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교사들의 ‘광화문 외침’에 응답하려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교직에 들어선 지 2년밖에 안 된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후배 교사의 비보를 접한 그날 안타까움과 슬픔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교권 보호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9일에는 진상 규명과 교권 보호를 외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3만명 교사들의 자발적인 집회가 불볕더위 속에서 진행됐다. 이런 추모 집회와 전례 없는 추모 열기의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사태의 기저에 있는 근본 원인을 확인하려 3만2921명 교원을 설문조사했다. 그들은 “내 일 같다”는 비통함과 “교권 추락의 현실을 알려야 한다”는 절박감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교원들이 말하려 한 교육의 어두운 단면을 이 지면을 통해 알리고자 한다.
가장 먼저 꼽아야 할 문제는 잘못된 인권 의식의 확산과 문제행동 학생의 증가다. 교총 설문조사 결과 ‘학생의 문제행동을 매일 겪는다’고 응답한 교사의 비율이 61%에 달했다. 최근 6년간 교사가 상해·폭행을 당한 사례가 1249건이나 되고, 욕설 등 교사에 대한 모욕·명예훼손 사건이 문제행동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교사의 83%는 ‘교권 추락에 학생인권조례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에 동의했다.
더 큰 문제는 학생의 이런 문제행동과 교권 침해 행위를 교사가 즉각적으로 제지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설문조사에 응한 교사의 무려 98.7%가 ‘학생의 문제행동을 제지하기란 불가능하고, 오히려 학생에게 (그런 행동의 자제를) 부탁해야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답했을 만큼 교육 현장의 일탈적 상황은 통제 범위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
교사들이 꼽은 세 번째 문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정상적 교육과 생활지도가 불가능하다는 거였다. 급식을 남기지 말라 했다고, 학생 간 싸움을 말렸다고, 수업 중 잠자는 아이를 깨웠다고 교사들이 신고당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이 교사에겐 ‘저승사자법’이 됐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도 오래전 선을 넘었다. 학부모 민원에 스트레스를 토로한 교사가 97.9%나 되며,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520건 중 학부모에 의한 침해가 24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현실에서 깨어 있는 수업이 가능하겠는가.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 상황을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의 문제행동을 즉각 제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구체적인 생활지도 권한을 교육부 고시에 포함하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토록 조치해야 한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기능을 지역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고, 교권 침해도 학교폭력이라는 인식하에 조치 사항 중 학급 교체, 전학, 퇴학은 학생부에 기재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
둘째,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면책하는 법안의 조속한 통과가 급선무다. 억울한 직위해제 조항의 보완, 무고성 신고 남발자 처벌 조항도 필요하다. 셋째, 악성 민원 근절 대책과 교권 침해 학부모에 관한 처벌 강화 조항도 요구된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방안, 교육지원청 차원의 콜센터 제도, 교권 침해 학부모에 대한 과태료 부과, 고발 조치 강화도 포함해야 한다. 끝으로 올바른 인권 의식을 길러주는 교육과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미국 뉴욕시의 ‘권리 및 책임 장전’과 같이 균형 잡힌 학생인권조례 개정도 필요하다.
교권 추락으로 ‘우수 인재의 교직 기피현상 가속화 우려’에 교원 99.4%가 동의했다. 교권 추락의 피해자는 우리 모두다. 더 늦기 전에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동료 교사를 잃고 싶지 않다’는 교사들의 교권 보호와 생존권 보장 외침에 정부와 국회, 사회가 조속히 응답해야 한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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