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자금 3억 증여에 “저출산 대책? 부자 감세!” 비판 들끓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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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손모(36)씨는 혼인 증여재산 공제를 담은 기획재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혼인신고 2년 전후인 신혼부부는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부모 재산 1억5000만원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데, 미혼인 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정책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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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세 개편에 가까워
결혼보다 출산·양육에 혜택 제안도
직장인 손모(36)씨는 혼인 증여재산 공제를 담은 기획재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보고 분통을 터뜨렸다. 혼인신고 2년 전후인 신혼부부는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부모 재산 1억5000만원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데, 미혼인 그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정책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도 본인의 능력으로 집도 사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양가 부모에게 3억원이나 받아 결혼하라는 식의 정책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국민제안’에도 비슷한 의견이 올라왔다. 한 작성자는 “미혼 독신주의자는 그만큼 차별받아야 마땅한 것인가”라며 “결혼한 부부는 양가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기 때문에 훨씬 살아가기 쉽고 독신자는 살기 더 어려운데 그런 혜택이 과연 평등하다고 보느냐”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에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은 1억5000만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정부는 결혼 비용이 늘고 있고, 신혼집을 구하는 데 부모가 비용을 지원하는 현실 등을 고려한 정책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비교적 여유 있는 집안만 자녀에게 결혼자금을 증여할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사실상의 ‘부자 감세’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월 소득 900만원 이상, 결혼 비용으로 1억원 이상을 증여할 수 있는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게 된다”며 “부모 지원이 쉬운 부유층에게 혜택을 집중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형편이 어려운 한부모가족이나 미혼모·미혼부 역시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혼인신고 2년 전후인 부부만이 공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사별·혼외출산 등으로 인한 전국의 한부모가족은 149만 가구로 전체 가구 2239만 가구의 6.7%를 차지한다. 2021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가족의 평균 월 소득은 전체 가구 평균소득(416만9000원)의 절반 수준인 245만3000원에 그쳤다. 평균 순자산도 1억947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4억1452만원)의 26.4% 수준이었다. 미혼모나 미혼부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실시한 ‘미혼모 가족의 출산 및 양육실태 조사’에 따르면 그해 미취학 아동을 둔 미혼모 가족의 월평균 소득은 가족 지원을 포함해도 126만2000원에 불과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31일 “현재 정부안은 직접적인 효과를 내는 저출산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부의 대물림만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결혼 대신 출산·양육을 조건으로 혜택을 준다면 저출산 대책이라는 명분에는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정책은)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속담처럼 결혼 장려를 명분으로 상속증여세 제도를 개편한 정책에 가깝다”며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한부모가족·미혼모 등 다양한 가족관계를 포용하는 다른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정책은 저출산 대책이기도 하지만 최근 증가한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여 주겠다는 취지가 더 크다”라며 “수혜 대상에서 빠진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별도의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이의재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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