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가 얌전하다고 누가 그래? 야생마 EQA에 길들여지다 [면허1년차시승기]
운전 초보자도 과감하게 만드는 똑똑한 편의 사양
처음 마주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SUV ‘EQA’에 올라타 운전대를 잡았지만, 선뜻 출발하지 못하고 10여 분간 올라가는 통로만 쳐다봤다. 지하 7층. 그 깊이만큼 한숨을 내쉬었다.
운전 초보자에겐 턱없이 좁은 통로와 가파른 경사, 급격한 굴곡은 아무리 콤팩트한 크기의 차라고 해도 두려움 그 자체였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출구 진입로를 보고 있자니 미지가 주는 막막함에 마치 크게 벌린 괴물의 입속으로 자진해서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명품자동차의 대명사인 벤츠를 몰아본다는 기대감 대신 부담감에 짓눌려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그래도 계속 그 자리에 멈춰있을 수는 없었다. 벤츠가 날 지켜줄 것이라 믿고 비장한 마음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제발 진정해, 제발.” 회오리감자 같은 통로를 오르면서 계속 이 말을 중얼거렸다. 반전은 잔뜩 긴장한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EQA에게 한 말이다. 평소 벤츠를 점잖고 젠틀한 신사 느낌으로 떠올렸는데 EQA는 예상 밖으로 마치 오랜만에 산책하러 나가는 맹견처럼 굴었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았는데 속도가 빠르게 느껴져 아예 발을 뗐는데도 EQA는 그 가파른 경사를 시속 5km를 유지한채 힘차게 올랐다. 오르막이 지나고 평지가 등장하면 곧바로 가속이 붙었는데, 계속해서 속도를 줄이느라 진땀이 났다. 앞으로 돌진하려 흥분한 대형견에 끌려가면서 진정시키려는 견주가 된 기분이 들었다. 성질급한 EQA가 이끄는 대로 감속과 가속을 오가다보니 예상보다 빠르게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겨우 주차장은 빠져나왔지만, 위기는 계속됐다. 내연기관차에 길들여져 있던 터라 감속 타이밍과 정도 조절을 하기 어려웠다. 내연기관차였다면 30m 전부터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를 살며시 밟으며 속도를 줄이고 멈췄지만 EQA는 전기차라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즉시 속도가 급감했다. 익숙해지기 전까지 정지선이나 앞차와의 간격이 한참 남은 곳에서 멈추기 일쑤였다.
운전 실력도 미숙한데 그간 타왔던 차와는 다른 낯선 조작법에 긴장은 배가 됐다. EQA는 기어가 컬럼식 기어노브 방식으로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위치돼 있는데 소나기가 내리자 무의식적으로 오른편의 봉을 움직였다. 다행히 변속되지는 않았지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다소 손이 헤맸다. 와이퍼는 왼쪽 봉에서 작동할 수 있으니 헷갈리면 안 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혼잡한 서울 도심에서 벗어나 달려볼 수 있는 외곽으로 향했다. EQA의 강한 힘이 질주본능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군포에 있는 한 호수로 찍고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렸다. EQA는 고속도로에서 숨겨진 실력을 가감없이 발산했다. 안 그래도 피곤한 월요일에 늦은 근무를 마치고 4시간가량 주행했는데도 피로하기는커녕 스트레스가 풀렸다. 원래는 시속 80km만 넘어도 겁먹기 일쑤였지만, 한적한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EQA는 시속 130km까지 속도를 올리고 싶게 만들었다.
에코, 컴포트, 스포츠 등 다양한 주행모드 중 스포츠모드에서는 달리는 즐거움이 가장 극대화 됐다. 음식이 상한 줄 모르거나 주변의 큰 변화를 잘 감지 못하는 등 둔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지만 스포츠모드와 그 외 모드의 차이는 확연하게 느껴졌다. 가속페달을 동일한 힘으로 밟고 있어도 스포츠모드로 변환하는 순간 차가 가벼워지면서 날아갈 듯이 돌진한다.
주차장에서는 진정시켜야 했던 EQA가 도로 위에서는 훈련 잘된 안내견이 된 듯 했다. 기본옵션으로 탑재된 편의사양이 기본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며 운전자를 노련하게 서포트했고, EQA와 함께라면 초보운전 딱지를 떼도 될 것 처럼 느껴졌다. EQA에는 컴팩트 세그먼트 최초로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가 기본으로 탑재돼 있다.
터널 벽 옆이나 대형차가 지나갈 때 부딪힐 것 같은 두려움에 차선 유지를 못 할 때가 있는데 액티브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기능은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주며 강하게 원래 차선으로 돌려놨다. 도로마다 달라지는 속도 제한과 앞 차와의 간격을 인식해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도 편리했다. 똑똑한 기능들 덕분에 평소 운전에 초집중하기 위해 틀지 않았던 음악도 볼륨을 높이 올리고 드라이브를 할 수 있어 운전의 즐거움이 더욱 커졌다.
다만 내비게이션은 잘 되다가 갑자기 연동 오류로 안내를 정지하는 일이 몇 차례 발생해 당혹스러웠다. 내비게이션 연동이 끊기면서 하이패스 구간에서 재연동할 때까지 계속 길을 헤맬 수밖에 없었다. 반자율주행이지만 고속도로에서 100km 이상의 속도였기에 전방주시를 포기할수도 없었다.
헤드업디스플레이의 시인성도 떨어졌다. 2030의 나이대인데도 내 눈이 벌써 침침해진건가하는 의심이 들었다. 한눈에 잘 보여주기 위한 헤드업디스플레이가 존재감이 흐릿해 유심히 쳐다봐야 해 차라리 디스플레이의 내비게이션을 보는 것이 나았다. 특히 밝은 도로나 불빛이 많은 곳에서는 더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후에 알게 됐지만 크기 조절은 되지 않아도 선명도 조절이 가능하니 불편하면 이 점 참고하길 바란다.
디자인은 외관보다 내부에서 벤츠 본연의 고급스러움을 느꼈다. 터빈모양의 송풍구들이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됐다. 어두운 곳에서 대시보드, 프론트도어, 터치패드 주변에서 빛나는 파란 조명도 감성을 자극했다. 벤츠 도어라이트가 승하차할 때마다 벤츠 차주임을 상기시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글로브박스을 여는 것마저도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열리는 방식으로 고급스러움을 상승시켰다.
시승한 차는 2023년 EQA AMG 라인으로 7450만원이다. 전기차이지만 저온 주행거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보조금은 받을 수 없다.
▲타깃
-작지만 힘 좋은 전기 SUV를 찾는다면
-7천만원대의 고가에도 고급스러움을 포기 못하는 당신이라면
▲주의할 점
-내부에 비해 외관은 다소 평범
-낯선 방식에 익숙해질 시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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