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매력 떨어져" 美 주식 위험프리미엄 20년만에 최저
투자자들이 채권 대신 미국 주식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들고 있다. 주식 투자로 추가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누릴 수 있었던 이른바 '위험 프리미엄'이 약 2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최근 뉴욕증시 랠리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P500지수 상승률과 10년 만기 국채 금리 간 격차를 보여주는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지난주 1.1%포인트 안팎까지 떨어졌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실질 금리를 가리키는 10년 만기 미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와의 격차는 2003년 이후 최저인 3.5%포인트까지 축소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의 이익이 인플레이션에 따라 조정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TIPS를 적용한 결과를 더 선호하고 있다.
이처럼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하락했다는 것은 최근 주식이 대표적 안전자산인 채권보다 투자 대상으로서 매력적이지 못함을 시사한다. WSJ는 "주식 위험 프리미엄은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함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 얼마나 많은 보상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지금 당장은 (보상 수준이) 그리 크지 않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20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뉴욕증시 랠리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하반기부터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금리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주가는 연초 매도세에서 오히려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올해 들어서는 경제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면서 뉴욕증시도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연초 대비 19%가량 오른 상태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지수의 상승폭은 37%에 육박한다.
현재 대다수 전문가는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계속 낮은 상태를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낮다고 해서 최근 뉴욕증시 랠리가 곧 끝날 것임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라고 짚었다. 과거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당시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 사례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WSJ는 "역사적으로 주식 위험 프리미엄은 시간이 지나면서 평균에 수렴한다"면서 "이는 일반적으로 기업 이익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지 투자자들이 스스로 겁을 먹어서가 아니다"고 전했다. 아넥스 자산운용의 브라이언 제이콥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년 만기 국채와 미래 이익수익률 간 강력한 통계적 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주가와 달리 채권 금리가 하락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조만간 주식 위험 프리미엄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채권 금리 하락세는 Fed의 금리 인상이 이달로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Fed가 차기 회의인 9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79% 반영하고 있다. Fed가 제시한 6월 점도표 상으론 연내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이 가능하지만, 시장에선 연말까지 동결 시나리오가 훨씬 우세하다. 대다수 Fed 당국자들은 지난 6월 실질금리가 0.5%를 크게 웃돌지 않는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앞서 주식 대신 채권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을 권고했던 제이콥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0년 만기 TIPS 금리가 향후 12~18개월간 0.75% 또는 1%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주가가 크게 반등하지 않아도 투자자들이 주식 보유에 대한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됨을 의미한다. 그는 "1989년 이후 금리 사이클을 보면 금리가 고점에 도달했을 때마다 채권시장은 강세(채권 금리 하락)를 나타냈다"라며 "적어도 그 시점에 근접해 있는 상태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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