태다. 권력은 무엇을 할 수 있는 힘이고, 정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능력인데 우리는 오로지 권력만 추구하고 있다. 정치가 살아나야 하는데, 이를 과학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AI와 빅데이터를 도입했다. 어떤 선택을 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통계적으로 보여줘 정치인들이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지금은 한쪽이 탈원전 이야기만 하고, 다른 쪽은 신재생에너지만 이야기한다. 하지만 최선의 선택을 위해선 과학적 통계가 필요하다.

또 목소리 큰 국회의원이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고 일하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이제 실시간으로 국민에게 직접 고한다’(이실직고)라는 스튜디오가 곧 오픈한다. 한 해 1400개 정도 국회에서 세미나가 열리는데 유튜브로 중계하는 것이다. 국회 도서관이나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도 잘 된 보고서의 경우 작성한 연구자들이 유튜브에 나와 설명하게 된다. 한 마디로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다.

-의원외교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한미 의원연맹은 성사될 수 있나

=올해 중 김진표 의장님이 미국을 방문한다. 그동안 많은 이야기가 오간 만큼 한미의원연맹이 탄생할 것으로 본다. 미국 워싱턴에 한미의원연맹 교류센터를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 김 의장은 이것을 무역센터에 설치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과거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았다. 최근 우리나라 외교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전 세계를 운동장으로 쓰는 지혜로운 외교가 됐으면 좋겠다. 미·중 패권전쟁의 본질은 기술 전쟁이다. 이 기술 전쟁에 기반한 세계 질서 재편기에 우리가 반도체와 같은 기술 10개만 있으면, 우리의 안보이자 경제가 될 것이다. 이 기술 전쟁의 승자가 되기 위한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우리 외교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 부대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주요 선진국에는 모두 보내고 실리콘밸리의 경우 아예 영사를 기술직으로 보내야 한다.

-국회에서 입법영향평가 필요성이 커졌지만, 입법권 제한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5년간 국회에서는 연평균 1673건의 법률이 의결됐다. 미국은 503개, 영국은 36개, 프랑스는 49개, 독일은 124개다. 활동한 결과라고 볼 수 있지만, 법을 만들면 결국은 시행령이 되고 지방에서 조례가 탄생한다. 법은 반드시 행정비용이나 규제처럼 어떤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이것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정치가 양극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 양극화는 100대 0의 독점주의 때문이다. 정치가 공존하기 위해선 헌법과 선거법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야당이 되면 감옥에 가는 것으로 여긴다면 끝없이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다. 국민의 삶이 어려워져 분노의 사회가 된 것도 (정치 양극화의) 또 다른 이유다. 국가와 국민이 함께 더불어 잘 살기 위해선 국민의 삶의 질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 국민투표법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 어떤 사안이 생기면 분열의 시간을 오래 갖지 말고 빨리빨리 결정하는 것이다. 법을 바꿔 주요 선거 때 국민들의 의사를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1000만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도 할 수 있다.

-김 의장이 선거제도 마지노선을 제헌절로 정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어떻게 풀어야 하나

=선거법은 대통령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어느 정당이 내년에 이길지 모르는 상황이 돼야 선거법 협상이 가능하다. 무당층이 계속 늘어나면서 선거제도 개편 여건은 많이 성숙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결단을 못 내리고 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는 것이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정치권에 공감대가 많기 때문에 지켜보면 좋겠다.

-향후 정치 활동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후퇴하지 않고 전진하는 ‘역사 발전의 도구’로 써달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처럼 역사가 발전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지점을 찾고 있다. 그게 과연 무엇이 될지 생각을 많이 한다. 지금은 국회 사무총장인만큼 시작한 일을 잘 마무리짓고 싶다. 앞날을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맡은 일에서 결과를 얻어야 그 다음도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광재가 '기술'에 올인하는 까닭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어린 시절 변리사를 꿈꿨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국력은 경제력에서 나오고, 경제력은 기술력에서 나오며, 기술력은 교육에서 나온다"는 말을 ‘공식’처럼 외우라고 촉구했다.

이 사무총장의 기술과 각별한 데는 정치권 입문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사로 모신 영향이 크다.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 시절 보좌진을 지낸 이 사무총장은 첫 면접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역사 발전의 도구로 써달라'고 말해 삶을 흔드는 경험을 했다.

이 사무총장 "노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에 거의 최초로 전자수첩을 쓰신 분"이라면서 "당시 굉장히 비싼 컴퓨터를 (보좌진에게) 사주고, 랜으로 연결해 문서를 공유하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매뉴얼이 없고 기록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매년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된다고 말해왔다"며 "그래서 국가기록보존소가 만들어지고, 대통령실에 이지원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소개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보좌진에게 전자신문을 보게 하고, 전시회 등을 찾아다니라고 주문하기도 했었다.

이같은 경험은 이 사무총장이 국회 살림을 도맡은 뒤 실천에 옮겼다. 국회는 지난달 5일부터 자율주행 로보셔틀 운행을 시작했다. 이 자율주행차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국회를 방문하는 이들이 탑승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 사무처는 내년에는 운행노선 추가를 통해 서비스 대상지역을 '국회-여의도역'구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자율주행차를 도입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국회를 규제 특구로 만든 것도, 정치는 현재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고 미래의 문을 여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라며 "미래의 문을 열려면 규제를 깨야 한다. 실험을 해봐야 한다. 그렇게 실험을 해서 오류를 줄여나가는 게 인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다. 기술이라는 것은 이 실험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세상의 진화는 결국은 생각의 진화에서 온다"며 "기술이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동력 중에 하나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