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 복직”…주호민 몰래 녹음에 대한 판단은

권남영 2023. 8. 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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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주호민. 주호민 인스타그램 캡처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이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신고해 직위 해제됐던 특수교사가 복직됐다. 주호민을 향한 싸늘한 여론과 더불어 주호민이 아들과 교사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을 두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주호민은 경기도 용인시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 A씨가 자폐 성향을 가진 자신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지난해 9월 고소했는데, 당시 아들 가방에 몰래 넣어 등교시킨 녹음기에 담긴 교사의 발언을 증거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 이에 따라 알게 된 통신 또는 대화 내용을 공개한 자에 대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대화를 하는 타인 간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호민이 아들과 교사의 대화를 제3자 입장에서 녹음한 것은 법률상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공익성과 불가피성을 인정받으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법원은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사건에서 부모의 ‘몰래 녹음’ 행위의 공익성과 증거능력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2020년 아동학대 사건에서 학부모가 교사의 발언을 몰래 녹음했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학대 행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어 부모가 이를 확인하고 방지하기 위해 녹음한 것은 녹음자(부모)와 대화자를 동일시할 정도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시했다.

주호민이 통비법 위반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교사 측이 ‘역고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 이 경우에는 주호민이 몰래 녹음하게 된 경위가 명확해야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교사의 학대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정황이 있었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웹툰 작가 주호민. 주호민 인스타그램 캡처


한편 특수교사 A씨는 1일자로 복직됐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웹툰 작가의 발달 장애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아동학대 신고를 받아 직위 해제된 경기도 한 초등학교 특수교육 선생님을 복직시키기로 했다”며 “이번 사건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교육감은 “이제 선생님들이 더 이상 혼자 대응하지 않도록 교육청이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면서 “교사도 전문직이지만 특수아동 교사는 그중에서도 더 깊은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다. 앞으로 교육청은 진상이 명백하게 규명되기 전까지는 선생님들에 대한 무분별한 직위해제를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주호민이 특수교사 A씨를 지난해 고소한 사실이 최근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맞물려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주호민 측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과 검찰은 A씨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그를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직위해제돼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 대한 수업 결손 기간이 6일 생겼다.

온라인에서는 주호민이 교사를 무리하게 고소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의료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부모 된 마음으로 주호민씨 행동이 이해되는 부분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특수아동들 미래에 악영향을 준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며 “앞으로 주씨의 아들을 담당할 모든 교사들은 항상 주씨의 아들이 녹음기를 소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학교의 학부모와 동료 교사들은 A씨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 80여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 소속 배재희 특수교사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은 도를 넘었다”며 주호민을 직격했다. 그는 “버스에서 대변 본 지적장애 제자, 그 아이 놀림 받을까 봐 손으로 얼른 주워 담은 것 상상해본 적 있나. 난 단 한 번도 역겹다고, 더럽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 “우리 특수교사 후배들, 그 학력에, 그 월급 받고 차마 못할 일 감당하고 산다. 동료들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도 눈물 난다. 빨리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논란에 대해 주호민은 지난달 26일 “(수업 시간) 녹음에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 있었다. 우리 아이에게 매우 적절치 않은 언행을 했으며 이는 명백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관련 사안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였는지 여부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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