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VS 셀트, 휴미라 한판승부…출시 한 달차 성적은
삼바, 저가전략 선택…출시 기업 중 ‘최저’ 수준
셀트 “수익 확보하겠다”…오리지널 대비 5% 할인
일각 “PBM 리베이트 경쟁 부추겨” 장기전 주목
24조원에 육박하는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열린 지 꼬박 한 달이 흘렀다. 글로벌 빅파마 여러 곳이 이른바 ‘휴미라 대전’에 참가하면서 미국 보험 시장은 때 아닌 치열한 경쟁에 후끈 달아올랐다. 이 중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판이한' 가격 전략으로 각자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미국 현지 파트너사 오가논은 자사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의 제조사도매가격(WAC)을 오리지널 대비 85% 낮은 1038달러로 제시하며 초저가 전략을 취했다. 이는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경쟁을 벌이는 8개 업체 중 거의 최저가에 속한다.
반면 셀트리온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의 미국 직판(직접판매)을 맡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오리지널 대비 단 5% 낮은 6576달러로 ‘최고가’ 전략을 선택했다.
WAC은 의약품 제조업체가 직접 정하는 것으로 WAC의 수준을 참고해 각 업체가 얼마나 마진을 남기고자 하는지 등 가격 전략을 셈해볼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저가 전략은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환자 접근성 확대 측면이라는 바이오시밀러의 순기능을 부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고가의 오리지널 약품에 대비해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하드리마의 저가 전략은 가격 경쟁력을 중요시하는 공보험 등재를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이 전략은 어느정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하드리마는 현재까지 시그나 헬스케어와 프라임 테라퓨틱스의 처방집에 등재됐다. 두 회사 모두 중소형급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로 시장 점유율에 큰 영향은 없지만 우선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반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정당한 리베이트를 통해 미국 의약품 시장을 '정면돌파'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처방 의약품 시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여러 개의 보험사가 제약사 등과 협의를 통해 해당 보험사와 계약된 병원, 약국 등에 의약품을 유통하는 구조다. 보험 역시 공보험과 사보험으로 나뉘는데 사보험 가입자가 의약품을 처방받기 위해서는 보험사 산하의 PBM이 마련한 보험 급여 리스트, 이른바 '처방집'에 등재돼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약사들이 처방집 등재를 위해 PBM에 일정 비율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합법화돼있다.
고가전략은 리베이트 방면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도매가인 WAC이 높으면 그만큼 마진이 많이 남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리베이트할 수 있는 재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리베이트를 통해 처방집 진입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면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일반적으로 사보험사는 보통 3개, 많게는 5개까지 의약품의 등급을 나눠 환자 개인 부담금의 비중에 차등을 두고 있는데 대개 리베이트를 많이 제공한 회사에게 환자 개인 부담금이 낮은 등급을 부여하곤 한다.
또 이번 휴미라처럼 한꺼번에 많은 제조사가 같은 바이오시밀러를 낼 경우에는 주요 처방집 등재 기회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많은 리베이트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아직까지 유플라이마의 PBM 등재 현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측은 지난 12일 하드리마의 PBM 등재 소식이 알려진 이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당사는 미국 아달리무맙 시장의 40%를 대상으로 하는 처방집에 등재하려는 목표에 따라 PBM 등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중인 계약건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7월 말까지 PBM 협상 결과 등 진행 상황을 발표하겠다고 밝힌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관련 발표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PBM이 주도하는 소모적인 가격 경쟁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의약품 처방 시장에서 글로벌 빅파마와 리베이트 경쟁을 하는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며 “파트너사가 있는 기업도 있고, 직판을 선택한 기업도 있지만 PBM이 주도하는 가격 경쟁 공세에 휩쓸리지 말고 수익성을 추구하면서 처방 시장에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전략을 손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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