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배치계획서, 복마전의 시작 [건설감리의 세계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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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伏魔殿)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낙찰자는 감리배치계획서를 교묘하게 작성한다.
건축·토목·기계·소방·전기·통신 감리를 상주와 비상주로 구분, 배치한다.
기술인 A씨는 "발주자는 감리계약 전에 반드시 감리배치계획서를 확인하고 적정기간 동안 감리를 배치하지 않는 배치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업체는 배제하거나 계약을 취소해야한다"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감리 회사를 거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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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伏魔殿)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풀어쓰면 ‘마귀가 엎드린(혹은 숨은) 전각’이다. 비밀리에 나쁜 일을 꾸미거나 활동하는 곳을 비유로 쓰는 말이다. 감리업계를 심층으로 다루면서 많은 이야기를 접하고 있다. 이 바닥은 업계 스스로가 인정하는 상상 이상의 작당 모의 소굴이다. 고령화와 모순된 제도는 별개 문제다.
“업계에선 감리를 복마전이라 합니다”
현직 기술인이 전하는 ‘감리의 세계’는 의문투성이다. 서류를 조작해 없는 인력을 만들고, 심지어 죽은 이도 버젓이 활동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유령감리, 페이퍼감리가 활개를 친다.
감리는 △건설기술진흥법 감리 △주택법 감리 △건축법 감리로 구분한다. 이중 건진법 감리는 관급공사, 즉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감독관이 따로 있다. 관급공사는 상주관리를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자재 발주부터 공사비 지급을 담당하는 만큼 발주처 감독관도 상주 감리를 선호한다.
공공기관은 최저입찰로 용역을 발주한다. 이러면 예산이 부족해 정해진 기간에 상주 감리를 할 수 없다. 발주처도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비상주 감리며, 감리 미 배치를 눈감아주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용역을 쓰는 발주처도 문제인데,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입찰을 고집하는 감리회사다.
복마전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낙찰자는 감리배치계획서를 교묘하게 작성한다. 건축·토목·기계·소방·전기·통신 감리를 상주와 비상주로 구분, 배치한다. 가령 12개월짜리 공사라면, 건축 감리는 전체 공사기간(12개월) 상주, 토목·기계 감리는 비상주 또는 한 달만 상주시키는 식이다.
뒤늦게 오류를 인지한 발주처가 항의해도 감리회사가 ‘아니’라고 우기면 그만인 게 현실이다.
기술인 A씨는 “발주자는 감리계약 전에 반드시 감리배치계획서를 확인하고 적정기간 동안 감리를 배치하지 않는 배치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업체는 배제하거나 계약을 취소해야한다”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감리 회사를 거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두 번째 복마전은 발주처와 감리회사간 타협이다. 상술했듯 발주처도 적은 예산으론 감리가 어려운 점을 알기 때문에, 건축 감리만 상주시키고 나머지는 비상주 또는 필요 시 최소 기간만 상주시키기로 감리회사와 합의한다. 결국 건축 감리 한 사람이 남은 기계·토목·소방·전기·통신 업무를 떠안는다. 적은 예산으로도 감리가 가능한 이유다.
A씨는 “감리회사에서 ‘비상주 감리’란 서류상으로만 배치하는 척 해두고, 사람은 쓰지 않고 감리회사 본사가 비용을 먹는 것이라는 건 대한민국 감리회사가 다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은 비상주 감리 배치다. 업계는 ‘대기 감리’라는 인력을 모집하는데, 채용을 해놓고 현장에 투입되기 전까지 급여를 주지 않거나, 자격증 값만 지불하고 사람을 부리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력 한 명을 5군데 현장에 비상주 배치 감리로 배치한다. 비상주 감리이기 때문에 현장에 얼굴을 비치는 경우가 드물다. 감리회사는 이 점을 악용한다.
A씨는 “발주처는 한 번 사람이 배치되면 상주 감리가 아닌 이상 누군지 알 길이 없다”며 “어차피 비상주 감리는 이런 저런 핑계로 불러도 제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발주처 감독은 비상주 감리 얼굴을 본 적도 없고 일을 잘하는 지, 안 하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감리회사는 이미 자기회사에서 퇴사한 감리, 나이 80이 넘어 집에서 손자 보면서 자격증 맡기고 현장에 나오지 못하는 감리, 심지어 사망한 감리도 비상주로 배치해 놓고 감리를 한다”고 꼬집었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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