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물어야 할 질문
얼마 전 엄청난 장맛비가 중·남부지방을 할퀴고 갔다. 그런데 수해로 인한 피해를 수습하기도 전에, 연이어 전 국민의 마음을 할퀴고 간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앞날이 창창한 20대 초임 교사가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은 무너진 교권 때문이었다. 모든 면에 극단적이었던 이 사건은 그동안 무너진 교권 아래 우왕좌왕하던 교사들만이 아닌 전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방아쇠가 됐다. 이후 사건에 대한 애도와 별개로 무너진 교권을 어떻게 회복할지에 대한 논의들이 일어나고 있다. 다만 논의 방향이 탐탁지 않다. 교권과 학생권을 대립적 구도로 보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 커 보인다.
생각해보면 교권 문제가 불거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사실 그 이전 대부분 시간은 학생권의 문제에 관심이 쏠렸다. 과거 학창 시절엔 수많은 학생이 학교에서 참 많이 맞았다. 모든 선생님이 그러시지는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생님들만 만나고 졸업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렇게 쌓여가던 문제들이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밖으로 노출되며 폭발했고 이를 통해 학생권이 명문화됐다. 엄청난 전환이자 혁신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교육과 교육 현장 전반에 대한 심층적이면서 지속적 논의를 통해 일어난 본질적 해소가 아니었다. 기존체제에 대한 반동일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작금의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교권과 학생권의 핑퐁 게임으로 접근해 또다시 반동에 의한 문제 해결을 지향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또한 이번 사고는 사실 교사와 학생이 아닌, 부모의 악성 민원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런 악성 민원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은 관리직 교원들의 문제도 엮여 있었다.
따라서 드러난 현상만 보고 그 문제에 집중하며 내놓는 반동적 해법이 효과적일 수 없다. 피해자가 속한 진영의 편을 든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 피해자는 훗날 또 다른 가해자가 될 뿐이다. 그게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해법을 내놓기 전에 이렇게 물었어야 했다. 도대체 ‘학교란 무엇인가.’
비슷한 난국의 현장이 있으니, 바로 ‘교회’다. 여기도 가르치는 자와 가르침을 받는 자로 나눌 수 있는데 가르치는 자도 담임과 부교역자로, 가르침을 받는 자 역시 중직자와 평신도 등으로 나뉘어 있다. 그 안의 관계적 경우의 수를 토대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단지 피상적으로 성도 수의 감소를 말하는 게 아니다.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굳이 묻지 않아도 되었던 모든 현재의 흔들림을 마주하고 있다는 게 진짜 문제다.
하루 이틀간 생긴 문제가 아니기에 쉽게 해결될 수도 없다. 소모적 논쟁이 피곤함만 불러일으키는 듯하다. 근래에 있던 이슈만 보아도 과거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이중직’ 논쟁을 포함해 근로계약서에 따른 업무만 하려는 MZ세대 사역자들 이야기를 토대로 ‘사역’과 ‘근로계약서’의 조화,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마주했던 온라인 예배의 정당성과 코로나 이후 여전히 온라인으로만 신앙을 유지하려는 성도들의 이야기 등 다양하다.
각각의 사안이기에 별개의 답이 요청되는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 맥락은 같다. 당연하던 것이 더이상 당연하지 않은 현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본질적 질문이다. 바로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기존의 모든 신앙 문법이 그 어떤 대답도 되지 못하고 오히려 문제를 양산하는 근거가 되자 사람들은 묻기 시작했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이 질문이 종교개혁을 야기했다. 우리 시대 역시 비슷한 딜레마를 겪고 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제2의 종교개혁이 아니라 사실 본질에 대한 질문이다. ‘교회란 무엇인가.’ 그래서 누군가 ‘이중직’을 묻는다면 ‘교회란 무엇인가’라고 되물어야 한다. 누군가 근로계약서나 정관에 대해 묻는다면 이 역시 ‘교회란 무엇인가’라고 되물어야 한다. 교회란 무엇일까.
손성찬 목사(이음숲교회)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난 교회로 피서 간다”… 수영장·쉼터서 Cool∼ - 더미션
- 공간을 나누는 교회… 이웃과 접점을 넓히다 - 더미션
- “아시아發 부흥 전 세계로… 향후 10년간 大부흥기 올 것” - 더미션
- 6·25 와중에도 지켰는데… 여가·취미에 발목 잡혀 멀어지는 주일 성수 - 더미션
- 성 니콜라스·성공회 성당 거닐며 ‘도심속 영성’을 만나다 - 더미션
- 죽음 앞둔 선교사의 ‘고별예배’… 축복과 감사가 넘쳤다 - 더미션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
- ‘2024 설 가정예배’ 키워드는 ‘믿음의 가정과 감사’
- 내년 의대 정원 2천명 늘린다…27년 만에 이뤄진 증원