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재명 급하지 않다"…일회성 그친 '명낙회동'이 남긴 것
"사진 위해 만나…의미 없다" 지적도
블루웨이브서 이낙연 비하 여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이른바 '명낙회동'이 일회성 보여주기식 행보에 그쳤다. 이른바 '도전자' 롤이자 '협력대상'인 이낙연 전 대표의 당내 역할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표면적으로나마 내세웠던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당의 단합'에서 멀어지는 모습이다. 실질적 포용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회동에 대한 양 측의 평가도 엇갈린다. 추가 회동 가능성이 현저히 작은 상황에서 '개딸(개혁의딸,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의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정치인, 비명계를 공격하는데 사용하는 은어)'에 대한 공세만 격화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다.
지난 28일 '명낙회동'은 당내 갈등 상황을 향한 두 진영의 시각차만을 확인하게 했으며, 누가 민주당의 내년 4·10 총선 승리를 주도할 인물인지를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만을 보여줬다. 당내 계파 갈등은 여전히 봉합되지 않는 모양새라, 당 일각에서는 ‘보여주기식 사진찍기로 끝났을 뿐’이라는 진단까지 나왔다.
우선 양측 모두 두 사람의 추가 만남을 놓고선 이렇다 할 계획이 없는 미온적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낙연 전 대표와 다시 회동을 하거나 정기적으로 만날 계획이 있는가'란 질문에 "누구든 다 만나서 다양하게 의견을 들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누구든'이라고 만남 대상을 열어놓으면서, 공식적인 추가 명낙회동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명낙회동과 관련해 "명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두 사람이 만나겠다는 얘기를 꺼낸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서 말하는 '명분'은 '통합적 이미지'를 말하는 것으로 민주당이 단합을 해 윤석열 정부와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 대표는 명낙회동의 실질적 성과를 떠나 이미 '명분'을 따냈고 두 사람이 통합을 위해 만나야 한다는 여론도 수렴을 한 셈이다.
이 대표의 측근이자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진 의원도 KBS라디오 '최강시사'에서 '두 사람이 또 만나거나 이런 것들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처음 만나셨기 때문에 이후에는 서로 편하게 휴대전화로 해서 자유롭게 만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이 발언 역시 공식적인 '추가' 회동이 당분간은 없을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김 의원은 "두 분이 만나는 장이 대단히 무겁고 어려운 장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전화를 하면서 만나서, 중요한 현안이 있을 때 서로 의견을 듣고 의견을 수용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 최상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친낙(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신경민 전 의원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사실 만남의 준비를 한 게, 윤영찬 의원과 김영진 의원 두 사람이 대리해서 했다. 윤 의원 쪽에서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라며 "이렇게 (두 전·현직 대표가) 만나는 것이 쉽지도 않고 또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또한 신 전 의원은 "여러 가지 얘기를, 메시지를 담아내자고 했는데 이 대표 쪽에서 사실 거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라며 "그래서 '그냥 만납시다. 막걸리나 먹읍시다' 이런 것"이라고 회동에 대한 비하인드를 설명하기도 했다.
신 전 의원은 이번 회동의 의미에 대해선 "이번에는 사진 한 장 플러스(+) 단합이라는 아마 그 단어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아직 이 대표가 급한 게 아닌 모양"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그는 두 전·현직 대표의 추가 회동과 관련 "아마 이 대표가 급하면 또 연락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 안팎에서는 명낙회동의 당시 기류 자체에 대한 엇갈린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명낙회동에 대해 호평을 내놓았으며, 명낙회동에 배석했던 김영진 의원도 "단합하면서 혁신하고, 혁신하면서 단합해 나가서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 다음 총선에 이기자, 이런 큰 그림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은 모두가 다 잘하고 있다고 보지 않느냐"라고 호평했다.
반면 친낙계인 신경민 전 의원은 "일단 만난 게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두 번째로는 기대를 되게 크게 하지는 않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KBC라디오 '시사1번지'에서 "(일각에서는) 명낙대첩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두 분이 단합해서 윤석열 정권에 함께 투쟁하면서 총선 승리로 가자, 더 혁신하자, 이런 얘기(한 것)는 잘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이) 그렇게 손잡고 같이 투쟁을 하고 혁신해서 민주주의와 도덕성을 회복해서 총선 승리로 가자, 이 이상 감동은 없다"는 호평을 이어갔다.
김영진 의원도 "(이 전 대표가) 도덕성과 민주주의를 회복해 나가는 것이 민주당 혁신과 발전의 출발이라는 말씀을 하셨다"라며 "그 말씀에 동의하고 그런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만들어가는 첫 출발이다. 두 분이 그 면에 있어서 특별한 차이는 없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당내에서는 지난 명낙회동의 의미는 "없었다"라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명낙회동은 그냥 사진을 찍기 위해서 만난 것"이라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또한 지난 명낙회동이 있기 앞서서는 '이 전 대표가 당내 어떤 직을 제안받을지' 역시 관건으로 부상했지만, 회동 이후 발표된 내용에서는 이와 관련한 진전이나 어떠한 언급이 있지는 않았다. 이달에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또한 당 지도부에서는 '지라시'라고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10월 사퇴론과 당권이양설까지 제기되며 '이낙연 역할론'에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김영진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의 당내 역할이 정해질 수 있는 시점과 관련해서는 총선이나 연말연초까지 가서 여러 가지 '기구 출범'이 이뤄질 때라는 점을 시사했다. 김 의원은 "총선을 준비하면서, 또 연말연초 여러 가지 기구를 할 때 이 전 대표께서 같이 참여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가 오면 그렇게 만들어 퍼포먼스 있게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결국 회동에서는 누구를 총선 승리를 이끌 '구심점'으로 할 지에 대한 신경전만 있었고, 일회성 회동 이후 개딸들의 지탄만 더욱 격화된 상황이다. 회동 당시 이 전 대표는 개딸들의 비명계를 향한 공격을 "당내 분열의 언어"라고 수식하고 "도덕성" "당내민주주의" "혁신"이란 키워드를 강조하며 이 대표로 하여금 중단시킬 것을 강하게 압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낙회동 후 민주당 당원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는 이 전 대표와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글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31일 오후 7시 블루웨이브 인기글에는 "이낙연이 민주당에서 충분한 지지를 못 받는건 이낙연의 과제다. 염치라는게 있어야 한다" "수박 살생부는 이미 우리 당원들 손에 다 있다" "이낙연은 다시 한 번 민주당과 당원을 배신했다" "이낙연은 왜 여기서 고생하나" "이낙연은 당원 70% 이상이 지지해 뽑은 현 당대표에 대해 온당한 예의를 갖추라"는 글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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