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트럼프’ 디샌티스 “中 최혜국 대우 중단...파월도 바꿔야”
"중국 공산당이 매일 이 나라의 점심을 먹고 있다." '리틀 트럼프'로 불리는 미국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31일(현지시간) 차기 대권 도전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무역특혜 폐지 등 한층 강경한 대중국 경제정책들을 공개했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AP통신 등에 따르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뉴햄프셔 유세에 참석해 이러한 내용의 10대 경제공약을 공개했다. 먼저 그는 중국을 대상으로 한 '항구적이고 정상적인 무역관계(PNTR)'를 철회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을 조건으로 2000년부터 PNTR 지위를 부여하고 최혜국 대우를 해왔다. 최혜국 대우가 박탈되면 중국 제품에 부과하는 미국의 관세가 크게 오르게 된다. 이 경우 중국산 제품의 대미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한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식재산권이 침해된 중국의 상품 수입을 금지하고, 기업들이 중국과 주요 기술을 공유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 이는 이른바 디커플링, 디리스킹을 앞세워 첨단 반도체 수출 등을 규제해온 조 바이든 행정부보다 한층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는 행보다. 그는 이러한 대중국 경제정책을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통제권을 되찾고 경제 주권을 회복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를 통해 "학대적 관계"를 종식하고 무역적자도 반전시키겠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전략적 자산에 대한 중국 공산당원의 매입을 차단하고, 중국에 있는 자국 기업들을 유턴시키기 위해 각종 세금 감면, 조치 등을 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제롬 파월 Fed 의장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Fed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이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수조달러를 인쇄하며 인플레이션을 더 부채질했고,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일반 미국인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을 추구하는 새로운 의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Fed는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Fed는 사회 공학자가 아니며, 책임감 없는 경제 중앙계획자가 되도록 용인해서도 안된다"고 꼬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임명된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까지다. 다만 WSJ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파월 의장의 임기 내 해임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고 대통령이 이러한 권한을 갖고 있는 지도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디샌티스 주지사는 연기금 운용사가 투자 결정 시 기후 변화와 같은 요인을 고려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와 정반대 기조다. 그는 "미국 국민들에게 전기차를 사도록 강요하는 연방정부의 시도도 뒤집겠다"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을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근로 요건을 의무화하고 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민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면 시민권을 자동부여하는 제도를 폐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다 대법원에 제동이 걸린 학자금 대출 탕감과 관련해서도 대학이 책임지게 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트럭 운전사가 젠더연구 학위를 받은 사람의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디샌티스 주지사의 경제공약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태에서 보다 강경 보수적 이미지를 구축, 공화당원들의 표심을 잡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낮은 세금을 유지하고 관료주의를 없애고 투자를 장려함으로써 연간 3%의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공화당 내 대권주자 경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안으로 거론돼온 인물이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직후 여론조사에서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치고 공화당 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올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리스크가 커지면서 디샌티스 주지사의 존재감은 약화된 상태다. 이날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시나 칼리지 여론 조사 결과, 공화당 대선주자로서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율은 17%로 트럼프 전 대통령(54%)에 훨씬 못미쳤다. NYT는 도덕성을 제외한 업무추진력, 대선 승리가능성 등 사실상 전 부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 평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들의 첫 경선 TV토론은 8월 진행될 예정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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