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서 자유로운 자, 스톡옵션 매도에 돌을 던져라 [기자수첩-산업IT]

임직원에 동기 부여하는 스톡옵션, 원할 때 매각 못하면 무슨 소용?
미공개 정보 활용 등 불법 아니라면 '색안경' 벗고 봐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전경. ⓒ한국거래소

“월급쟁이가 거기서 거기죠 뭐. 임원이라고 얼마나 다르겠어요.”

모 기업 임원은 사담(私談) 자리에서 소소한 직장 생활 얘길 하다 본인이 ‘부유층’으로 부각되자 손사래를 치며 이같이 말했다.

‘임원’이란 자리는 샐러리맨으로서 등급을 매기자면 상위에 속한다. 하지만 CEO(최고경영자) 정도의 ‘만랩’을 찍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월급쟁이다. 심지어 고용 안정 측면에서 리스크가 큰 ‘비정규직’이기도 하다.

자녀 교육비, 결혼 자금, 은퇴 후 생활비 등 기자와 같은 서민들이 하는 고민을 이들도 똑같이 한다.

회사 입장에서 이들에게 안정적 환경을 부여하고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다. 바로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다.

스톡옵션은 당장의 비용 지출 없이도 임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런 이유로 요즘은 임원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스톡옵션이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임원에게는 좀 더 많은 스톡옵션이 주어지겠지만, 시스템은 동일하다.

샐러리맨 입장에서 스톡옵션을 잘 활용하면 연봉 외의 ‘가욋돈’을 손에 쥘 수 있다. 회사에서도 충성도 제고와 능력 발휘의 대가로 내건 ‘당근’이니 우리사주 보호예수 기간만 어기지 않는다면 매도 여부는 본인의 자유다.

어떤 이는 적정 시기에 팔아 대박을 치기도 하고 다른 이는 최악의 타이밍에 팔아 쪽박을 차기도 한다. 모두 선택하기 나름이다.

일반 직원과 임원의 차이는 여기서 난다. 직원들은 언제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주식을 매도하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상장사의 임원은 주식 매도 여부와 시점이 공시를 통해 만 천하에 공개된다.

물론 일반 직원들보다 회사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임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는 부조리를 막기 위한 제도지만, 상당수의 임원들은 이 때문에 억울하게 의심을 사기도 한다.

최근 주식시장의 핫이슈로 떠오른 A사는 실제 기업가치 이상으로 주가가 치솟았다가 등락을 거듭했다. 그 와중에 주식을 매도한 이 회사 임원들은 졸지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실명이 오르며 의심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실제 이들이 주식을 매도한 직후 이 회사 주가는 급등했다. 심지어 지난해 공시를 찾아보면 지금에 비해 주가가 형편없던 시절에 주식을 매도한 사례가 더 많이 발견된다.

A사의 주가 흐름이 내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고, A사 임원들이 그 정보에 정통한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주식 매도 타이밍은 지능지수를 의심케 할 정도로 형편없어 보인다.

업계에서는 임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 후 매도 타이밍을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일반 주식투자자들처럼 주가 흐름상 고점에 인접했다는 판단을 했거나, 주식담보대출 상환 등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경우다.

여기에 지분 보유량이 많은 이(주로 임원)라면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일부 보유 주식을 매도하기도 한다. 현행 세법상 상장주식 보유액이 10억원 이상이거나 일정 지분율에 해당할 경우 대주주로 분류해 주식 양도차익에 20~25%의 세금을 매긴다. 지분율은 높지 않더라도 주가가 급등하면 본의 아니게 ‘10억원 이상 보유’ 조건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스톡옵션은 매일 그저 그런 월급을 받아 빠듯하게 살아가는 샐러리맨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라면 그걸 활용해 돈을 벌었다고 시샘할지언정 비난할 일은 아니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거액을 챙기고 소액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부 오너와 경영진들에겐 철퇴를 가해야겠지만, 정당한 스톡옵션 행사까지 비난받는 일은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