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靑보고 뒤 통계 변화"…장하성·김수현·김상조 수사의뢰 검토
문재인 정부의 집값 통계 개입 의혹을 감사 중인 감사원이 당시 한국부동산원(부동산원)의 집값 통계인 ‘주간 주택가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주간주택가격 동향조사)’이 인위적으로 조작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가 31일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부동산원에서 주간 주택가격 동향조사 잠정치를 공식 발표 2~3일 전 매주 사전보고 받았고, 특히 청와대에 사전 보고 된 잠정치보다 며칠 뒤 부동산원이 발표한 집값 통계 수치가 더 낮은 경우를 수차례 발견했다. 국토부 산하 기관인 부동산원이 청와대와 국토부 등 윗선에게서 압력을 받고 실제 조사된 집값보다 낮은 값을 인위적으로 입력해 통계를 변형했다고 감사원이 보고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르면 이달 중순 통계 감사를 마무리하고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으로, 집값 통계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직권남용·업무방해·통계법 위반 등)로 문재인 정부 고위직에 대한 수사 의뢰도 검토 중이다. 지난달 감사원 조사를 받은 장하성·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등이 그 대상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 모두 감사원 조사에서 “통계에 부당하게 개입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감사를 통한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감사원이 결과를 발표하면 정치적 파장이 클 전망이다.
감사원이 주목한 부동산원의 주택가격 동향조사는 문재인 정부 당시 고위직 인사에 의해 즐겨 인용되며 “집값 폭등은 과장됐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됐다. 2020년 7월 국회에 출석한 김현미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간) 아파트값은 14%, 주택은 11.3%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는데, 그때 인용한 바로 그 통계다. 당시 KB의 민간 매매가격지수(25.6%) 상승률은 물론 부동산원의 실거래가지수(40.9%) 상승률과도 차이가 커 야당의 반발을 샀다.
감사원은 매주 발표되는 주간 주택가격 동향조사가 표본조사와 통계 보정을 통해 만들어져 외부 압력에 취약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가격 동향조사는 전국 약 3~4만 가구의 아파트를 표본으로 삼아 부동산원 조사원이 현장 조사로 아파트 거래가격을 확인해 발표한다. 조사 기간 중 실거래가 없는 아파트는 과거 거래내역과 인근 단지 시세를 고려해 부동산원이 ‘거래 가능 가격’을 추산 및 보정해 입력한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과정에서 집값 통계가 윗선에 보고된 뒤 “너무 높다”는 취지의 평가를 듣고 압력을 느꼈다는 국토부와 부동산원 실무진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특정 수치를 넣거나 빼라고 지시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통계 내용을 매주 보고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피드백을 받는 것 자체를 일종의 압력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게 감사원의 시각이다. 감사원은 이런 피드백을 받은 부동산원이 통계 작성 과정에서 통상의 보정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낮은 집값 수치를 입력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조사를 받은 실무진 중엔 “정상적인 통계 보정 과정의 일환이었다” "사전 보고 수치와 실제 발표값이 달랐던 건 보고와 발표 사이에 시차가 있고, 보고 뒤 추가적인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며 통계 조작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전했다. 감사원 조사를 받은 문재인 정부의 고위직들도 “(사전 보고는)정책에 서둘러 반영하기 위한 적극 행정 조치의 일환이었고 부당 개입은 없었다”며 통계 조작을 부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이전엔 집값 통계를 사전에 청와대에 보고한 경우가 드물고, 통계법상 공식 발표 전 통계 수치가 정당한 이유 없이 외부로 유출된 것 자체가 중대한 법 위반 사안이라 보고 있다. 통계작성·공표 과정에서의 영향력 행사, 누설 및 목적 외 사용은 통계법상 엄격히 금지돼있다. 감사원은 집값 통계 의혹과 함께 조사를 진행해온 고용·소득 통계 관련 내용도 중간 감사 발표 시 일부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 결과에 따라 관련 조사를 받았던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도 수사 의뢰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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